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수 없는 법
[ 기자수첩 ]
작성 : 2020년 05월 18일(월) 12:06 가+가-
"솔직하게 말해봅시다."

농어촌교회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폐당회'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총회 농어촌선교부가 이번 제105회 총회에서 폐당회 문제 해결을 위한 헌법 개정을 헌의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대부분의 농어촌교회 목회자들은 폐당회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총회가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농어촌 지역에서 70세면 청춘"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었고 "장로 1명 세울 수 있는 교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사례를 좀 더 살피기 위해 마침 폐당회 위기에 놓인 농어촌교회의 목회자와 통화가 됐다. 그는 뜻밖에도 "필요가 있습니까?"라고 반문하며 "폐당회 문제 해결을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당황스러웠다. 이유는 '장로·목사와의 갈등'이다. 목회자는 "정책마다 반대를 하니까 목회가 힘들었다. 권리만 주장하고 의무는 다하지 않는다"고 날선 비난을 퍼부으며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일부에서는 "은퇴장로가 여전히 '시무장로'인 것처럼 교회 정책에 감놔라 배놔라 한다"는 등의 하소연도 있었다.

또 한편에서는 "폐당회 됐지만 이 사실을 언론에 노출할 수는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폐당회 됐지만 노회 총대로 파송되고 있고 일부에서는 당회도 유야무야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폐당회된 교회의 위임목사는 임시목사로 3년마다 연임청원을 해야 하는데 이 조차도 '서로 알고는 있지만' 모른척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폐당회는 교회 만의 문제가 아니다. 폐당회는 당회 존립은 물론 '노회 존립'도 위태롭게 한다. 30개 이상의 조직교회가 모여야 노회가 성립되는 데 지금의 농촌현실에서는 점점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농어촌교회의 서글픈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나치게 변화가 없는' 가족적인 농어촌교회의 특성상 얽히고 설킨 복잡한 관계들이 '갈등'으로 드러나고 고령화와 인구 감소는 교회 존립을 흔들고 있다. 이런 저런 답답함에 누군가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면서 "도시 대형교회가 장로를 농어촌교회로 파송해달라. 총회가 추구하는 도·농교회 상생이고 동반성장정책 아니냐"며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어쨌든 '변화'는 필요하다. 그럼에도 총회 헌법개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몇차례 같은 안건이 총회에 헌의됐지만 반려된 것도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법은 있으되 지킬 수 없는 법이라면?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하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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