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에서 백합화는 어떤 꽃일까? (하)
[ 성지의식물 ]
작성 : 2021년 03월 15일(월) 16:46 가+가-
이강근 목사8

성지의 들판에 피어 있는 붉은색 아네모네 꽃.

성지에 방문하면 백합화에 대한 관심이 크다. 그 이유는 아마도 다음의 말씀 때문이다.

"들의 백합화를 보라…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느니라(마 6:28~29)"

성지에서 아네모네를 가르키며 저 꽃이 예수님이 말씀하신 백합화라 하면 의하해 한다. "흰색의 꽃이 아니였어요? "라고 되묻는다. 백합화는 흰꽃이라 생각했는데 붉은색 아네모네라니. 심지어 성지에서 백합화는 아네모네뿐만 아니라 들녘에 피어나는 수많은 꽃들을 백합화로 부른다는 것에 다시 한번 의아해 한다. 백합화를 이해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백합화의 백자가 흰백자가 아니라 일백백자라고 알면 된다. 그래서 백합화는 성지의 들에 피는 백 여 가지나 되는 들꽃의 총칭인 것이다.

들의 핀 아네모네를 보고 "이것이 성경에서 말하는 백합구나"라고 생각하면 무난하다. 그러나 "근데 왜 붉은색 아네모네가 백합화지?"라고 생각하면 아주 복잡해진다.

그럼 어떻게 해서 백합화가 붉은색 아네모네가 됐는가? 구약에서 백합화로 언급된 히브리어 이름인 '쇼샨나(쇼산)'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흰색 백합화(lily) 꽃들이 나타나고, '하브쩰레트'를 검색하면 나르키스(Narcissus)과의 여러 꽃들이 보여진다. 모두가 흰색의 꽃들이다. 붉은 색 꽃은 없다. 그런데 성지에서는 붉은 색 아네모네를 백합화라 소개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예수님이 산상수훈을 주셨던 갈릴리의 산야에 피어난 봄꽃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꽃이 바로 붉은 색의 아네모네다. 성지의 봄을 아름답게 수놓은 붉은 색의 꽃으로 치자면 당연히 아네모네가 있고 여기에 양귀비 아도니스가 모두 백합화에 해당한다. 피어나는 순서도 아네모네가 가장 먼저 피어나고 아도니스 그리고 양귀비가 이어 피어난다. 그러니 성지 봄은 1월부터 5월까지 온통 붉은색 카페트를 깔아놓은 듯하다.

구약에서 솔로몬이 술람미 여인의 아름다운 입술을 백합화(아 5:13)로 비유한 것을 보면 백합화는 당연히 입술처럼 붉은색이 됐을 것이다. 이미 4장에서 네 입술은 홍색 실 같다(아 4:3)고 하니 두말할 나위가 없이 붉은 색이다. 여기에 더해 솔로몬 왕의 자주색 옷이나 왕의 권위를 나타내는 홍의에서도 자연스럽게 붉은색이 도출된 듯 하다. 성지에서 붉은색을 품은 대표적인 꽃이 아네모네인 것이다. 쇼산나(백합화)는 구약성경에 총 12번 언급되는데 그 중 8번이 아가서에 기록돼 있다. 그러고 보면 솔로몬은 백합화를 참 좋아한 듯 하다. 그러나 예수님의 반전은 바로 이 솔로몬이 입은 그 어떤 의복도 이 백합화만 못하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아네모네는 성지에서 가장 대표적인 꽃임에는 틀림없다. 솔로몬의 아름다운 의복도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리라는 예찬은 틀린 말이 아니다. 누가 가꾸지 않아도 이렇게 산천에 스스로 피어나니 말이다. 특히 더 아름다운 것은 토양이 좋은 꽃밭이 아니라 돌짝밭의 거칠고 황량한 광야에 피었기 때문일 것이다. 히브리어로 아네모네를 칼라닛이라 부른다. 신부란 뜻이다. 봄의 신부. 참 어울리는 이름이다. 성지의 백합화가 더욱 아름다운 것은 가시밭에서 더욱 돋보이는 꽃이기 때문이다. 황무지의 땅 가시밭에 대조되며 그 아름다움이 더욱 고조된다. 다음의 가사도 성지의 현장을 잘 표현한 말이다. "가시밭에 백합화 예수 향기 날리니 할렐루야 아~멘!"

사실 백합화란 꽃이 어떤 꽃이냐는 것은 단지 사전적인 관심일 수 있다. 무슨 꽃이냐는 논쟁보다 그 꽃이 왜 언급되었는지를 들여다 보는 것이 중요하다. 들의 꽃은 그저 흔한 꽃이지만 인간이 온갖 권위와 사치로 꾸며놓은 그 어떤 것도 이보다 아름답다는 것이요, 아가서에서는 술람미 여인의 아름다움을 꽃으로 비유한 것이고, 이사야서에서는 황량한 사막에서 극적으로 대비되는 향기와 시각적인 면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쇼산(백합화)이 진짜 어떤 꽃인지 궁금해하는 구절이 하나 있다. 바로 성막의 놋바다를 설명하며 쇼샨을 언급하는 구절이다. "바다의 두께는 한 손 너비만 하고 그 둘레는 잔 둘레와 같이 백합화의 모양을 만들었으니(대하 4:5, 왕상 7:26)" 놋다바의 모양을 했던 그 백합화가 진짜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하다.

이강근 목사 / 이스라엘유대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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