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보다 '디사이플생'
[ Y칼럼 ]
작성 : 2024년 05월 29일(수) 11:17 가+가-
'갓생 산다'는 말이 있다.

'갓생'이란 신을 뜻하는 영어단어 '갓(God)'과 인생을 뜻하는 한자어 '생(生)'을 합친 신조어로, 본인이 세운 계획을 실천하며 사는 생산적이고 모범적인 삶을 의미한다. 새벽 기상, 운동, 독서 등을 일상에서 습관화하여 성취감과 일상의 유익을 얻고자 하는 것으로, 코로나19 장기화로 일상생활이 무너지면서 더욱 유행하게 됐다. 크리스찬 청년에게는 '갓생'이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엡5:16)'는 말씀에 따라, 세상 풍조에 휩쓸려 정신 없이 시간을 허비하는 일상에서 벗어나자는 권면의 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경우를 돌아보면, 가장 '갓생'에 관심을 갖던 때는 하나님이 아닌 세상 앞에 나를 세워두고 그 평가에 집중하며 살던 시기였다. 하나님의 뜻에 집중하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세상이 말하는 '성공', '성장'에 초점을 맞춰 계획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애썼다. '갓생'을 살기 위해 타인의 노력과 성실을 나의 것과 비교했고 '갓생'에 실패한 날에 자주 실망하고 때론 낙심했다.

그러다 문득 '갓생보다 디사이플생(제자의 삶)!'이란 구절이 머리에 스쳤다. '디사이플(disciple)생'이란 내가 계획하고 이루어나가는 것이 아닌 하나님의 계획을 신뢰하고, 되어진 것을 돌아보며 하나님이 하셨음을 고백하는 삶이 아닐까. '디사이플생'을 살면 내 부족함보다 크신 하나님의 계획이 기대되고, 성취보다 큰 감사와 감격을 누리게 된다. 내가 애쓰다 겪는 실패의 경험이 아닌, 하나님께서 하신 일로 인한 은혜의 경험이 쌓여가니 더 하나님의 계획을 신뢰하게 된다. 또 말씀을 통해, 이전에 세상의 평가 앞에서 나를 바라볼 때마다 느꼈던 비교의식과 수치, 불안은 거짓말처럼 평안과 기쁨으로 바뀌어간다.

그렇다면, '갓생'을 위한 실천요령이 있듯이 '디사이플생'을 이루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한참을 고민하다 그 방법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말해, '디사이플생'을 살기 위한 방법은 내게 없다. 기도와 말씀묵상, 큐티와 예배가 방법이 아닌가 반문할 수 있지만 이것들 역시 내 의지와 노력만으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허락해주신 은혜가 크고 놀라워 감사할 때에야 이를 허락하신 하나님과의 교제가 즐거워 절로 기도하고 말씀을 묵상하게 된다.

그러니 '디사이플생'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이라 하겠다. 즉, 기도와 말씀 묵상을 내가 실천하여 '디사이플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디사이플생'이 된 기쁨과 감사로 기도와 말씀 묵상의 자리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애쓰지 않아도 되는 인생, 온전한 나로 평가가 아닌 사랑을 받는 인생, 기쁨과 감사가 넘치는 인생이 곧 크리스찬이 선물로 받은 '디사이플생'이다.

물론 그 감격도 잠시, 디사이플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잊고 내 힘으로 사는 나를 매일 발견한다. 하지만 오늘도 너그럽게 용서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다시 디사이플생의 길로 들어선다. 혹자는 그 '디사이플생'을 내게는 허락해주시지 않는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약속하셨다.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계3:20)'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존귀하고 아름다운 모든 이가 하나님의 마음을 발견하게 되길, 하나님의 사랑을 기쁨으로 받아들이길, 선물로 주시는 '디사이플생'을 살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신서영 청년 / 백양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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