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급한 청년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
[ 청년,괜찮습니까? ]
작성 : 2023년 11월 29일(수) 09:58 가+가-
(완)결산
공동의회에서 청년교회 예산과 사역을 보고하는 예능청년교회 청년.
예배 찬양을 준비하고 있는 순천노회 한소망교회 젊은이사역팀.
1년 동안 기획을 진행하며 '청년'이라는 가장 빛나는 단어가 '힘듦'과 '막막함'같은 부정적 느낌으로 다가왔다.

본보는 지난 2월부터 '청년, 괜찮습니까?'를 주제로 매월 한 차례 교회의 청년 사역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기획이 시작된 107회기는 총회적으로도 청년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 청년 사역 활성화를 이끌 전담 위원회가 신설됐고, '청년 지도자 리더십 세미나'와 '전국 청년 워십대회'같은 프로그램도 열렸다.

하지만 기획을 진행하며 본보는 교회 내 청년 문제가 소통과 지원 부재 등 고착된 시스템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도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난 2월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정서적 또는 물리적인 고립 상태가 6개월 이상 유지되고, 주로 집에서만 생활하는 고립 및 은둔 청년이 서울시에만 13만 명에 달했다. 서울시 청년의 4.5% 해당하는 수다.

이들이 고립을 택한 이유로는 '실직 또는 취업의 어려움(45.5%)'이 가장 컸으며, '심리적·정신적인 어려움(40.9%)', '다른 사람과 대화하거나 함께 활동하는 등 인간관계를 맺는 것의 어려움(40.3%)' 등이 뒤를 이었는데, 교회 청년도 동일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었다.

총회 통계위원회 보고에 따르면 교단 내 청년은 전체 교세 중 약 5%. 청년부를 운영하는 교회수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지난해 서울서북노회가 소속 교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전체의 절반 이하인 40% 대일 것으로 추정된다. 농촌 지역 노회들의 통계는 더 낮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청년부가 있는 교회도 절반 정도는 10명 이하 규모라는 점이다.

교회에서 청년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보니 소통이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이 많았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이뤄진 한 조사에 따르면 청년 중 53%가 교회 의사결정에 참여를 원했지만,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아예 없거나 교역자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의사를 표현해야 했다.

본보는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먼저 어른들이 권위적인 모습을 내려놓고 청년들에게 다가갈 것을 제안했다. 또한 대부분의 교회에 청년을 위한 조직이 없는 것에 착안, 청년을 위한 위원회나 연합회를 조직할 것을 요청했다.

이와함께 사역자들이 청년부 담당을 기피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취재가 이뤄졌다. 청년 담당자들은 사역의 어려움으로 △담임목사와의 소통 △청년 수로 평가받는 성과주의 △청년에게만 집중할 수 없는 과도한 업무 △적은 재정적 지원 △장년 중심 교회 구조적 문제 △청년 사역자를 하대하는 교회 내 분위기 등을 꼽았다.

청년 담당은 주로 경력이 짧은 교육전도사가 맡았고, 청년부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사역자가 청년들보다 젊은 경우도 흔했다. 오랜 기간 청년 사역을 한 목회자의 전문성이 인정되지 않고, 사역의 방법도 고령의 담임목사가 선택하는 모습은 분명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다양한 압박 속에 힘들게 살아가는 이시대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와 격려, 미래에 대한 희망이었다. 그리고 이 일을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공동체가 교회였다. 하지만 청년이 교회를 떠나는 현실 앞에서 본보는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였다. 신뢰를 주는 교회와 어른이 돼야 했다. 어른들의 위선과 비윤리적 모습, 투명하지 못한 운영과 재정, 비상식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소통 시스템이 청년들을 지치게 하고 있었다. 또한 무리한 봉사 요구도 청년이 교회를 떠나는 요인이었는데, 이 시대 청년들이 처한 상황을 깊이 이해하고 삶의 문제를 들어줄 수 있는 영적 멘토가 교회에 필요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세대라고 해서 종교와 교회에 무관심하지 않으며, 영적 갈증을 해소할 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회가 개인화 될수록 청년들은 좋은 관계 맺기를 희망하며 돌봄도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교회와 마찬가지로 노회별로 이뤄지는 청년 연합사역도 어려움이 컸다. 연합사역은 교회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청년 사역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교회 내 청년 수가 적어도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청년 연합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예배 장소 였는데, 노회가 거점 교회를 지정해 안정적으로 예배 장소를 제공해 주고, 언제든지 다양한 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해법으로 제시됐다. 또한 지원 없는 정착은 기대하기 어렵기에 청년 연합활동에 대한 노회와 교회의 예산 편성도 요청됐다.

본보는 미국장로교회의 청년사역 모델을 벤치마킹하며, 총회 차원의 정책 변화도 촉구했다. 제도적으로 청년의 의사결정을 장려하는 미국장로교회는 의사 결정에 앞서 청년 자문위원들의 뜻을 청취하는 방법으로, 청년 입장을 정책에 반영하고 있었다. 청년 자문위원은 노회에서 총대를 뽑을 때 함께 선출하는데, 각 노회에 한 명씩 할당돼 있었다.

미국장로교회는 '젊은이가 총대로 선출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공감대를 통해 1970년부터 청년 자문위원를 구성,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격려하고 있었다. 청년 자문위원 중 많은 수가 훗날 총대가 되거나 교단의 리더로 성장했다. 그래서 청년 자문위원단은 '미국장로교회의 리더십 공급망'이라고 불렸다.

국내에서는 청년교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었다. 결혼하지 않은 30~40대 인구가 늘고 있는 것을 근거로 조만간 청년 사역이 더 중요해 질 것으로 전망됐다. 청년교회를 담당하는 목회자들은 "청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만으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청년교회처럼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시스템의 돕입을 제시했다.

독립과 자율은 청년들에게 강한 소속감을 부여했다. 청년들은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더 애정을 갖고 신앙생활에 임했다. 또한 자연스럽게 기존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개선됐다.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직접 참여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도 크게 감소했다.

청년교회 시스템 역시 청년들의 수준 향상에 기여했다. 청년들은 교회에 출석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교회 조직과 운영에 대한 높은 이해를 갖게 됐으며, 서서히 교회의 리더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번 기획을 통해 본보는 권위를 내려놓고 먼저 청년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노력, 그들이 직면한 현실을 공감하고 돌보며 위로하려는 마음, 참여의 문을 더 넓게 열어 그들에게 기회와 소속감을 주려는 의지를 해법으로 내놓았다. 지금도 많은 청년들은 영적 갈급함을 느끼고 있으며, 교회가 그것을 채울 수 있다는 희망도 발견했다. 한국교회의 신뢰성 제고와 변화를 기대하는 청년들에게 이제 교회는 무엇을 내놓을 것인가?


차유진 기자
많이 본 뉴스

뉴스

기획·특집

칼럼·제언

연재

우리교회
가정예배
지면보기

기사 목록

한국기독공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