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준비 교육이 필요하다
[ 5월목회계획 ]
작성 : 2019년 04월 12일(금) 23:30 가+가-
가정의 달

황영태 목사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강 군은 권사님인 어머니와, 가끔씩 교회에 나가는 아버지가 그런대로 평생 가정을 꾸려왔기에 자신도 잘 살게 될 줄 알았다. 결혼할 여자가 생겨 목사님에게 주례를 부탁했고, 목사님은 쾌히 주례를 해 주었다. 하지만 둘은 일년을 넘기지 못하고 헤어지고 말았다. 성격이 너무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요즘 우리나라를 이혼천국이라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세 가정 중 하나가 이혼하고, 근래 들어 황혼이혼이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교회는 가정을 위해 이렇다 할 만한 대책이 없다. 목회자가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데 도움을 줄 수는 없을까?

신랑신부가 주례를 청해 올 때, 결혼준비교육을 해보자. 이미 서양에서는 대부분의 목사님들이 '결혼 전 상담'(Premarital Counceling)을 시행하고 있다. 결혼 전에 7번 정도 신랑신부를 만나서 결혼에 필요한 대화를 나누며 결혼생활에 들어갈 마음과 몸을 준비시켜 준다. 우리 나라도 이제 이것이 얼마나 필요한지 모른다. 앞 이야기의 강 군처럼 많은 신랑신부들이 결혼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가정이 놓인 환경이 너무나 달라졌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살던 대가족 시대에는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삼촌, 이모 같은 주변 친척들이 눈치를 채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 줌으로써, 자연스럽게 부부 사이의 긴장과 압박이 해소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급격한 서구화로 핵가족이 되다 보니, 부부가 싸워도 아파트 문 닫고 들어가면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밤새 지옥같은 싸움이 있었어도 아침에 넥타이 메고 문을 나서면 아무도 모른다. 둘이서 해결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헛된 수고와 고통뿐 아니라 불행한 결말을 볼 수도 있다. 주례 맡은 목사는 가르칠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지도 못한 그들이 황량한 들판에 내팽개쳐져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그나마 주례자가 만나자고 하는데 거절할 사람은 없으니 이 기회를 선용하면 좋겠다.

결혼준비교육은 어떻게 하나? 필자는 신랑신부를 함께 불러, 한번에 1시간 반씩, 3번에 걸쳐서 교육을 한다. 첫째 시간은 서로가 다름을 알게 한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날 때는 서로가 비슷한 점에 끌리기 마련이다. 같은 학교를 나왔다든지, 취미가 같으면 서로 끌린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를 알게 되면, 서로가 얼마나 다른지를 깨닫게 된다. 의견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다. 다르면 같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에, 상대를 고쳐주려고 하다가 불행한 일까지 생기게 된다. 그러면 무엇이 잘못일까? 서로 다른 것이 잘못일까? 아니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다르게 지으셨다. 나와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구상에 수 억만의 사람들이 살다 갔지만, 나와 똑같은 생각과 경험과 환경을 가진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나는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다. 하나님은 나를 독특하게 지으시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시고 기뻐하신다. 그러므로 나도 상대가 나와 다를 수 있도록 허락해 줄 때, 부부는 행복할 수 있다. 나와 다른 점을 상대에게서 발견했을 때, 오히려 박수치며 축하해 줄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한 부부가 된다. 필자는 신랑 신부가 각자의 가계도(Family Tree)를 그려 보게 함으로써 서로가 살아온 가족의 문화가 얼마나 다른지를 발견하게 한다.

둘째 시간은 대화의 방법을 가르친다. 대화는 나의 요구나 주장을 상대에게 관철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를 이해하려는 것이 대화다. 대화는 정보교환이 아니라 감정이해이기 때문에, 구체적 방법으로 '아이 메시지(I-Message)' 와 '에코잉(Echoing)'을 가르쳐 준다.'아이메시지'는 '나는~'으로 시작하는 문장으로 자신의 감정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빙빙 둘러 말하다가 정작 마음에 있는 말은 하지 못하는 일이 줄어든다. 자신의 감정을 말하려 할 때 용기가 생기고, 자신을 알게 되고, 자신이 자신에 대해 주장해 주니 자존감이 생긴다. Echoing은 상대가 한 말을 그대로 반복해 주는 것이다. "아, 그러니까 당신 말은 ~ 이렇단 말이죠?"하고 되물어 줌으로써, 자신은 열심히 들었지만, 정말 잘 들은 것인지를 되물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게 된다. 이런 방법을 쓰면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곧 그 유익을 보게 된다. 싸움이 잦아들고 서로를 존중함으로써 깊이 있는 대화를 하게 된다.

셋째 시간은 결혼의 목표를 알게 한다. 예수님은 사람이 천국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고 모두 천사들과 같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결혼은 이 세상에서만 있는 것이다. 영원하지 않은 이 결혼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게 되는가? 많은 것을 얻지만, 무엇보다도 사랑 안에서 자라가게 된다. 결혼은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사랑의 시작이다. 부부는 내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배우자만은 사랑하고 용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결혼한다. 하지만 막상 같이 살다 보면, 상대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고 사랑할 수 없을 때가 온다. 이 때가 바로 나는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인 것을 깨닫는 때다. 내가 사랑 안에서 자랄 수 있는 기회다. 나는 할 수 없다고 하나님께 솔직히 고백하고, 주님의 사랑으로 사랑하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그러면 놀라운 일이 생기는데,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게 된다. 필자는 이 때, 심리학자 보웬(Bowen)이 말한 감정의 뒤섞임(Fusion)과 개별화(Differentiation)를 설명해 줌으로써, 참 사랑은 감정이 뒤엉킨 상태가 아니라, 너와 내가 함께 있으면서 서로를 헤아릴 수 있는 관계가 되는 것임을 알게 해 준다.

새로 결혼하는 부부에게 있어서 자신들을 잘 아는 목사님을 갖는 것은 무척 든든한 일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결혼 속에서 관계의 갈등과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해도, 도움을 청할 사람이 있음을 아는 것 만으로도 큰 자신감을 얻게 된다. 가정을 건강하게 세우는 일만큼 보람 있는 목회가 또 있을까?

황영태 목사/안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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