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제와 소제의 제사장 규정(레 6: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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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19년 11월 22일(금) 00:00 가+가-
레위기 1장에서 6장 7절이 평신도와 제사장이 제물을 다루는 규정을 다루고 있다면, 6장 8절부터 7장은 제사를 집전하는 제사장의 규정을 다룬다. 사실 제사장의 규정은 평신도들이 알 필요가 없고, 또 알 수도 없었다. 제사장이 제사 집전을 위해 숙지해야 하는 제사장 지침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사와 관련된 제사장 규정은 오늘날 그리스도인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은 세상에 대하여 제사장 노릇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벧전 2:9).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복음이 주는 행복을 전하고, 예배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점에서 거룩한 제사장의 삶을 살아간다.

먼저 번제에 대한 제사장 규정에서 살펴보아야 할 내용이 9절에 나온다. 당시 이스라엘 백성은 하루에 두 번, 아침과 저녁에 번제를 드렸다. 저녁부터 짐승을 온전히 태우는데 번제물은 아침까지 제단 위에 있는 석쇠 위에 두고 제단불이 꺼지지 않도록 해야 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유대인이 가지고 있던 시간 개념이다. 유대인은 하루의 시작이 저녁에 시작하는 것으로 여겼다. 창세기에서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는 표현이 이러한 시간관을 나타낸다. 그래서 유대인의 안식일이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한다. 현대인의 시간관에 맞지는 않지만, 이것은 중요한 신앙의 차원을 보여준다. 어떤 사람이 저녁 시간을 보내는 삶의 양태를 보면 그 사람의 삶과 신앙의 모습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레위기는 저녁, 곧 하루의 시작에 번제물을 하나님께 드리고 이 번제물이 밤새도록 아침까지 제단 위에 놓이도록 했다. 자는 시간 동안에도 주님께 드린 번제물은 제단 위에 머물러 있었다. 그 다음 10~11절에는 제사장이 번제를 태운 나무의 재를 취급하는 규정과 제사 드리는 사람의 옷차림에 대한 규정이 나온다. 제사장은 세마포 긴 옷, 모시 두루마기를 입고 속바지로 하체를 가리고 제단 위에서 태운 재를 제단 곁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재를 진영 바깥 정결한 곳에 가져갈 때에는 다른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12~13절은 제사장이 제단 불을 다루는 방식을 규정한다. 불이 제단 위에서 항상 타오르게 하고, 꺼뜨려서는 안 된다. 항상 타오르는 불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께 드리는 영원한 예배를 상징한다. 단 위의 불이 꺼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은 하나님이 늘 제단에 계신다는 사실을 뜻하고, 하나님은 자기 백성이 늘 하나님을 섬길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을 기대하신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제단 불을 꺼뜨리지 말아야 하는 일은 제사를 담당하는 제사장들이 하는 일이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도 제단 불을 꺼뜨리면 안 된다. 삶을 통한 예배, 삶 속에서 끊임없는 기도를 드려야 하는 것이다. 바울이 간구한 것처럼 쉬지 않고 기도하는 삶이 주님이 원하시는 삶이다(살전 5:16~18). 이처럼 번제를 드리는 제사장 규정이 주는 가르침은 삶에서 영원히 계속되는 예배, 제사를 드리는 사람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에 대한 것이다.

다음으로 14~23절에는 소제를 드리는 제사장 규정, 소제물을 취급하는 방식이 나온다. 제사장으로 위임할 때 드리는 소제물은 온전히 태워서 하나님께 드려야 했지만, 일상에서 드린 소제물의 경우는 달랐다. 전체 소제물 가운데 한 웅큼은 상징적으로 하나님께 드리고, 나머지는 성소에서 일하는 제사장들이 먹을 수 있었다. 소제물이 제사장들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제사장들은 다른 이스라엘 백성과 달리 하나님께 땅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하나님이 제사장들에게 성소의 일을 하게 하시고, 성소에서 나오는 제물을 가지고 살도록 하셨다(민 18:20).

이처럼 하나님은 제사장과 일반 신도들이 바른 제사를 드리기를 원하신다. 하지만 예언서와 시편에서는 잘못된 제사를 드린 일반 백성과 제사를 잘못 집전했던 제사장들을 꾸짖는 구절을 찾아볼 수 있다(사 1:11, 렘 14:12, 호 6:6, 암 5:22, 미 6:6~8). 하나님은 형식적인 제사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담은 진정한 예배를 원하신다. 구약의 예언자들은 화려하게 드리는 예배 속에서 하나님의 눈물을 보았다. 사실 제사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제사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생각과 의도를 가지고 제사하는 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이나 빌리-플라인(Ina Willi-Plein)은 연극 대본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연극배우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레위기의 제사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제사를 드리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고 표현하였다.

번제에 대한 제사장 규정이 요구하듯이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예배와 기도가 끊이지 않아야 한다. 소제에 대한 제사장 규정에 나오듯이 소제물을 먹음으로써 하나님의 백성의 삶과 생명이 풍성해진다. 그리스도인은 이러한 예배의 삶을 구체적인 삶 속에 적용하여 삶과 예배가 일치하는 삶, 사회에 정의와 공의를 실현하는 예배를 드리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 때에 교회는 세상의 희망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번제와 소제의 제사장 규정이 주는 가르침이다.

김선종 교수/호남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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