쉼과 영성을 찾는 이들을 위한 안내
[ 7월특집 ]
작성 : 2024년 07월 26일(금) 01:04 가+가-
'쉼과 비움' ④ 여름, 쉼의 계절
영성을 위한 쉼! 참 좋다. 몸을 많이 쓴 사람은 몸의 쉼을, 마음을 많이 쓴 사람은 마음의 쉼을! 먹은 만큼 힘이 나고 채워지는 만큼이 여유인데, 이제 바닥이 보인다. 다시 채워야 할 때다. '배에서 나오는 생수(요7:38)'를 마실 때가 되었다. 로뎀나무 아래에서 떡을 먹고 물을 마시고 누울 때이다(왕상19:6). 먹고 마시고 그리고 누워야겠다. 다시 달릴 때가 오리니.

① 생각 멈추고, 감각으로 세상 만나기

먼저 생각하기를 멈추고 잠들어있던 감각을 깨운다. 자연에 나가 그곳에 머물며 주위를 살펴본다. 오감을 열고 감각에 집중해 본다. 우리 주님의 말씀하신 대로 공중의 새와 들의 백합화를 본다. 자연에는 있으나 내게는 없다. 마음에는 꽃도 하늘도 생물도 없다. 그저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모래 알갱이가 되어 건조한 사막이 되었다.

감각 안에 들어오는 것 하나 둘 마음에 담으면서 고맙다고 표현해본다. 그때 우리 마음은 생명 에너지로 가득하게 된다. 꽃이 피어나고 새들이 찾아와 노래하는 정원이 된다. 마음에 생기가 돌며, 그늘이 있다. 그곳에 가만히 머물며 쉼을 얻는다. 이렇게 많은 생물들과 사람들, 하늘과 땅과 바람들이 내 삶을 지탱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고마워하며, 마음은 안정감을 얻는다.

② 하늘 보며, 마음 하늘 찾기

누워서 하늘을 가만히 바라본다. 마음에 하늘이 있는 사람은 평안이 있다. 내가 하늘 아래 사는 것도, 비를 맞으면서 비가 하늘에서 오는 것도 잊은 채 살아온다. 하늘이 있다는 것은 땅의 수고 위에 덮이는 은혜가 있다는 것이다. 하늘은 하나님의 장막이다. 그래서 하늘은 삶의 여유다. 장막이 덮이면 그 아래는 하나님 나라가 된다. 마음 하늘을 가지면 모든 일들은 하늘 아래 있는 일이 된다.

하늘을 보며 마음 하늘을 살펴본다. 마음 하늘이 없는 사람은 땅으로만 산다. 하늘을 가진 사람은 은혜를 배운다. 내가 씨를 뿌려 열매를 맺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수고와 사랑이 그 위에 더하여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힌 것을 안다. 여기에 감격이 있다. 하나님의 사랑이 내 위에서 나를 살피며 인도하고 있다. 아버지의 품이 나를 안고 사랑하고 있다. 힘과 능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은혜가 담기는 것이 인생임을 안다.

③ 침묵하며, 그분의 이야기 듣기

조용한 장소에 단정한 자세로 침묵하는 시간을 갖는다. 침묵은 나를 정직하게 대면하게 한다. 나를 이야기하지 않고,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나를 이야기하지 않아도 나를 아는 분, 그분 안에서 나를 발견하고, 그분이 말씀하시는 나를 대면한다. 그래서 침묵은 내 존재와의 대면이다.

파도 치는 바다 저 아래 심연으로 내려가 서서히 움직이는 거대한 고래를 마주하는 것이 침묵이다. 저 깊은 곳에는 평화와 자유가 있다. 침묵은 마음에 이는 바람과 파도를 멈추게 한다. 그리고 가만히 나를 붙잡고 있는 거대한 힘을 만나게 된다. 소리가 있다. 나를 이야기해주는 소리가 있다. 아버지의 지혜가 나를 찾아오고, 아버지의 품 안으로 들어간다. 침묵은 아버지로 가득한 세상이 되게 한다. 아버지의 이야기는 나를 견고하게 하며, 자유에 이르게 한다.

④ 만찬을 나누며, 사랑 발견하기

저녁에 만찬을 준비하여 사랑하는 이를 섬겨본다. 정성스런 테이블 셋팅, 특별한 음식과 조용한 음악을 준비한다. 꽃 한송이쯤 선물로 준비하여, 당신은 내 삶에 찾아온 선물이라고 고백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행20:35)'는 우리 주님의 말씀을 실감하게 된다. 섬김을 받으려고 할 때는 결핍을 느끼지만, 섬길 때에는 부요함과 여유를 느끼게 된다.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얼마나 많은 은혜를 입고 살고 있는지 새삼 발견하게 된다.

특별한 곳에 가는 것보다 자기가 머물고 있는 곳을 특별하게 만들어본다. 특별한 곳에서 만나는 행복은 지속될 수 없으나,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면 언제나 행복을 누리게 된다. 일상의 공간을 특별하게 만들어 사랑하는 이들과 사귐을 갖는 것은 언제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며, 내가 머무는 이곳을 거룩하게 만든다.

⑤ 발에서 신을 벗고, 거룩한 땅 밟기

신발을 벗고 땅을 밟아본다. 물이 있는 곳을 찾아 발을 담궈본다. 몸을 가볍게 하면서 마음의 거추장스러운 것을 내려놓는다. 자신을 규정 지으며 살아온 세상의 프로필들을 내려놓고, 아무 것도 쓰여지지 않은 새로운 땅을 밟아본다. 지나온 과거를 씻어버리고, 거룩한 땅을 밟고 걸어본다. 나를 묶어놓은 프로필의 잉크 자국이 씻겨져 나간다. 나는 나다. 누군가에게 나를 보이려고 가장할 필요가 없는 자유가 찾아온다.

내가 걸치고 살아온 옷이 나를 짓눌러 무겁게 한다. 이름 앞에 붙어있던 모든 수식어를 씻어낸다. 그리고 땅을 밟아본다. 여기에 자유가 있다. 신발을 신을 때에는 누군가 가라고 하는 땅으로 갔지만, 이제 신을 벗고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간다. 내가 걸어간다. 내가 한다. 돌아갈 곳을 밟아본다. 몸이 돌아갈 곳을 밟을 때, 내 마음은 천국을 밟는다. 참 좋다!

역사 여행이나 자연 기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마음의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다. 일상이 여행이다. 일상에 담긴 거룩과 은혜를 찾아본다. 태양은 한 번도 나를 떠난 적이 없다. 다만 내가 눈을 감고 있었다. 눈을 크게 뜬다. 귀를 기울이며, 몸에 담기는 것에 집중한다. 생각은 멈추고, 만물과 하나가 된 나를 발견한다. 닫혀 있던 문들이 열리고, 다시 마음이 숨을 쉰다. 쉼이 찾아온다.

이제 여름이다. 쉼의 계절이다. 하늘은 우리에게 일을 멈추게 하고, 그늘을 찾게 한다. 일의 계절이 아니라, 쉼의 계절이다. 쉼과 영성을 찾아 떠나는 마음의 여행, 여기에 복이 있으라!

서범석 목사 / 주복교회·케노시스수도원 대표 안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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