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게 아직 열 두 척의 배가 있사오니
[ 주필칼럼 ]
작성 : 2019년 12월 11일(수) 10:00 가+가-
2014년에 개봉된 영화 명량은 진기한 기록을 남겼다. 명량은 한국영화 사상 최단기간에 1000만 명의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12일 만에 유료관객이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최종 관객은 1761만 명을 기록했다. 1333만명 이상 관람한 '아바타'를 넘어서 흥행 1위를 달성했다.

영화 명량은 '신에게는 아직 열 두 척의 배가 있다'는 명언을 유행시켰다. 명량해전 두 달 전에 칠천량 해전에서 패배해서 조선 수군은 괴멸상태였다. 이로 인해서 선조가 수군을 폐지하려 하자 이순신이 급하게 장계를 올렸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전선이 있사옵니다. 전선의 수가 절대 부족하지만 보잘 것 없는 신이 살아있는 한, 감히 적은 조선의 바다를 넘보지 못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비장한 각오로 이순신은 명량해전에 임했다. 이순신은 경상우수사 배설이 숨겨놓은 판옥선 12척을 회령포에서 찾아냈다. 판옥선 한 척을 더 보태서 13척이 되었으나, 300여 척에 달하는 일본 수군에 비하면 절대열세였다. 이순신은 울돌목을 선택해서 지형지세와 조류를 이용해서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일본 수군을 막아냈다. 명량 수로는 길이가 약 2km, 폭이 가장 좁은 곳이 300m, 최저 수심이 불과 1.9m에 불과하지만, 물의 속도는 시속 11노트나 된다. 매초 6m의 속도로 흐른다. 덕분에 이순신의 조선 수군은 불과 13척으로 133척의 일본 수군 함대를 막아냈다.

2010년대 이후 한국교회의 교세 감소에 대해서 염려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단 우리 교단 만이 아니라 한국교회 전반의 교세가 감소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의 고도성장과 비교하면 충격적일 수 있다.

우리 교단이 최대 교세를 기록한 것은 2010년이다. 그해 말 현재 285만 2311명의 교인이었다. 2018년 말 현재 교인 255만 4227명은 약 10.9%가 줄어들었다. 형제교단인 예장합동은 2012년에 299만 4837명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지난해 말에는 265만 6766명으로 약 11.3% 감소했다. 2004년에 50만 1036명을 기록한 예장고신은 지난해에 42만 3245명으로 15.5% 감소했다. 한편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은 2009년에 158만 7385명을 기록한 이래 133만 4178명으로 25만 3207명이 감소해서 16.0% 감소율을 보였다. 기독교대한성결교(기성)은 2011년에 기록한 59만 431명과 비교할 때 7년 동안 26.5%가 감소했고,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은 2007년의 33만 7750명과 비교할 때 23만 6036명으로 11년 동안 25.7% 감소했다.

한국교회의 교세 감소는 저출산, 고령화, 다문화화, 세속화되는 사회변화가 주된 원인이다. 전문가 중에는 인구변화의 충격이 본격화될 2020년대 10년간 교세감소가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2030년이 되면 각 교단의 교세가 최고치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보는 이도 있다.

제104회 총회가 말씀과 혁신을 총회 주제에 담은 것도 이러한 예측에 따른 것이다. 믿음의 근본인 말씀을 강조하면서, 혁신을 통해서 미래의 충격을 대비하려는 것이다. 1970년대에 시작된 고도성장시대를 돌아보며 연착륙할 지혜를 찾으려는 것이다. 장기적인 전망 하에서 변화에 대처하여 부흥을 예비하려는 것이다.

우리 교단은 1969년을 깃점으로 해방 이후 분열의 상처를 극복하고 발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제54회 총회(1969년)에서 예장합동과의 분열로 인해서 일시중단했던 세계교회협의회(WCC) 활동을 재개하기로 결의하고, 1970년에 복귀했다. 1970대 초에 기독교회관을 준공하고 총회 사무실을 이전했다. 그 무렵 예장합동과 신년하례회에서 양 교단 총회장이 상호 교차하여 축사를 했다.

제54회 총회에 보고된 교세는 교회수 2293개, 목사 1204명, 교인 수 46만 530명이었다. 2018년 말 현재 우리 교단 교인은 감소중이라도 해도 당시의 5.55배가 된다. 경제적인 자원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1970년의 일인당 GNP는 254불이었으나, 2018년 일인당 GNP는 3만 1430불이다. 무려 123배 이상 성장했으니 선교자원은 678배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이순신의 명언을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한국교회는 교회 역사상 최전성기를 지내고 있다. 아직 힘이 남아 있을 때 미래를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갈등을 조절하며, 교세감소를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이다.

변창배 목사/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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