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여행이다
[ 목양칼럼 ]
작성 : 2020년 02월 07일(금) 00:00 가+가-
언젠가 차를 운전하고 가는 중에 한 방송채널에서 두 남녀가 주고 받는 대화가 흘러나왔다.

"자유가 무엇인가요?" 여성이 물으니, "아무 간섭받지 않는 거죠"라고 남성이 대답했다. 그러자 질문한 여성이 "틀렸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에 자유에 대해 이러 저러한 정의를 마음속으로 떠올리고 있었다. 그때 그 여성이 대뜸 "자유는 여행이에요"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곧 바로 여행 광고가 이어졌다. 앞의 대화는 한 여행사의 광고멘트였다. 자유가 여행이라니 역설인 듯 하면서도 일면 수긍할 만한 발상이다.

사람들은 일상의 지루한 생활 속 또는 빡빡한 일정에서 벗어나 잠시만이라도 자유해지고 싶어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복잡하게 얽혀져 있는 조직과 관계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요즈음은 돈을 벌어 집을 사고 아파트를 사는 것보다, 오히려 여행지에서 여가 즐기는데 아낌없이 돈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자유는 여행이다"라는 한 여행사의 이 홍보멘트는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인생은 어떨까, 내 인생은 과연 자유로운가?

목사들에게도 바쁜 목회일정에서 벗어날 자유가 필요한데 무엇이 우리에게 자유를 경험하게 해 줄 수 있을까. 목사들은 보통의 일상에서 규칙적으로 또는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여러 목회일정으로 인해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에 마음껏 쉴 수 없기 때문에 늘 긴장 가운데 지내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목회 일정 속에서 갑자기 찾아오는 일들 속에서도 자유로움을 느끼며 살 수는 없을까? 나에게 부여된 일들을 즐기며, 사역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목회 자체를 감사하고 누리며 살 수는 없을까?

목회가 때로 실패해도, 실패했어도, 실패할 듯해도 절망하지 않고, 잘 되어도, 잘 되었어도, 잘 될 듯해도 교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내 존재를, 삶 자체를 나를 지으신 이에게 통째로 맡겨 버리고, 자유해보면 어떨까를 생각해본다.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게 아닐 것이니 말이다. 자유함! 이 느낌이 참 좋다. 이 느낌은 어쩌면 시간의 여유, 삶으로부터의 여유에서 보다 자신의 마음에서부터 연원됨을 알기에 올해부터는 마음으로부터 오는 긴장을 떨치고, 때로는 삶의 곁가지들을 잘 가지치기도 하면서 살아보고자 마음 먹는다.

구정 명절의 연휴에 외지로 여행을 떠나지는 않았지만 출가한 자녀와 손주들과 함께 만나 한가롭게 지내며 모처럼 마음의 휴식을 경험했다. 아이들을 배웅하고, 돌아서는데 폰에서 벨이 울린다. 성도 한 분이 별세하셨다는 소식이다. 새해들어 마음으로 결심한 다짐 때문일까? 장례예배의 준비를 서두른다. 행동은 민첩하지만 마음은 훨씬 느긋해졌다. 이제야 목회 인생 40여 년만에 나는 조금씩 자유를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남은 목회 여정이 요즘처럼 새삼 소중하게 느껴진 적도 없다. 아픈 성도들, 낙심해 있는 성도들, 그리고 즐거운 곳에서의 부름, 그 모두에게 마음이 가고, 찾아갈 수 있는 건강이 있어 감사하고, 위로해 줄 가슴이 있어서 다행이다. 아직도 필요로 하는 눈빛들이 바라봐 주니 행복할 뿐이다.

인생은 내 존재를 맡길 수 있는 절대자가 주신 은총을 그대로 누리는 선택 받은 자가 경험하는 '자유 여행'이다!

김예식 목사/예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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