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의 로뎀나무
[ 성지의식물 ]
작성 : 2021년 10월 19일(화) 08:20 가+가-
이강근 목사 35. 로뎀나무

광야의 로뎀나무. 주로 물이 고인 곳이나 물이 흘러가는 와디에서 자란다.

무성하게 자란 로뎀나무는 대싸리나무여도 그늘이 된다.


로뎀나무는 헤브론 남쪽에서 서식하는 광야의 식물이다. 광야의 식물이기에 나뭇잎이 없는 대싸리나무다. 광야의 물이 고이는 곳이나 물이 흘러가는 와디에서 자란다. 광야에서 살아남아야 하니 뿌리가 아주 깊다. 광야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식물이 싯딤과 로뎀나무로 싯딤나무가 나무로 크게 자란다면 로뎀나무는 뿌리부터 여러 갈래의 수풀로 뻗어나는 관목이다.

로뎀나무가 성경에 언급된 곳은 광야를 배경으로 한다. 로뎀나무(히브리어로 '로템')는 성경에 4회 언급된다. 그러나 관목(히브리어 '씨아흐')으로 언급되고 무대가 광야라면 로뎀나무(로템)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하갈이 브엘세바 광야에서 방황하다 아들 이스마엘을 관목덤불(씨아흐) 아래에 두었다는 관목덤불은 로뎀나무라고 해석한다.

"… 하갈이 나가서 브엘세바 광야에서 방황하더니 가죽부대의 물이 떨어진지라 그 자식을 관목덤불 아래에 두고"(창21:14~15).

하갈이 아들 이스마엘을 관목덤불 아래에 둔 것은 비참한 상황을 말하기도 하고 로뎀나무 자체가 그늘이 되었기 때문이다. 유대학자들도 관목덤불(씨아흐)을 로뎀나무로 해석한다.

로뎀나무는 광야라는 환경에서 이해해야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이스라엘의 전국에서 로뎀나무가 자라지만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것은 모든 것이 부족한 광야에서는 로뎀나무가 눈에 보인다. 한여름 땡볕에서 잠깐 앉아 쉬어갈 수 있는 그늘이 되기도 하고, 극심한 기근이 들 때 뿌리를 먹기도하고, 단단한 로뎀나무 뿌리는 숯을 만들어 사용한다. 아주 오래타는 숯이 된다.

로뎀이란 발음이 예뻐서일까. 로뎀이란 이름은 교회의 쉼터나 카페 이름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 지금도 이스라엘은 로뎀(로템)을 사람의 이름으로, 지역 이름으로, 거리 이름으로 그리고 카페나 건물 이름으로 사용한다. 로뎀나무는 잎이 없어 그늘은 없지만 가느다란 가지들도 그늘을 제공한다. 광야의 로뎀나무 아래 그늘을 의지한 이가 바로 엘리야 선지자다.

엘리야 선지자는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 850인을 쳐죽인 영력이 강한 선지자이지만 이세벨의 서슬 퍼런 살해 위협을 피해 광야로 숨어들었다. 마실 물도 먹을 음식도 없는 광야에서 죽기를 구했을 때 그가 유일하게 의지한 곳이 광야의 로뎀나무 아래 그늘이다. 그곳에서 천사가 가져다 준 음식과 물을 마시고 힘을 내었다.

봄철에 피어난 로뎀나무 꽃.
"자기의 생명을 위해 도망하여 유다에 속한 브엘세바에 이르러 자기의 사환을 그곳에 머물게 하고 자기 자신은 광야로 들어가 하룻길 쯤 가서 한 로뎀나무 아래에 앉아서 자기가 죽기를 원하여 이르되"(왕상19:3~4).

하갈이 그랬던 것처럼 브엘세바에서 하룻길이면 네게브 광야 깊숙한 곳이다. 그곳에서 싯딤나무 아래 거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가 택한 곳은 로뎀나무 아래였다. 아마도 도망자의 신분으로 싯딤나무의 그늘 아래보다 로뎀나무 수풀을 택한 것은 당연하다. 지금도 광야 여행 중에 용변 볼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로뎀나무 숲이다.

로뎀나무가 성경에 나오는 두 곳이 더 있는데 욥기서와 시편이다. 유대문헌에서 언급된 로뎀나무를 살펴보면 로뎀나무의 가치를 알 수 있다. 바벨론탈무드의 본문이 되는 미드라쉬에는 로뎀나무로 만든 숯과 관련해 이런 이야기가 있다.

"광야에서 두 사람이 로뎀나무 아래 앉아서 음식을 지으려고 나뭇가지를 주워와 불을 붙여 음식을 지었다. 그리고 길을 떠난 후 일년만에 돌아와 재가 된 그 위를 밟았는 여전히 불씨가 살아있어 발을 데었다"

로뎀나무 숯은 아주 오래 간다. 광야의 추운 겨울철에 불에 타는 로뎀나무 숯을 흙을 덮어 두면 운기가 밤새 간다. 베두인들은 천막 안 로뎀나무 숯에 불을 지핀 운기로 광야의 추위를 이겨낸다. "장사의 날카로운 살과 로뎀나무(레타밈) 숯불이리로다"(시120:4). "떨기나무(씨아흐, 관목) 가운데서 짠 나물도 꺾으며 대싸리(로템) 뿌리로 식물을 삼느니라"(욥30:4)

로뎀나무를 보면 식물을 보는 마음도 환경에 따라 다르다. 열악하지만 생존을 위해 그늘이 되고, 기근에는 뿌리를 먹기도하고, 광야에서 보기 드물게 향긋한 진한 향이 광야를 아름답게 만든다. 이것이 광야의 로뎀나무다.



이강근 목사 / 이스라엘 유대학연구소 소장
많이 본 뉴스

뉴스

기획·특집

칼럼·제언

연재

우리교회
가정예배
지면보기

기사 목록

한국기독공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