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와 신학교의 작동 원리
[ 기고 ]
작성 : 2021년 02월 22일(월) 11:51 가+가-

정원범 교수

1980년대 말 앨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이라는 책에서 당시의 시대를 가리켜 "개인생활이 산산 조각나고 기존의 사회질서가 붕괴되고 환상적인 새로운 생활방식이 지평선 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이 폭발적인 변화의 시기"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어쩌면 30년 후인 오늘의 시대를 미리 예견한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의 시대는 제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말미암아 개인생활이 산산 조각나고 있고, 기존의 사회질서가 붕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스 슈밥은 오늘의 변화를 가리켜 "새로운 파괴적 변화의 시대"로 돌입한 세상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이러한 엄청난 변화로 말미암아 사람들은 현재의 시스템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것이고,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모든 시스템을 머지않아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작년 11월 22일 KBS 명견만리 프로그램에서 김동연 전 부총리가 매우 감동적인 강연을 했다. "우리 국민의 저력과 잠재력으로 이제는 사회의 작동원리와 판을 바꿔야 합니다. 바꿔야 바뀝니다." 불공정, 양극화, 승자독식의 시대에 김 부총리가 제시하는 메시지이다. 강연에서 그는 '공감혁명, 아래로부터의 반란을 통해 혁신하자, 온 국민이 혁신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함께 혁신할 때 한국경제의 미래가 열린다, 정부는 혁신안전망,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승자독식형 사회체계를 바꿉시다, 판을 바꿉시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런데 "이제는 사회의 작동원리와 판을 바꿔야 합니다"라는 이 메시지는 기독교인들과 신학생들과 목회자들이 들어야 할 메시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때가 찼고 하나님 나라가 가까웠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는 말씀은 세상의 작동원리를 따라 살았던 것을 회개하고 세상의 작동원리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작동원리로 살아가라는 메시지의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는 이때야말로 지금까지 교계와 교회와 신학교를 움직여왔던 작동원리와 판이 바뀌어야 하는 때가 아닐까? 한국교회와 신학교가 위기에 빠져있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교회와 신학교의 작동원리를 바꾸어야 할 때라고 본다. 교회가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할 대안이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이때에 가장 확실한 대안은 이미 나와 있다. 게르하르트 로핑크가 말한 대로 "그리스도인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더 없이 큰 봉사는 아주 간단하다: 즉 교회가 참으로 교회가 되는 그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교회가 된다는 것이 무엇일까? 로핑크가 "예수님은 모아야 할 하나님의 백성(교회)을 대조사회로 이해한다....예수님이 모으려는 하나님 백성(교회)이야말로 대안사회"라고 말했듯이 교회는 세상의 작동원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하나님의 대조사회이고, 동시에 대안사회이다. 교회를 하나님의 백성들의 공동체로서 세상에 대한 대조사회(대안사회)라고 말하는 로핑크에 따르면, 교회는 하나님의 다스림에 순종하면서 철저하게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삶의 방식을 따라 살아가는 공동체이고, 그런 점에서 교회는 새 사람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사회이고, 지배욕과 지배구조가 없어진 사회이고, 적의와 차별과 특권과 계급이 없어진 모두가 평등한 공동체이고, 모든 그리스도인이 서로 형제, 자매가 되고, 형제애를 나누는 사랑의 공동체이고,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폭력을 거부하며 비폭력 평화를 추구하는 평화의 공동체이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의 현존의 징표로서 교회 본연의 모습이라면 세상보다 더 세상적인 곳이 되었다고 비난받고 있는 한국교회는 무엇보다도 세상의 작동원리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작동원리로 움직이는 대조사회(대안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교회는 장차 어떻게 될까요'라고 묻는 신학생들과 목사들과 모든 사람들에게 몰트만은 단호하게 말하기를, "교회를 잊고 하나님의 나라를 생각하라. 하나님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살아있는 교회도 저절로 너희에게 주어질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렇다. 이제 한국교회는 교회를 잊고 이 세상 속에서 구현되어야 하는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의 정의에 올인해야 된다. 그것만이 우리 교회와 신학교가 살 길이라고 본다.

정원범 교수 / 대전신학대학교
많이 본 뉴스

뉴스

기획·특집

칼럼·제언

연재

우리교회
가정예배
지면보기

기사 목록

한국기독공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