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고 싶은 것'에서 '배우고 싶은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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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19년 09월 04일(수) 00:00 가+가-
어느 기업 연수원 휴게실에 눈길을 끄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그곳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Q&A'식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내용이었다. 일과 후 저녁 시간에 가볼 만한 음식점 같은 곳도 있었다. 비슷한 질문을 자주 해오니까 빈도수가 높은 질문 10가지 정도를 뽑아 답을 적어놨는데 꽤 유용했다.

30년 전쯤 척 스미스 목사가 시무하는 미국 갈보리교회를 견학한 적이 있다. 그 교회 교인들은 목회자에게 상담하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신청서에 적어 상담실에 제출한다. 그러면 전문가들이 그 내용을 읽어보고 거기에 맞는 답변이 녹음된 테이프 자료를 준다. 그걸 들어보고 더 알고 싶으면 다시 신청서를 내고, 거기에 맞는 녹음 테입 자료를 다시 제공받는다. 그래도 안 되면 목회자를 직접 만나 상담을 한다. 리스트를 보니 녹음 테입 종류가 수 백 가지는 되는 것 같았다. 교인들의 '필요(need)'에서 출발하는 획기적인 신앙 교육 방식이었다.

어떤 남편이 아내를 위해 닭튀김을 주문했다. 그리고는 닭다리를 집어 아내에게 건넸다. 그러자 아내는 화를 내며 짜증을 냈다. 자기가 싫어하는 거라며. 아내가 어느 부위를 좋아하는지 물어봤더라면…. 대학에는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이 있다. 만족도는 당연히 선택과목이 더 높다. 교인들이 교회에서 접하는 대표적인 신앙 수업은 설교다. 그런데 설교는 따지고 보면 필수과목이다. 설교의 특수성은 존중하지만, 설교 메시지 내용은 청중보다 설교자의 필요에서 출발하는 것이 사실이다.

교사(목회자)는 교인들이 삶 속에서 접하는 곤란한 상황을 잘 헤쳐나가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려면 교인들이 일상에서 무엇을 힘들어 하며, 교사에게 무엇을 물어보고 싶어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교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면 다양한 질문 거리들이 나올 것이다. 예를 들면 표에 적은 것들이다.

그 중 가장 많이 나온 것들을 연구하여 답변을 제시해줘야 한다. 물론 이런 고민거리들을 다루는 참고 서적들이 없지 않다. 그러나 교인들이 자기 고민거리에 대한 해법을 왜 교회 바깥에서 찾아봐야 하는가. 신앙생활에 정답이 있을 수는 없으니, 성경말씀에 근거하여 여러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결정은 스스로 하도록. 문제와 해법을 소책자에 시리즈로 제작하여 교회 내에 비치하면 어떨까? 또는 동영상으로 제작해 교회 홈페이지에 게시해두면 어떨까? 설교 영상만 올리지 말고.

가르치고 싶은 것만 가르치지 말고, 학생이 알고 싶은 것을 가르치자.

이의용 교수/국민대 · 생활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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