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주치의 활동과 마을돌봄
[ 현장칼럼 ]
작성 : 2021년 09월 17일(금) 11:09 가+가-

임종한 교수

장애인에겐 건강이 매우 중요하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있어 기본이 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장애인들의 건강권은 인권의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장애인은 자신의 장애가 원인이 돼 생기는 건강상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의료지원 부실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후천적 만성질환들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장애인들을 위한 의료서비스 제공은 장애인들의 오랜 바람이었다. 1994년 안성의료협동조합이 처음 창립된 후 여러 지역에서 지역주민들이 사회적협동조합을 조직하여 사회적 약자의 건강권을 지키는 여러 활동을 했다. 그중 지역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건강취약그룹은 바로 장애인들이다.

한국의료사협연합회에서는 지역의 이러한 여건을 고려하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장애인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을 제안했는데, 이것이 받아들여져 2014~2015년에 장애인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을 시행하게 되었다. 장애인들은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고,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이때 진행된 시범사업을 통해 장애인들도 주치의를 두고 평소 건강관리를 받게 되면서 매우 뜨거운 반응을 얻게 되었다.

한 사례를 들자면, 중증 지적장애인 장 아무개(25) 씨에게 세상은 위험한 것 투성이다. 길을 걷다 자전거나 자동차를 마주할 때면 공포감에 호흡이 가빠진다. 8개월 전엔 뇌전증 발작을 겪으면서 걷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발뒤꿈치엔 욕창이 생겨 밖에 나가는 일은 더 어려워졌다. 그런 장씨 집에 방문한 주치의는 욕창 치료는 물론이고, 집에서 근력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방문 운동처방사를 연결해줬다. 장 씨는 의사가 자신의 집을 방문해준 것만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게 되었다.

이같은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이러한 시범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확보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건강권법)'이 2017년 12월에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여러 장애인단체들과 합심하고 국회에서 장애인건강권에 관심을 보여준 의원들과의 협력이 만들어낸 성과였다. 장애인건강권법은 장애인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보건관리체계 정비, 의료접근성 개선에 관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의 건강권, 차별없는 권리, 동등한 접근성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장애인 건강권법'의 기본이념이다. 이 법안에는 장애인들을 위해서 장애인건강주치의제가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돌봄과의 연계가 가능하게 되어, 이는 장애인들을 위한 의료서비스, 지역사회중심 재활서비스와 통합돌봄서비스(커뮤니티케어) 제공에 훌륭한 기반이 된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 홍보가 널리 돼 있지 않고, 참여한 의사들의 수도 적어 장애인건강주치의제도는 2차례 시범사업에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건강주치의와 지역간호사, 사회복지사, 재활치료사, 운동재활사 등 장애인 건강관리와 관련된 전문가들이 팀으로 접근·지원하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기독의료인들과 신앙인들이 적극 참여하여 만든 의료협동조합은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건강권을 지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보잘것 없는 이들에게 해준 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에게 해드린 것이라는 소명을 가지고 기독교인들은 우리사회의 의료시스템을 건강하게 바꾸어나가는 일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



임종한 이사장 / 희년상생사회적경제네트워크·인하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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