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취약한 아시아, 연대와 기도 필요
[ 12월특집 ]
작성 : 2023년 12월 01일(금) 09:53 가+가-
기후위기 시대의 선교 2)아시아 선교지의 기후위기와 대책
치앙마이의 뿌연 대기.
#지구가열 (global boiling) 시대를 사는 인류

'지구 온난화 시대(The era of global warming)'는 끝났다. 지구열대화/지구가열 시대(The era of global boiling)가 도래했다." 안토니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7월 유엔본부에서 기후 위기에 대한 지구 공동체의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하며 이같이 말했다.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인간은 기계를 돌리기 시작했고 화석 연료를 태웠다. 이는 전 세계 온도가 1도 상승하는 원인이 됐다. 위기를 감지한 글로벌 사회는 2015년 열린 파리협정에서 산업화 전보다 1.5도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공동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구의 기후는 평균 기온의 큰 변동폭을 보이며 계속 변화했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상승할 경우, 앞으로 1도 더 상승하면 파키스탄과 인도의 인더스강 계곡에 사는 22억 명, 중국 동부에 사는 10억 명,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 사는 8억 명이 매년 인간의 한계를 넘는 더위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약 40억명으로 전세계 인구 기준 약 절반에 달한다.



#기후위기에 취약한 아시아

세계기상기구(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발표 자료에 의하면 아세안 10개국 가운데 싱가포르를 제외한 나머지 9개국 모두 기후 변화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나라 상위 50위에 포함됐고, 그중 4개 국가는 상위 10위안에 랭크됐다. 이 외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아세안 국가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와 해수면 상승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세안 국가 중 해수면 상승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고 있는 나라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으로 조사됐다.

베트남 호치민(Ho Chi Minh)시의 경우 현재 도시 전체 면적의 23%가 홍수로 인한 침수 피해를 입었는데, 2050년 경에는 그 비율이 36%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는 2억 7000만 명에 달하는 인구의 57%가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 섬에 거주하고 있다. 자카르타 내에 거주하는인구 밀집도가 높다 보니 환경오염이나 교통체증, 빈부격차와 같은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에는 기후 위기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대풍과 대홍수가 계속해서 발생하는데다, 도시의 난개발 탓에 지반이 침식되면서 수도 자카르타가 물에 잠기고 있는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현재 자카르타는 연간 1~15㎝씩 지반이 내려앉고 있으며 이미 도시 면적의 40%가 해수면보다 낮아졌다. 2050년경에는 자카르타 전체가 물에 잠길 거라는 예측까지 있을 정도이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는 지난 2019년 수도를 현재의 자카르타에서 동칼리만탄 주 보르네오 섬 누산타라로 이전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태국 지구온난화아카데미는 태국의 기후가 지난 10년간 심한 변화를 겪음에 따라, 홍수 및 가뭄과 같은 기상이변 또한 더욱 자주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1000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방콕 도심지역은 지대가 낮을 뿐만 아니라 방콕 만과 인접한 차오프라야강 삼각주(Chao Phraya River delta)에 위치해 태국 전국에서 홍수와 같은 기후재난에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평가된다. 태국의 초미세먼지 농도 악화 또한 환경오염에 따른 문제로 조명되고 있다. 방콕은 태국 국내 지자체 중에서도 초미세먼지 문제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꼽힌다. '북방의 장미'로 불리는 태국 치앙마이는 최근 매년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 도시로 기록되고 있다. 대기질 분석업체 아이큐에어(IQAir)에 따르면 2023년 4월 치앙마이의 공기오염도 지수(AQI)는203으로, 전세계 1위를 기록했다. 매년 3,4월 건기가 시작되는 시기에 치앙마이는 뉴델리, 베이징 등을 제치고 공기오염도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공기질 악화로 인해 치앙마이 거주민들 중 천식, 가래 등 호흡기 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증가했다. 이처럼 심각한 대기오염의 주 원인으로는 산불과 화전(논밭을 태우는 경작 방식)이 꼽힌다.

필리핀은 기후 변화로 인해 해안 지역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이다7,1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 필리핀은 세계에서 4번째로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이다. 적도 부근의 태평양에서 형성되는 태풍은 북서로 이동하면서 필리핀에 가장 먼저 상륙하는데 지난 십 년간 가장 재앙적인 10개의 태풍 중 4개가 필리핀을 지나갔다. 필리핀을 북으로 접하고 있는 동 말레이시아 사바(Sabah)주도 대규모 홍수로 큰 인명 피해를 입었다. 미얀마 양곤(Yangon) 또한 기나긴 자연재해와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몬순(monsoon) 기간이 길어지면서 게릴라성 폭우와 집중 호우가 발생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라오스 역시 홍수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태풍 고니가 동남아시아 지역을 지나갔던 시기에 라오스는 13개 지역, 약 5만 1000헥타르의 농경지가 침수됐고, 농축산 농가는 엄청난 재산 피해를 입었다. 인도 북부에서는 폭우로 인해 홍수와 산사태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반대로 인도 남부에서는 강수량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2022년 8월 최악의 홍수피해를 입은 파키스탄은 선진국의 무책임한 개발로 야기된 기후변화에 파키스탄이 희생됐다는 입장이다.

이크발 장관은 "우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총량은 세계 최소 수준"이라며 국제사회가 자국에 대해 기후변화에 대응할 인프라를 구축하도록 도울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히말라야 산맥 빙하의 해빙 속도 또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히말라야 빙하는 네팔 뿐 아니라 인도, 파키스탄, 중국,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에 거주하는 8억 인구가 의존하는 수원이다. 산에서 녹아 내려온 물은 히말라야 산맥 인근을 포함해 위 국가들에 흘러 들어가 농업 용수로 쓰인다.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가 녹고 강우 패턴이 바뀌면, 인도와 파키스탄, 네팔 등의 작물 생장에 악영향을 받고 식량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이미 전세계 수천만 명의 사람들은 '기후이민자'들이 됐다. 과학자들은 자연재해 및 기후재앙 등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기후이민자'의 수가 세기 말까지 1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청했고, 그 중 남아시아인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 어느 때보다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커져 가고 있으며, 어느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우리의 현실로 현재진행형으로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리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경험하는 첫 세대(generation)이며, 이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이다" (바락 오바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던 '오이쿠메네'(Oikoumene) 회복의 소망

'오이쿠메네'는 창조세계를 포함한 모든 인류가 질서와 조화를 이루며 상생(living together)하는 공동체로, "하나님이 보시기에 심히 좋았"던 세계이다. 그러나 그 아름답고 하나님이 보시기에 참 좋았던 '오이쿠메네'가 지구열대화/ 기후재앙이라는 위험 상황에 처해있다.

아시아기독교협의회(Christian Conference of Asia/ CCA)는 지난 9월 27일부터 10월 3일까지 인도 코타얌에서 "하나님, 성령으로 우리를 새롭게 하시고, 창조세계를 회복시키소서'라는 주제로 모인 제15차 총회에서 기후위기와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창조세계의 회복을 위해 아시아 교회들이 함께 연대해 가기로 다짐했다. CCA 총회 참석자들은 아시아 교회들이 함께 연대하고교회들의 행동강령으로 1)기후위기에 대한 신학/성서 교육 자료 개발과 2)기후위기에 처한 아시아 국가들을 위한 기도와 연대 행동 지침을 마련하고, 3) 하나님의 창조세계 회복과 보전을 위한 교회들 그리고 연대 기구들과의 긴밀한 협력과 옹호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에 반포한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후속 조치로 지난 10월 4일 '교황 권고'를 발표했다. 프란시스코 교황은 이 권고문에서 지구 온난화가 지구촌이 직면한 큰 도전 중 하나라고 지적하면서 인류에게 기후 재앙을 막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이제 정말 한계에 다다른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가 긴급히 행동해야 할 것을 촉구했다.

기후위기, 아니 기후재앙이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의 위기의식은 약하다.더 나아가 교회 내에, 그리고 교회의 선교 활동 속에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은 너무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하는 한국 교회들의 신학 포럼, 비상행동, 생태환경 선교 공동 대응과 네트워크 구성, 그리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주도하는 한국교회 2050 탄소중립 로드맵 운동 등의 움직임은 반갑게 다가온다. 또한 기독교환경교육센터의 기후위기 시대 환경 선교를 위한 '환경 선교사' 훈련 과정 개설은 시기적절한 선구적 대응으로 평가받을 일이다. 앞으로 아시아 선교를 위해 기도하고 준비하는 한국 교회와 모든 이들이 우리의 가까운 이웃, '아시아'를 위해 더 많이 기도하고, 기후위기에 취약한 아시아 여러 나라를 위한 연대의 마음과 도움의 손길을 이어가길 간절히 바란다.



문정은 목사

아시아기독교협의회 (CCA)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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