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기술의 협력 통해 확장되는 하나님 나라
[ 인공지능시대를위한미래담론 ]
작성 : 2024년 01월 29일(월) 09:22 가+가-
1.첨단기술 시대 신학의 과제와 전망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새로운 세계관의 등장과 이로 인한 혼란이 예측되는 가운데 새로운 질문에 대한 응답을 기독교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본보는 '연중기획 - 인공지능 시대의 미래담론'을 기획해 한 달에 한 번 게재한다. <편집자 주>





첨단과학기술 시대, 포스트 휴먼의 시대, 인공지능과 사이보그의 시대는 기후변화와 팬데믹으로 이어지는 범지구적 위기들과 중첩되면서 다중위기를 겪고 있지만 정작 이 대전환의 시대를 이끌어가는 핵심적 추동력으로서의 '기술'에 대한 신학적 성찰과 그 목회적 적용이 빈곤하다. 그리스도인의 일상이 연결된 컴퓨터와 디지털기술의 발달에 따라 인터넷을 넘어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메타버스, ChatGPT에 이르기까지 속력을 내는 기술은 인간의 필요와 의도에 따르는 도구적 기계의 수준을 넘어서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인간의 생각과 활동 전체에 본질적인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첨단기술의 발전은 사회문화 전반의 변화를 넘어 오랜 기간 익숙했던 교회 활동과 신앙방식, 그리고 신앙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재고하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한국교회가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현대사회에서 기술이란 무엇인가를 새롭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고 인간 역사와 기술 발전의 관계성을 밝힘으로 기술에 관한 인간 중심적인 낙관과 비관이라는 이분법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과감히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역사는 아무렇게나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뜻과 방향이 있기에 첨단기술 시대에도 여전히 또 하나의 세계인 디지털 지구(Digital Earth) 한가운데서 지금도 일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 하나님의 사랑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운동적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기술은 단 한 순간도 인간 역사에서 분리된 적이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테크놀로지의 어원인 '테크네(Tekhne)'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인간과 분리된 도구적 근대의 기술관과는 다르게 고대의 기술은 인간문화와 분리되지 않았고 예술과도 다르지 않았다. 이러한 기술개념의 변화 속에서 우리는 진지하게 다시 물어야 한다. 현대 기술은 인간을 위협하는 대상인가? 알파고의 등장은 인간과 기계의 대결을 의미하는 것일까? 한국교회는 이러한 기술에 대한 이해의 변화와 상관없이 기술을 그저 선교와 예배를 위한 도구로 바라보는 관점은 문제가 없을까? 기술이 인간성에 새로운 도전을 주고 있는 시대에 우리의 새로운 과제는 무엇일까? 사람이 도구를 만들고 도구가 사람을 변화시킨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기술 발전을 추동하는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네트워크에 함몰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일방향적 인식을 넘어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의 관계를 파악하는 신학적 노력을 통해 고정된 경계를 넘어 하나님 나라의 확장성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기술개념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업혁명 이후 기술은 오랫동안 인간의 신체적 활동을 돕는 도구나 연장의 형태로 수동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해 왔다. 그러나 오늘의 첨단기술은 이미 그 자체가 인간의 사는 환경이요 생태계가 되었다. 즉 현대사회에서 기술은 미디어와의 상호작용 방식, 인간의 인식체계와 세계관, 인간 사이의 상호관계 방식, 사회문화적 차원 등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렇게 기술의 변화는 우리의 실제적인 삶뿐 아니라 정신적, 정서적, 영적 차원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다차원적 디지털 세계(Digital World)의 현상은 인간의 편리함을 넘어 기존의 개념적 틀을 균열시키고 더 근본적으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규범과 가치의 문제를 제기하며 다중 전환을 불러오고 있다. 이제 우리가 도구적 기술개념에 대한 다양한 비판을 숙고하고 기술 개체를 기술과 인간, 사회와 자연 그리고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체로 바라볼 때 교회는 신앙인이 살아가는 생활세계에서 기술 발전이 가져오는 급진적 기술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신학적으로 응답해 나아갈지를 진지하게 숙고해야 한다.

둘째 만물은 하나님 사랑의 매체이다.

기술과 인간의 관계성에 대한 성찰이다. 기술은 갑자기 우리에게 다가온 주제가 아니라 인류가 처한 위기 때마다 헤쳐 나가는 길에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였으며 하나님의 창조와 구원의 서사에 늘 함께해 왔다. 현대 기술사회는 기술의 인간화와 인간의 기술화가 공존하여 때로는 복잡한 현상을 만들며 그 복잡함은 어떤 것이 우선적인 가치인지 분별이 어려울 때가 있다. 만약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기술 개체와 인간의 상호관계를 설정하게 되면 전통적인 수동과 능동의 관계를 극복하게 하고 각각의 존재 자체가 하나님의 창조 세계 속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신약성서에서의 기술개념의 이해는 골로새서 1장의 만물에 대한 해석으로 가능하다. '만물'이란 '타 판타'를 번역한 것으로 그리스도의 구원 사역은 인간뿐 아니라 비이성적인 피조물, 물질적인 피조물, 생물, 무생물, 유기체, 무기체, 사물들(things)등을 포함한다. 하나님은 그리스도를 통해 만물을 창조하시고 유지시키시고, 그리스도를 통해 바로 그 만물을 하나님과 화목하게 만들고 계신다. 더군다나 지구 위의 모든 만물은 우리의 눈에 보이든 그렇지 않든 인간 인식의 가능성에 상관없이 하나님 나라가 구현되는 과정에서 사랑의 매체가 된다. 놀랍게도 바울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루어져야 할 궁극적인 화해의 대상을 '만물'이라고 규정한다. 골로새서 1장 16절 "하늘과 땅에서 …만물이 다 그로 말미암고 그를 위하여 창조되었고"와 골로새서 1장 20절 "만물 곧 땅에 있는 것들이나 하늘에 있는 것들이 그로 말미암아 자기와 화목하게 되기를 기뻐하심이라"에서 두드러진다.

구약시대 광야에서도 성막에 대한 하나님의 세세한 명령은 인간의 기술 특성을 통하여 미학적이며 종교적 응답으로 표현된다. 성막은 인간 공동체와 기술 개체들의 결합체로서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을 만나게 하고 소통하게 하는 거룩한 공적인 장소로 거듭난다. 성경의 구원사에서 그 어떤 순간에도 인간은 고립되어 있지 않으며 그 역사는 항상 비인간 즉 방주와 바다, 성막과 광야, 그리고 지팡이와 홍해 등과 같이 구원의 서사를 형성해 가는 다양한 협력적 존재들과 함께 했다. 기술 신학의 핵심으로 만물에 대한 성경적 해석은 기독교가 인간중심이 아니며 인간만이 세계의 변화를 만들어 가는 주체가 아님을 깨닫게 한다. 시편 119:91은 인간을 넘어 만물이 주의 종이 됨을 증거하고 있다. 인간이 자연에서 분리되거나 기술과의 협력을 제외한 채 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기술과 인간의 상호관련성과 기술 개체들의 본래적 가치는 현대 기술개발로 인해 또 하나의 지구를 형성하고 있는 디지털 지구(Digital Earth) 역시도 하나님 창조와 구원의 네트워크로서 긍정적으로 인식하도록 한다. 이렇게 인류의 창조와 구원의 역사에서 만물(all things)에 대한 성경적 해석은 하나님과의 화해의 과정에 인간뿐 아니라 땅의 모든 것을(all things) 포괄하며 새 하늘과 새 땅을 실현해 간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과정에서 인간의 고유한 역할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중심적이고 도구주의적인 기술개념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기술은 자동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인간의 중재와 협력을 통해서만 발생한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즉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기구나 기술개체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하나님의 부여하신 인간의 창조성, 생산성 그리고 발명과 같은 기술 본성이 결합된 결과다. 이렇게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을 나타내는 중재자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하나님 앞에 책임을 지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기술이 인간과 분리되고 인간성을 파괴하는 기술개발이 되지 않도록 시민적 감시와 동시에 그리스도와 만물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인간과 기술의 협력을 통해 신적인 목적을 실현해 가는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하나님과 인간, 인간과 세계를 매개 없이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세계의 천하 만물은 계시의 초월적 진리와 사회문화적 변화 사이를 매개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인간과 기술의 관계론적 관점은 제아무리 빠르게 변화되는 기술이라 할지라도 그 기술이 지구와 인류를 위해 바른 방향으로 진보할 수 있도록 신학이 적극적 공론의 장에 참여해야 하는 책무가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특별히 한국교회가 시대적 사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첨단기술에 대한 윤리적 규범을 고민하고 기술개발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윤리적 문제에 책임적으로 응답하는 신앙적 관점과 더 나아가 올바른 기술개발의 방향에 대한 기여를 통해서 더욱 바람직한 사회문화를 건설함으로 하나님 나라의 실현에 헌신할 수 있어야 한다.



김은혜 교수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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