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와 싸운 월남에서의 군종활동
[ 라떼는말이야 ]
작성 : 2024년 02월 07일(수) 17:07 가+가-
③ 증경총회장 김순권 목사

김순권 목사는 월남에서의 군종활동 중 현지민 피서법으로 더위를 식히기 위해 목에 구렁이 걸기도 했다.

월남(베트남)은 더운 나라인지라 견디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현지민들은 나름대로 저마다의 피서법을 갖고 있었다. 더위에 지쳐있는 필자에게 군종병 김성수 상병이 더위 식히는 곳을 넌지시 웃으며 제안하길래 바로 응했다.

평소 자주 방문했던 '답다'로 향하였다. 그곳에는 답다교회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답다 마을 어느 초라한 집이었다.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랬다. 구렁이 몇 마리를 사람들이 목에 걸기도하고 온몸에 감고 활짝 웃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에게도 권했다. 나는 무섭기도 하고 징그러워 뒤로 물러서면서 못한다고 했더니 운전수 이선근 병장과 군종병 김 상병은 들고 있던 MI소총을 내려놓고 덥석 뱀을 온몸에 감으며 매우 시원하다는 시늉을 하였다.

그때 나도 얼떨결에 목을 내밀었다. 그랬더니 뱀 주인은 긴 구렁이를 내 목에 걸어주었다. 처음에는 온몸이 오싹해지더니 전신을 시원하게 하여 더위는 온데간데없이 피서가 되었다. 그날 이후로 가끔 더워서 몸이 지칠 때는 그곳을 찾아 더위를 식히곤 하였다. 잊을 수 없는 피서법이었다.

#재구대대 방문 인격지도교육

천하 제일연대 3대대는 일명 재구대대로 명명했다. 원래 맹호사단이 월남으로 파병하기 위해 강원도 홍천 북방면 일대에서 훈련을 하던 중 군 병사가 잘못 던져 중대 장병들 쪽으로 수류탄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중대장 강재구 대위가 자신의 몸을 던져 온몸으로 산화하고 중대원들을 구해 낸 일이 있었다. 그 후 월남에 파병하면서 제1연대 3대대를 재구대대로 부르게 된 것이다. 전통있는 대대였다.

나는 우리 연대산하 예하부대를 방문하여 중대단위로 인격지도교육을 자주 실행하였다. 주로 밀림지역이나 산악지역이라서 헬리콥터로 이동하였다. 군종활동 중에서 순회 인격지도교육은 장병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더운 나라 오지에서 견디기 어려운 외로움을 달래고 위로하며 평화의 군인정신을 고취시킴으로 자부심을 갖게하는 교육이었다.

교육이 끝나면 가지고 간 위문품이나 편지를 전달하였다. 고국에서 보내 온 여고생들의 위문편지는 인기가 많았다. 그래서 장병들은 군목의 방문을 고대하고 있었다.

#손수건 위문품으로 백년가약

고국에서 보내온 위문품 중에는 여학생들이 손수 만든 손수건이 있었다. 직접 깨알같이 쓴 위문편지와 함께 알록달록한 부드러운 손수건은 장병들에게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런데 그 손수건이 인연이 되어 결혼까지 이어진 미담이 있다. 나는 그 후 귀국하여 육군본부 군종감실 교육장교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독 월남에 있을 때부터 잊을 수 없는 맹호1연대 산하 2대대 7중대 병장 심인규가 있었다. 그도 고국에서 보내온 어느 여고 3학년 학생의 손수건을 받고 꾸준히 펜팔을 맺고 이어 오다가 내가 소령으로 진급되어 역시 경기도 청평 현리에 있는 맹호기계화사단 군종참모로 있을 때 결혼을 한다면서 주례를 부탁해 새 가정을 이룬 가정이다. 군종활동은 군에선 장병들에게 꼭 필요한 활동이다.

인생의 황금기와 같은 청년 시기에 국가를 위해 몸 바쳐 충성하는 군장병들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들인 것이다. 오늘날 청년들이 교회마다 줄어드는 현실에서 청년 장병들을 상대로 선교하는 군목들의 군종활동은 우리 모두가 격려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존경하는 故 한경직 목사님은 살아생전, 늘 말씀하시기를 "군대는 복음의 황금어장입니다"라고 강조하였다.

김순권 목사 /증경총회장·대한성서공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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