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말 교인'
[ 목양칼럼 ]
작성 : 2024년 04월 25일(목) 15:06 가+가-
전해 내려오는 풍속 중에 '좋은 일이 있을 때면 으레 떡을 하는 것'이 있다. 교회에서도 절기 때나 교인들 생일, 어떤 특별한 사연이 있을 때 떡을 해서 나눠 먹게 된다.

한번은 교회 절기 때가 돼서 읍내 떡집을 권사님들과 동행하게 되었다. 떡집 주인이 "떡을 얼마나 하시냐" 물으니, 권사님들이 "우리 교인들 드실려면 두 말은 해야 한다"고 했다.

시골 목회를 하면서 교인들의 숫자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나름 건강한 교회를 표방한다고 했지만, 그때 문득 우리 교인수가 '두 말'이라는 말이 와닿았다. "두 말 밖에 안되요?"라는 주인의 되물음이 칭찬인지, 실망스럽다는 말인지 순간 당황했었다.

떡을 맞추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오기가 발동해 혼잣말로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 닷 말 교인을 주시옵소서."

사실 삶이 내 힘으로 된다고 생각하면 누가 기도의 자리로 나아오겠는가? 우리 교회와 그리 멀지 않는 교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배움도 짧고 경제력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시력이 약해서 보행마저 불안한 청년이 있었다. 그런데 이 청년은 새벽기도를 하루도 안 빠지고 나와서 제일 늦게까지 기도를 드렸다. 도대체 무슨 기도를 그렇게 하는가 싶어서 부목사님이 그 기도를 들어보았다. 그런데 "하나님, 장가 좀 보내주세요!" 라고 기도를 하더라는 것이다. 부목사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하나님도 참 걱정이 많으시겠구나!"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던 어느날 이 청년이 개인적인 볼 일이 있어서 대전에 갔는데, 시력이 안 좋아서 그만 도로에서 넘어지게 되었고 마침 옆에 있던 여성이 부축하고 안내해 주었다고 한다. 이런 만남이 진전이 되어서 나중에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그 여성은 대전 모 대학원 출신이고, 지역 군수의 딸이었다고 한다. 아내의 성실한 내조를 통해 남편을 신학공부를 해 결국 목사가 되었다고 한다.

하나님의 일하심에 우연이란 없다. 하나님의 선하신 인도하심과 섭리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은혜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필자가 21년 전에 지금 교회를 부임했을 때에는 동네 맨 위 산밑에 자리잡은 미자립의 작은 교회였다. 교회 설립 47년 동안 15명의 목회자가 다녀간 교회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3~4년 안팎이었다.

부임 후 첫 주일부터 주보에 자립교회, 조직교회, 새성전 건축을 기도제목으로 올리고 함께 기도했다. 어려운 일이기에 주님의 은혜를 구하며 기도하고 나아가니 하나님은 이 모든 것을 다 이뤄주셨다.

받는 교회가 자립교회로서 주는 교회가 되게 하셨고, 매번 이웃 교회의 당회장을 모시고 집례를 해야 하는 교회가 조직교회가 되어 위임목사를 세우고, 산 밑에 있는곳에서 사통팔달 교통 좋은 동네 입구에 새성전을 건축하게 하셨다. 이러한 모든 것들을 아름답게 보시고 우리교단에서 모범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번은 타노회의 요청으로 교회 성장에 관해 강연할 기회가 있었는데, 필자는 어떤 강연을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저 무릎을 꿇은 것 뿐이고 맡겨진 일을 그때 그때 사명인 줄 알고 감당한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모두 하나님이 하셨기 때문이다. 우리 교인들이 말하는 "시작하면 됩니다! 기도하면 됩니다!"라는 간증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닷말 교인'이라는 말이 얼마나 어려운줄 알면서 기도의 은혜를 먹고 살아본 경험이 있기에 기도하는 것이다. 우리 교회를 중심으로 5개 부락이 있다. 부락주민 모두 합치면 '닷말 교인'쯤 되겠다.

지역주민을 교인으로 삼고 주의 일을 감당하면 이것이 '닷말 교인'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떤 책 제목이 생각난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너, 열 번 찍어 안 지치는 나.' 그렇다면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열 번 찍어 안 나오는 불신영혼, 열 번 찍어 안 지치는 영혼사랑.' 주님께로 돌아오는 그날까지 '닷말 교인'으로 생각하며 주님의 이름으로 아름답게 섬겨야겠다.



김웅식 목사 / 범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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