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싶은 나, 떠나고 싶은 나
[ 일터속그리스도인 ]
작성 : 2024년 02월 01일(목) 09:53 가+가-
한때 TV 광고에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문구가 유행한 적이 있다. 많은 직장인이 이 문구를 패러디하면서 일터에서 떠나게 되는 것을 상상하고 기대했다. 일이라는 것은 참으로 이상하다. 일하고 있으면 떠나고 싶고, 일하고 있지 않으면 일하고 싶은 묘한 이중 감정을 갖게 한다. 현대인들은 이 두 가지 마음의 딜레마를 품고 살아가고 있다.

소위 '월요병'은 직장인들의 딜레마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현상 가운데 하나다. 주일 저녁이 되면 직장인들의 마음에는 '내일 출근하기 싫다'라는 생각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먹고 살려면 일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출근해서 꾸역꾸역 일하다 보면 주말이 다가오고 마음이 가벼워진다. 직장인들은 이 두 마음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

믿음이 없는 세상 사람들에게 이 딜레마는 영원한 굴레일지 몰라도, 그리스도인에게는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있다. 최소한 성경의 가르침에 충실한다면 말이다. 많은 사람이 가능한 일을 하고 싶지 않지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일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사전에도 반영돼 있다. 영어에서 일, 노동, 직업을 뜻하는 travail이라는 단어는 "힘든 일이나 어려움 등에서 오는 불쾌한 경험 혹은 상황"이라고 정의한다. 그만큼 일하는 것은 힘들다는 의식이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고대 철학자들은 돈 버는 일은 노예가 하는 저주스러운 것이라고 가르쳤다. 그래서 몸을 써서 일하는 사람은 자유가 없는 노예같은 사람이라고 경멸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덕을 쌓고 명상을 하며 형이상학적 지식을 추구하고 정치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일에 전념하고, 노예들은 시민들의 경제생활을 위해 대신 땀 흘려 일해야 했다.

이러한 노동 천시 전통은 동서고금이 비슷하다. 한국 역사에서도 공부하는 글 쓰는 선비나 양반들이 하는 일과 몸으로 하는 일을 엄격하게 차별하던 사농공상(士農工商) 사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현대인들 또한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차별의식에서 온전하게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좀 더 나은 일터와 명예를 추구하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경쟁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이러한 이원론적 직업관과 일에 관한 생각은 현대 젊은이들에게서도 발견된다. 최대한 일찍 많은 돈을 벌어 일의 세계에서 은퇴하는 '파이어(FIRE)족'에 대한 갈망이 그 예다. 이들에게 일은 돈을 버는 수단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 '진짜 내 인생'은 충분히 먹고 살만한 돈을 벌어놓고 일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주식과 가상화폐, 부동산 등 단기적으로 많은 돈을 벌어 힘든 직장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세속적 직업'의 일은 피곤한 것 혹은 저주(거룩하지 못한 일)라는 전통적 의식의 현대식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마음으로 일하면 평생 '월요병'으로 상징되는 직장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일터 그리스도인이 '월요병'에서 벗어나려면, 성경에서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참된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 우리의 생각을 바꾸면 일하는 자세와 목적이 달라지고 일터 동료들이 달리 보이게 된다. '일은 일이고, 신앙은 신앙이다'라는 생각은 이 세상을 창조하신 그리스도(롬 11:36; 골 1:16)를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신성모독이다. 합법적이고 공적인 모든 일(work)과 일터(workplace)와 일꾼(worker)은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위하여 그리스도를 통하여 존재한다. 그 어떤 일도 그리스도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일은 선하고 즐겁고 행복하다.

중소기업에서 회계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A집사는 팀원들보다 30분 일찍 출근한다. 자리에 앉아 잠시 말씀을 묵상하고 팀원들을 위해 기도하고 오늘 해야 할 일을 점검한다. 그녀의 별명은 '안 통해'다. 그녀 앞에서는 꼼수 부리는 전표와 그 어떤 회계 조작 시도나 요구가 전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투명한 회계를 강조하며 꿋꿋하게 자리를 5년 넘게 지켰다. A집사는 "하나님은 내가 결재하는 모든 회계 장부를 보고 계신다"라며 "내가 정직하게 회계 관리를 하기에 회사가 살고 직원들이 산다는 자부심으로 아침마다 당당하게 출근한다"고 말했다.

그리스도인은 다르다. 일하는 목적도 다르고, 일하는 자세가 다르고, 인간관계가 다르다. 직장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법도 다르다. 주말을 지내는 방법도 다르다. 일터 그리스도인은 신앙으로 인한 '다름의 방식'으로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섬긴다.

김성우 목사 / 예배와설교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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