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과 회복
[ 주간논단 ]
작성 : 2022년 12월 05일(월) 08:15 가+가-
지금으로부터 35년 전 필자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신학생이 되었다. 일반대학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은혜로운 시간을 신학교에서 보냈다. 선지동산에서 강의, 채플, 기도회, 친교 등 모든 시간이 행복했다. 신학생 뒤통수만 보아도 사랑스럽고, 교수님은 거룩하였고, 신학교 건물을 보아도 기쁘고, 아차산 뒷길을 걸어도 한없이 좋았다. 그것은 나 같은 죄인을 주의 종, 목회자로 삼으시기 위해 선지동산에 보내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크고도 놀라웠기 때문이었다. 또한 평양신학교의 전통과 순교자의 정신을 이어받은 거룩한 신학교에서 필자가 공부하는 것은 기적 같은 하나님의 은혜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장로회신학대학이 보통 신학교인가? 장자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의 직영신학교이며 종교개혁자 칼뱅의 신학을 전승하는 곳이 아닌가? 그리고 구한말, 일제강점시대, 한국전쟁 등 민족의 엄혹한 시기에 길선주, 주기철, 손양원 등 민족의 등불이 되는 수많은 목회자를 배출한 곳이 아닌가? 이런 곳에서 3년을 신학공부하게 되었다는 감사와 감격이 나뿐만 아니라 모든 신학생들에게 있었을 것이다.

이 감사와 감격은 중세교회사와 종교개혁사를 배우면서 더욱 분명해지고 확고해졌다. 중세 로마가톨릭교회의 부정, 부패, 불의한 행태를 배우면서 필자는 로마가톨릭교회에 속하지 않은 것을 감사하였다. 그리고 타락한 로마가톨릭교회에 저항하여 교회를 개혁한 종교개혁자들의 역사를 배우면서 종교개혁의 정신을 이어받은 대한예수교장로교회에 속한 것에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되었다.

신학교에서 배운 중세교회의 타락상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교황 중에 가장 부패한 이는 1492년부터 1503년까지 교황을 지낸 알렉산더 6세, 본명 로드리고 보르지아이다. 보르지아는 성직 매매, 사생아 출생, 뇌물 제공 및 수수, 친인척 비리, 사보나롤라를 비롯한 종교개혁자 탄압 등 온갖 부정부패를 저지른 교황이다. 그의 외삼촌이 교황 갈리스토 3세가 되자 그에게 발탁되어 20대 중반에 추기경이 되었고, 1492년 교황 인노첸시오 8세가 사망하자 추기경들을 돈으로 매수해서 교황에 선출되었다. 교황이 되기 위해 뇌물을 주는 것은 당시의 관례 아닌 관례였다고 한다. 자신의 큰 아들 체자레 보르자를 17살 때 추기경으로 만들었고, 작은 아들 후안 보르지아를 교황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하여 종교권력과 세속권력을 동시에 장악하려고 하였다. 그는 생전의 막대한 권력을 행사한 것이 무색하게도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였다.

지난 4월 한 일간지는 한국교회의 신뢰도가 18.1%로 코로나 이전보다 13.7% 포인트 떨어졌다고 보도하였다. 일반 국민 중 기독교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천주교 보다 훨씬 낮은 18.1%였고, 기독교인 중 기독교를 신뢰한다는 비율은 63.5%이며 비기독교인 중 기독교를 신뢰한다는 비율은 불과 8.8%였다. 500여 년 전 종교개혁 당시와 반대되는 상황이 현재 한국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신뢰도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는 교회 지도자들의 윤리적인 삶(50.2%)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는 타락한 보르지아와 중세교회를 닮은 모습이 우리 목회자들에게 있다는 외침이다. 목회자들이 가룟 유다처럼 돈 욕심 부리고, 야고보와 요한처럼 자리 욕심 부리는 것을 하나님도 교인들도 세상 사람들도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너희는 내게로 돌아오라"(슥 1:3) 말씀대로 처음 소명 받았을 때 만났던 하나님에게로 돌아가자. 설교자로 수없이 자신이 증거 하는 하나님 말씀대로 살아가는 삶을 살자. 사도적 전승과 종교개혁자들의 정신과 순교자들의 신앙을 잃어버리지 말자. 공정과 상식을 지키며 물질 욕심, 자리다툼을 버리자. 신학생 때를 회상하면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목회자로서의 자부심과 긍지가 다시 회복되기를 소망한다.



노승찬 목사 / 한사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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