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빌 언덕'
[ 현장칼럼 ]
작성 : 2022년 11월 11일(금) 00:10 가+가-

유대실 목사

'Oh, can I be your Bibilly Hills' 방탄소년단의 '잠시'라는 곡의 가사 중의 일부다.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라는 옛 속담이 있는데 '언덕이 있어야 소도 가려운 곳을 비빌 수 있다'는 말로, '의지할 곳이 있어야 무슨 일이든지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흔히 '보살펴 주고 이끌어 주는 미더운 대상'을 두고 '비빌 언덕'이라는 표현을 한다. 방탄소년단이 한 방송에서 '비빌 언덕'에 관한 이야기를 했고 이런 내용을 직접 가사에 넣어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 교회도 누군가의 '비빌 언덕'이 되어주는 사업을 하고자 한다. 최근 연달아 자립준비청년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안타까운 뉴스들을 접하게 되었다. 비단 자립준비청년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으로 부각된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연들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매체를 통해 부각되지 않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자립준비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0% 육박하는 청년들이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한다. 섣부른 생각일 수도 있지만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비빌 언덕'이 있었다면 그들이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을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우리나라가 복지에 대한 신경을 쓰지 못하던 때에 많은 종교 단체들이 그 일을 대신했고 교회도 많은 부분을 담당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제 정부가, 지자체가 많은 예산을 책정하여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기업들도 ESG 경영으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전에 교회들이 하던 수많은 섬김 사역들을 정부, 지자체, 기업들이 대신하고 있지만 여전히 교회는 세상을 섬기는 일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복지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는, 정말로 '비빌 언덕'이 필요한 이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주고자 법인을 세우고 사업을 시작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흔히 이런 일들은 규모가 있는 교회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교회가 교회의 규모에 상관없이 이런 일을 할 수 있고, 마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도 구약성경 곳곳에서, 특별히 모세오경과 예언서에서 그 시대(지금도 다르지 않지만) 사회적 약자였던 고아, 과부, 이방인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표현하셨고 예수님도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하시며 그들을 위한 삶을 사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교회가 작아서 할 수 없다는 생각보다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하나의 대안으로 교회의 연합 사역을 생각하게 되었다. 교회가 작아서 할 수 없다는 생각보다는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예수님을 따라 살고자 하는 뜻을 모아 교회가 서로 연합한다면 지역사회의 복지사각지대를 지원하는 일들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지난 4년 가까운 시간을 카페교회 목회자로 살면서 우리 교회를 통해 이루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비전과 사명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어 여기까지 왔는데, 또 다시 한 걸음을 내디디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길을 오늘의 이야기에 담아 보았다.



유대실 목사/ 예향교회·카페 투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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