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왜 생태신학이 중요한가?
[ 12월특집 ]
작성 : 2023년 12월 15일(금) 07:43 가+가-
기후위기 시대의 선교
인류는 1차 세계대전 기간 전 세계를 강타했던 스페인독감의 생태적인 도전을 지난 2019년 12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새로운 형태로 또 한 번 겪게 되었다. 이듬해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 (WHO)의 태워드로스 아드하놈(Tedros Adhanom) 사무총장이 선언한 '팬데믹'이라는 생소한 용어와 더불어 우리는 기후변화의 결과가 이제 먼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일상과 생명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항이 될 수 있음을 절감했다. 이로 인해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축적한 환경과 생태계의 혼란이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인류의 생존에 또다른 위협 요소가 될 수 있음도 확인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적인 상황에서 창조세계의 보전과 책임에 대한 생태신학의 중요성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교회가 창조세계에 무관심했던 이유

그렇다면 지금까지 한국교회의 대응은 어떠했을까. 우리나라는 1960년대와 70년대 당시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과정에서 사회의 여러 모순적인 현상이 축적되었다. 1980년대는 대규모로 조성된 중화학공업단지에서 유발된 공해 문제에 대처하고자 여러 시민사회와 교회 단체들이 조직되어 환경운동을 시작한 시기였다. 이러한 환경단체들은 주로 정부의 환경공해 관련 정책들을 비판하고, 공해문제의 심각성을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캠페인을 선구적으로 이끌어 왔다. 같은 시기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개인의 영혼 구원과 교회 성장이라는 교회중심의 패러다임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창조세계 전반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역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장신대의 한국일 교수는 한국교회가 교회 중심적 선교관으로 인해 교인들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가 '창조의 중보자이며 인류와 우주 만물의 화해자요(고후 5:19)' 또한 '우주와 만물의 주관자로서 새 창조주인 사실(엡 1:10; 21-23)'에 대해서 무관심하도록 만든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하나님의 지속적인 창조사역에 대한 생태신학의 역할

현재 우리 인류가 겪고 있는 생태학적인 도전은 교회로 하여금 그간의 성서해석에 대한 성찰과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창조세계 관련 성서 본문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재발견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최근 생태신학계에서는 창세기의 1장과 2장에 대해서 인간의 자연에 대한 지배에 대한 정당성 부여가 아니라 하나님이 인간에게 창조세계에 대한 청지기의 사명이 부여하였음을 강조하고 있다.

생태신학은 성서에 대해서 인간세계 중심이 아닌 하나님의 중심으로 해석하도록 촉구한다. 기독교역사학자인 린 화이트가 지적한 바와 같이 성서에 대한 올바른 해석이 지금 우리 인류가 겪고 있는 환경과 생태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태신학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관점으로 하나님의 지속적인 창조사역을 바로 보게 해주고 신학적인 풍요로움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이 이 시대에 생태신학이 더욱 필요한 이유 중에 하나이다.



#생태신학의 선지자적 기능

세계적으로 창조세계의 보전과 교회의 생태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가자 세계교회 안에서는 에큐메니칼 진영과 복음주의 진영 양측 모두에게서 이를 새로운 신학적인 과제로 인식했다. 에큐메니칼 진영에서는 1983년 '예수 그리스도 세상의 생명'이라는 주제로 모인 밴쿠버 총회와 1990년 서울대회를 거치면서 교회의 책임영역을 정의, 평화, 창조의 보전으로 확대했다. 또한 1989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 개혁교회 총회가 '창조의 보존'을 총회의 주제로 정한 것은 이러한 시대적인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었다.

복음주의 진영 안에서도 시대적인 요청에 부응하여 생명에 대한 관심과 환경보전을 교회적 과제로 설정하고 구체적인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2001년 미가 네트워크 대회에서 나온 '총체적 선교에 관한 미가선언문'에는 '창조세계에 대한 책임적이며 지속가능한 자원의 사용을 위한 노력'을 담고 있다.

환경과 기후문제에 대한 위기의식은 국가기관들과 정치, 경제, 사회의 다른 분야에서도 환경과 생태에 대한 기존의 태도에 변화를 가져다 주었고 세계적인 흐름의 방향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 그 한 예로 1988년에 설립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를 들 수 있다. IPCC가 2023년 3월 20일에 발표한 6차 평가 보고서에는 지난 10년 동안 가장 종합적이고 접근 가능한 방식으로 기후 변화의 원인, 영향 및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팬데믹을 기점으로 창조세계 전반에 대한 교회의 사명과 책임의식을 고취하는 의미 있는 진전이 여러 방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에 대한 반증으로 2020년 이후 열린 세계적인 포럼과 학회에서도 기후변화와 생태신학에 대한 관심의 정도가 잘 드러나고 있다. 이제 교회는 다국적 기업이나 정치경제 이해세력들이 이기적인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주시하고 현 세대 뿐 아니라 미래 세대의 몫까지 염두에 두어 건전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두도록 감시하는 시대적인 요청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피조물 전체가 거주할 터전으로 허락하신 생태환경과의 조화로운 삶을 하나님의 지혜로 포괄하는 역할이다. 다시 말해 거대한 권력과 자본의 횡포 앞에서 힘없이 희생되는 이들을 보면서도 교회가 짖지 못하는 '벙어리 개(사 56:10)'가 되지 않고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제대로 내는 것이 바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생태신학의 선지자적 기능이다.



#창조세계 돌봄 사명과 생태신학의 중요성

기후환경과 생태계 위기로 인한 여러가지 재난이 발생하면 사회와 생태계의 가장 취약한 계층에 있는 존재들이 생존의 위험에 처하고 고통을 당한다. 자연과 삶을 맞대어 살고 있는 가난한 국가 사람들의 삶의 무게는 이들만의 힘겨움이 아니라 전 인류의 공존과 함께 연결되어 있음을 팬데믹을 통해서 우리 모두가 경험했다. 저개발국가의 환경위기는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의 일차적인 결과이기 이전에, 제한된 자연자원에 대한 무분별한 난개발, 기본 인프라의 부족으로 인한 지속적인 자연훼손 등과 같은 인위적인 과정 등이 복합적으로 연계된 결과인 것이 의외로 많다.

보스턴 대학교의 데이나 로버트(Dana L. Robert) 교수는 오늘 세계 선교에 필요한 "최전방"의 우선순위 5가지 중 하나로 "하나님이 창조하셨던 세계를 돌보는 것"을 주장한다. 특히 창조세계 돌봄 사명은 환경파괴와 기후재난으로 인하여 자신들의 황폐해진 고향 땅을 등지고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사역도 포함하는 것임을 확인한다. 우리 한국교회도 이제 창조세계의 돌봄을 교회의 새로운 시대적 사명으로 삼고 살아야 한다. 이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에서 모든 생명의 주인으로 살아 역사하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이 사명을 신실하게 잘 감당하고 있는지 지켜 보신다. 지금 우리가 스스로 행동하지 않으면 가장 연약한 지체인 우리의 형제자매들이 고통 당하게 되고 이들의 호소를 하나님은 결코 흘려 듣지 않으신다(롬 8:19-26). 바로 이러한 시대적 부름 때문에 이 시대의 교회가 생태신학의 중요성을 인지해야 하는 것이다.



#창조세계 돌보미의 사명

앞으로 한국교회는 스스로 자기중심적 소비주의에서 창조세계 돌보미의 사명을 다하도록 의식의 전환 뿐 아니라 생활면에서도 실천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생태취약 지역인 선교지에서도 환경과 공해 또는 이상기후 문제로 발생하는 재난에 적절히 대비할 수 있도록 선교사들에게도 장기적인 안목을 갖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정부와 기업들과 지역이해세력들이 생태환경적 지속 가능성의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교회가 감시자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하나님 중심의 생태신학은 한국교회로 하여금 이런 시대적 사명을 잘 감당하도록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이명석 교수

아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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