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선교지의 환경 피난민
[ 12월특집 ]
작성 : 2023년 12월 29일(금) 08:00 가+가-
2022년 6월 현재, 기후 위기와 정치적 내전 그리고 종교적인 박해와 경제적 이유 등으로 강제로 집을 잃은 사람들의 수가 지난 10년간 매년 증가해 1억 명을 돌파했다. 장 지글러는 기후변화로 인한 사막화로 21세기에는 약 10억의 인구가 식량과 식수 부족으로 고통을 받을 것이며, 수백만의 '환경난민'이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는 브라질, 콩고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열대우림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는 합법 또는 불법으로 엄청난 규모의 벌목이 진행되고 있는데, 대규모 팜 농장과 고무 농장을 만들기 위해 숲을 불태우면서 열대림이 파괴되어 이미 심각한 상태이다. 이 과정에서 생태계가 파괴되고 열대우림 속에 사는 다양한 동식물 들이 사라지고 있으며,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오랫동안 수마트라 중남부 내륙 저지대 열대우림 속에서 살아온 아낙 달람 종족은 수렵·채취 생활을 하며 살아갔다. 그러나 열대우림의 파괴로 인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면서 생존의 위기에 놓인 비참한 피난민으로 전락하고 있다. 아낙 달람 종족은 잠비주, 남부 수마트라주, 리아우주, 서부 수마트라 주에 걸쳐서 오랫동안 저지대 정글 속에서 수렵 채취생활을 하며 신석기 시대의 삶을 살아온 종족이다. 이들은 인도네시아에 태어났지만, 주민등록이 되어있지 않아 인도네시아 국민으로서의 혜택도 받지 못한 채 현재는 삶의 터전인 정글에서 쫓겨나 피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

필자는 인도네시아에서 미트라 스리위자야 재단법인을 설립해, 6명의 총회 파송 선교사들(이진옥, 조요한, 유성경, 박현주)과 함께 한국의 개발 NGO 현지 사업을 수행하는 파트너로서 국제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 피난민 아낙 달람 종족을 위해 인도네시아 지방정부와 협력하여 정착민 주택 사업, 교육 사업, 영양급식 사업 그리고 의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아낙 달람 종족 아이들의 교육사업을 위해 학업에 필요한 물품(학용품, 가방, 신발, 교복 등)을 제공하고 입학에 필요한 주민등록, 가족 등록부 등 모든 서류 절차를 지원한다. 그리고 소도시 방코(Bangko)에 중고등학생을 위한 기숙사와 학업 지도, 학업에 필요한 비용과 예배 및 영적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기숙사에는 12명의 아낙 달람 종족 학생들과 리아우주 탈랑 마막 종족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제개발 영양 사업 전문기관인 사단법인 위드와 협력하여 5세 미만의 양육자를 대상으로 양양 급식, 건강 환경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2개 마을을 대상으로 실시 중이며 사업 모델이 만들어지면 전체 환경 피난민 아낙 달람 종족 마을에 확대하여 실시할 예정이다. 보건의료 사업은 간호사이며 국제보건학을 전공한 박현주 선교사가 책임을 맡아 한국의 우양 재단과 협력하여 실시하고 있는데, 어린이 영양지원, 비상약 지원, 텃밭 조성 및 요리 교실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밀림에서 수렵·채취생활을 하며 살아온 아낙 달람 종족을 위해 땅을 구입하여 정착촌에 텃밭과 농사용 농지를 조성하였다. 아낙 달람 종족에게 다양한 야채와 과일을 재배하도록 교육하는 일은, 이들에게 비타민과 필수 미네랄 그리고 섬유질을 섭취하여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삶을 살도록 돕는 중요한 일이다. 함께 동역하는 유성경 선교사는 농학을 전공하여 텃밭 교육을 지도하고 있으며, 향후 자연 양계 사업을 통해 산란계와 육계를 자영 양계 모델로 시작하여 아낙 달람 종족에게 양계 기술도 전수할 예정이다.

2023년 아낙달람 종족 정착촌 교회 성탄절 행사에서 특송하는 여성도들.
이외에도 한국의 사단법인 위드 그리고 우양 재단을 통해 영양보건 전문 사업과 보건의료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산모와 아동을 위한 의료 및 환경개선 사업을 추진 및 계획 중이다. 출산 전후 임산부 감염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며, 임산부가 균형 잡힌 영양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고 있다. 아울러 빈번하게 발생하는 결핵환자의 수를 줄여나가기 위해 결핵조기진단과 치료 및 영양급식에 힘쓰고 있다. 향후 식수 오염으로 인한 설사와 감염병을 줄이기 위해 한국의 민간기업 아모텍을 통해 우물을 설치하고 무동력 식수 정수기를 환경 피난민 마을에 설치할 계획이다.

환경피난민 선교는 정부기관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슬람이 절대다수인 지역이기에 미트라 스리위자야 재단(NGO)이름으로 정부기관과 관계를 맺으며 지원을 받고 있다. 환경피난민 아낙달람 종족을 위한 정착촌 건설을 위해 재단이 구입한 부지에 정부의 예산으로 주택건축이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정착을 위한 각종 행정적 지원을 정부로부터 받고 있다. 그 예로 응급환자가 발생할 때 보건소나 국립병원에서 무료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하고 있으며, 코로나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낙달람 종족에게 지원금과 물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모든 주민에게 주민등록과 가족등록부를 지원하고 있다.

오늘날 선교사의 감소와 점차 열악해지고 있는 교회의 선교재정으로 인해, 한국 교회로부터 지원되는 선교비로는 환경 피난민 아낙 달람 종족을 지속 가능한 자립으로 돕는데 어려움이 많다. 이제 기후 위기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 난민을 위한 한국 교회의 선교 확장이 필요하다. 특히 남반부 저개발 국가의 빈곤층을 위한 지속 가능한 자립과 이들이 미래의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통전적 선교 사업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리고 선교사는 공적개발원조(ODA)사업을 할 수 있는 선교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며, 전통적인 교회 지원에 의존하는 선교에서 공적개발 기금을 이용하여 국제개발 협력 사업을 진행하는 선교가 요청된다고 하겠다.



이규대 목사 / 총회 파송 인도네시아 선교사·스리위자야신학대학교 선교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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