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탄생과 죽음에 함께한 '몰약'
[ 성지의식물 ]
작성 : 2021년 04월 27일(화) 10:24 가+가-
이강근 목사 14. 몰약

예멘산의 몰약나무.

몰약나무에서 몰약진액을 채취 중이다.
몰약 진액.
예루살렘에서 유대광야를 지나 사해로 내려가다보면 알목(Almog) 사거리를 만난다. 왼편이 여리고이고 맞은편 언덕배기에는 광야의 농장이 보인다. 바로 예멘이나 오만에서나 볼 수 있는 광야의 몰약과 유향 재배단지다. 농장을 시작한지 6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수백그루의 몰약나무에 진기한 진액들이 맺혀있다. 신기하다. 생산된 몰약은 보았지만 나무에서 흘러내린 진액과 콩알만하게 다닥다닥 붙은 열매에서 강한 향을 맡아보기는 처음이다. 농장주는 3000년 전 솔로몬 때의 몰약산지를 되살려낸 성경의 향료산지라고 자부심을 드러낸다.

몰약이 성경에서 최초 언급된 구절은 창세기 37장으로 요셉을 팔아넘긴 애굽으로 가는 이스마엘 상인들의 낙타에 실려있던 물품 중에 몰약이 있었다.(창37:25). 대상들이 몰약을 싣고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아라비아에서 애굽으로 수출되는 것이었다. 야곱이 애굽으로 내려갈 때에도 가나안 땅의 아름다운 소산물로 몰약을 가져갔다. 창세기에선 두 가지 방법으로 몰약을 생산했다. 가나안 산은 반일화라는 꽃에서 추출해 만든다. 그리고 두번째는 몰약나무에서 액을 채취해 만든다. 야곱이 애굽으로 가져갔던 것은 반일화에서 추출한 몰약일 것이고, 동방박사가 가져왔던 것은 몰약나무에서 채취한 것이다.

몰약의 용도는 정말 다양하다. 에스더가 몸을 정결하게 하는 화장품이요(에2:12), 종교의식에 사용되는 관유의 중요한 원료요, 악취제거와 진통과 방부의 약리 용도다. 애굽은 장례 시에 시신을 미이라 처리 할 때 사용했기에 가장 소비가 많은 땅이기도 했다. 야곱이 애굽의 요셉에게 보낸 예물로 가나안의 아름다운 소산물 중에 몰약이 있었다. 출애굽 이후 광야의 성막에서 드릴 거룩한 향유 제조에 관해 그 첫번째 향유가 바로 몰약이다. "너는 상등 향품을 가지되 액체 몰약 오백 세겔과 그 반수의 향기로운 육계 이백오십 세겔과 향기로운 창포 이백오십 세겔과 … 그것으로 거룩한 관유를 만들되 …"(출30:23~24).

구약성경에서 몰약이 집중해서 나타나는 곳은 바로 솔로몬의 아가서다. 그 작은 책에 솔로몬은 술람미여인의 사랑을 노래하며 여섯 차례나 몰약을 언급한다. 3000년 전 솔로몬 왕을 찾아왔던 스바의 여왕은 당대 최고의 몰약과 유향 생산으로 부를 이룬 향료 무역의 대국이었다. 스바의 여왕이 예물로 가져온 몰약과 유향이 얼마나 많았기에 그처럼 많은 향품이 다시는 오지 아니하였다고 했을까.(왕상10:10). 스바의 여왕은 향품 외에 몰약나무와 유향나무도 가져왔을 거라고 추측하는 것은 이와 때를 같이해 아가서에는 솔로몬 때에 몰약을 재배한 몰약산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아4:6)

몰약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은 바로 2000년 전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아기 예수님께 가져온 세 가지 선물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동방박사들이 예수님께 가져온 세 가지 예물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황금은 예수님의 왕권을 상징한다. 둘째 유향은 바로 예수님의 신성이다. 그리고 세번째가 예수님의 죽음이다. 방부와 살균효과가 뛰어난 몰약은 애굽과 마찬가지로 유대인의 장례법에서도 시신 처리용으로 쓰였다.

몰약은 예수님의 탄생과 죽음에 함께했다. 예수님의 탄생에 동방박사의 몰약이 있었다면, 예수님의 죽음에 아리마대 요셉과 니고데모가 많은 양의 몰약과 침향 섞은 향유를 가져와 예수님의 장례를 준비했던 것이다. "일찍이 예수께 밤에 찾아왔던 니고데모도 몰약과 침향 섞은 것을 백 리트리쯤 가지고 온지라"(요19:39).

이러한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예수님의 무덤교회에 들어서면 진동하는 향이 바로 몰약향이다. 무덤교회에 들어서면 정면에 놓인 돌판은 예수님의 시신을 눕혀 놓고 염을 했다는 곳으로 늘 몰약향이 흥건하게 뿌려져 있다. 무덤교회를 찾는 순례자들은 돌판의 몰약기름을 붓거나 그 돌판의 기름을 손수건이나 옷가지를 묻혀 주님의 죽음을 기억하며 기도한다.

성지에 오면 되살려진 솔로몬의 향료농장에서 몰약의 진향을 나무에서 직접 맡아 볼 수 있다. 코로나가 끝나고 성지순례가 재개되면 이곳에서 순례자들과 진한 허브차를 나누며 구약과 신약을 아우르는 몰약을 주제로 성경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이강근 목사 / 이스라엘유대학연구소 소장

영상 : https://youtu.be/u3mRJ9oOj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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