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세상/ 봉천제일교회
[ 교단 ]
작성 : 2001년 05월 12일(토) 00:00 가+가-

“작은 교회가 아름답다”. 이 말 속에는 작은 교회에 담겨 있는 내용이 아름답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내용과 함께 겉 모양도 아름답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최근 교회가 하고 있는 사역 뿐만 아니라 예배당의 겉모양도 아름답게 건축한 교회가 있어 교회 건축의 새로운 모델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건축된 봉천제일교회(장세윤목사 시무)가 바로 그 교회. 요즘 봉천제일교회에는 교회 건축을 계획하고 있는 교회 목회자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교회나 마찬가지겠지만 봉천제일교회도 건축을 시작할 당시,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 학교와 아파트 사이에 교회가 위치해 있고 또 양면에 도로와 뒤에 학교가 위치해 있어 교회를 확장하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던 것.

무엇보다 교회가 위치한 땅이 교인으로부터 기증받은 땅이어서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도 어려움이 뒤따랐다. 그래서 증개축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결국, 봉천제일교회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교회를 신축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교회 건축을 시작하면서 장 목사에게는 건축업자를 선정하는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교회 안에 건축업에 종사하는 교인들도 있었지만 그는 이전부터 교회 교인에게는 교회 건축을 맡기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교회 건축을 시작하면서 그는 두가지 점에서 그동안 세워 놓았던 원칙을 허물고 말았다.

첫번째는 교회 건축주가 이윤을 많이 남기더라도 다른 교회 교인이 이윤을 남기는 것보다는 자신의 교회 교인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더 낫다는 것. 그리고 두번째는 자신의 교회 교인이 교회를 건축하면 내 교회라는 생각을 가지고 짓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결국, 자신의 교회 교인이 교회를 건축하면 자기 일처럼 애착을 갖고 일을 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평소 교회 건축에 깊은 식견을 갖고 있던 장 목사는 설계 단계부터 교회건축에 직접 관여했다. 서구의 경건하고 장엄한 성당의 모형을 본따기 위해 그는 직접 천주교 전문 설계자와 접촉했지만 그들이 기독교 건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결국, 포기한 일도 있다.

그러나 그의 열정은 식을 줄 물랐고 급기야 교회 모형도를 직접 그려보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도면을 가지고 설계업자와 함께 의견을 나눈 뒤, 최종적인 교회 설계도면을 내놓게 됐다. 결과적으로는 장 목사와 건축가가 함께 설계를 하는 모양이 된 것.

봉천제일교회 건축의 특징은 신학적인 의미를 담은 예술성과 함께 효율적으로 배치된 공간을 들 수 있다. 장 목사가 교회 건축시, 경건하고 엄숙한 예배의 기능과 교인들의 친교 기능, 그리고 교회의 미래를 바라보며 청소년 선교에 맞는 음악의 기능 등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

우선 교회의 아름다움은 조형미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높이 세워진 종탑으로 인해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거부감을 갖는 것을 없애기 위해 봉천제일교회는 십자가를 세우지 않았다. 그러나 십자가를 세우지 않더라도 누구든지 교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조형미에 정성을 쏟은 것.

교회 건물 정면에는 가녀린 여인이 기도하는 손의 형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놓고 있다. 그리고 정면 가운데는 사다리 모양의 유리를 장식했고 유리 장식은 위로 올라 갈수록 점점 좁아지도록 해 놓았다.

장 목사는 사다리 모양의 유리 장식과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도록 설계한 동기에 대해 기독교인의 삶을 비유적으로 나타내기 위해서라고 소개한다. 하나님 나라에 가는 길이 처음에는 쉬운 듯 보이지만 가면 갈수록 점점 어렵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

봉천제일교회의 본당은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4,5층에 마련했다. 본당에 들어서면 우선 나무 냄새가 은은하게 나고 또 분위기가 아늑하며 무엇보다 밝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천장을 비롯한 벽과 바닥이 모두 옅은 나무색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당의 바닥이 참나무로 돼 있어 기존의 대리석 바닥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바닥이 나무로 돼 있어 겨울에 따뜻하다는 느낌과 함께 친근감도 갖게 된다.

교회를 처음 설계했을 때는 천정이 평면으로 돼 있었지만 음악예배의 기본이 되는 파이프 오르간을 설치하기 위해 봉천제일교회는 천장을 더 높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콘서트를 할 수 있도록 본당을 꾸미겠다는 의도에서다. 무엇보다 교회 장로가 건축을 맡았기 때문에 변경하는 일은 쉽게 이뤄질 수 있었다.

봉천제일교회가 파이프 오르간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장 목사가 독일 집회를 갔을 때, 우연히 그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르간 제작자인 마이스터 홍성훈씨를 만나면서부터다. 마이스터 홍이 직접 제작한 파이프 오르간은 오는 10월경에 교회에 설치될 예정이다.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되면 봉천제일교회는 오는 대강절에 홍성훈씨를 초청, 연주회를 가질 계획도 갖고 있다.

외부에 십자가 탑을 세우지 않았던 봉천제일교회는 본당에도 역시 십자가가 없다. 십가가 대신 본당 정면에는 예수의 얼굴을 그린 기둥모양의 스테인글라스가 설치돼 있다. 스테인글라스는 한국색채연구소 소장인 한동수장로의 작품으로 수의에 나타난 예수의 얼굴 모습을 그대로 그려놓고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본당 강단 위에는 의자를 놓지 않은 것도 봉천제일교회 건축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장세윤목사는 “대부분의 교회들이 강단 위에 임금이 앉을만한 의자를 놓아둔 것을 쉽게 보게 된다”면서 “예배자도 교인들과 똑같은 입장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에서 의자를 모두 없애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강단은 말씀이 선포되고 부각돼야지 사람이 부각돼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공사중인 1층은 교인들간에 만남의 장소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곳에는 앞으로 정원을 마련해, 교인들이 서로 친교를 나누며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하게 된다. 또 지하 1층에는 젊은이들이 공연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무대와 객석을 마련하는 공사가 한창 진행중에 있다.

그동안 가까운 거리로 인해 서울대학교 기독교동아리들의 모임 장소로 활용돼온 봉천제일교회는 앞으로 지하 1층 공사가 마무리되면 이들의 모임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김성진 ksj@kidokongbo.com


◈ 교회를 신축하기까지 숨겨진 건축 뒷얘기

지난 1985년에 부임한 장세윤목사는 교회 건축에 앞서 8백50평의 규모의 교육관을 먼저 건립했다. 예배를 드리는 공간과 교육관은 분리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교육관을 먼저 건립할 계획을 세웠다. 교회 안에 예배당과 교육관이 함께 있으면 공간을 활용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판단에서 교육관을 새로 건립하기로 한 것.

교육관이 완공된 후, 교인들 사이에는 자발적으로 교회 건축에 대한 공감대가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했다. 교인들의 가정 형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장 목사는 교인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교회 건축에 대한 얘기를 한번도 꺼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건축헌금을 위해 특별집회를 가질 형편도 아니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대안이 바로 교회 증개축이었다.

한 때, 장 목사는 경기도에 교회 부지를 마련해 수양관과 함께 전원교회를 마련할 계획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교인이 기증한 땅을 쉽게 매각할 입장도 아니어서 결국, 전원교회 건립 계획안은 포기했다.

그는 또 교회 주변에 기독교학교가 있으면 건축비를 장학금으로 내놓고 대신 학교 강당을 예배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했지만 주변에 기독교학교가 없어 이 일도 성사되지 못했다.

이 외에 교회 옆에 위치한 인현초등학교 체육관을 사용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학교측에서는 공립학교이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답변을 내놓아 이 방안도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결국, 봉천제일교회는 그동안 세웠던 계획안을 모두 원점으로 돌리고 교회를 증개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런데 교회 증개축을 하게 되면 건축법상, 도로변에서 안쪽으로 4미터가 들어가야 하고 또 이로 인해 기존의 건물보다 대폭 줄어든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와 함께 교인들이 주일 오전예배를 드린 후, 오후예배를 드릴 때까지 마땅히 있을 공간이 없어서 봉천제일교회는 결국, 증개축에서 신축으로 이어지게 됐다.

김성진 ksj@kidokong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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