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들여다보면 '즐거운'…
[ 공감책방 ]
작성 : 2020년 12월 04일(금) 08:08 가+가-
하루를 시작하는 클래식과 한자 '1일 1클래식 1기쁨'과 '하루 한자 공부'
무엇인가 누구에게 추천하는 일을 생각해보자. 맛있는 커피, 분식집과 같이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그러나 좋아하는 마음에 권한 몇 번의 추천 후에 붙는 신뢰 혹은 까다롭다는 평판은 이후의 추천에 부담감을 주기 시작한다. 가볍게 산책하는 마음으로 무엇인가를 권하기 어려운 때가 찾아온다. 책도 마찬가지다. 우연히 찾아온 손님이라도 오랜 지인이라도 처음에는 가볍게 책을 권했다가 그 일의 무게와 책임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부담스럽고 외려 그런 시간을 피하고 싶어질 때도 있는 것이다.

음악은 어떠한가? 음악은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고 있어 분야를 정하는 일도 쉽지 않지만, 익숙하고도 낯선 클래식으로 가보자. '93.1'이라는 클래식의 표준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라디오라는 매체가 학교 수업처럼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뭔가 체계적으로 알아가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행여나 어떤 곡은 기억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나면 기억나지 않는데다가, 방송국의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그때 그 음악을 찾아내는 일도 누구나 하는 일은 아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안동림의 「이 한 장의 명반」이라는 교과서가 있었으나, 슬프게도 CD 플레이어 마저 익숙하지 않은 이 시절, 음반은 모든 사람에게 추천할 수 없다.

2020년의 시작 즈음 클래식에 관해서 1년 365일, 혹은 366일 추천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BBC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는 클레먼시 버턴힐의 「1일 1클래식 1기쁨」이다. 책은 신앙인에게는 어찌보면 익숙한 방식과 같은 매일 읽기, 혹은 매일 듣기의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텍스트가 성경이 아닌 클래식 책과 유튜브라는 것이 다른 점이다. 저자 또한 저명한 클래식 방송을 진행하고 있고, 자신이 바이올리니스트 임에도 추천이라는 무게가 상당했던 것 같다. 그 무게를 이겨내고 240명 이상의 작곡가의 366곡을 책에 수록했다. 그의 다른 이력은 몇 권의 책을 출간한 소설가인데, 다양한 경험들이 클래식과 이야기를 연결하여 전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바흐와 쇼팽 베토벤, 슈베르트처럼 익숙한 음악들로부터, 빙겐의 힐데가르트와 같은 종교음악, 그리고 필립 글래스와 스티브 라이히와 같은 현대 미국의 미니멀리즘 음악까지 매우 다양한 음악을 권하는데, 우리는 유튜브에서 그의 추천을 따라 하루의 일과를 수행하기만 하면 된다.

저자는 피치 못하게 많은 기독교 종교 음악이 들어갈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하는데, 오히려 우리에게는 그 많은 종교 음악들이 낯설다는 것이 기회가 될 수 있겠다. 저자는 오히려 오늘날이 종교 합창 음악이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가 권하는 성탄의 음악을 하나 살펴보자.


Jesus Christ the Apple Tree

by Elisabeth Poston



내 영혼이 본 생명의 나무,
열매로 그득하고 항상 푸르다네,
저 밖의 나무는 열매가 없지만
그리스도는 사과를 주렁주렁 단 생명의 나무라네.



같은 방식의 읽기 혹은 익혀가기로 책상 위에 함께 놓여 있는 책은 이인호의 「하루 한자 공부」다. 이 책도 「1일 1클래식 1기쁨」과 마찬가지로 하루에 한자를 한 글자씩 공부하도록 권하고 있다. 한자의 유래와 변형되는 과정, 그리고 최종 형태까지 한 글자씩만 과하지 않게 배워가는 즐거움을 준다. 클래식과 한자라는 딱히 연결하기 힘든 지점들이 있지만, 국내의 클래식 애호가의 상당수가 동양 고전을 전공했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고전과 클래식은 매일 매일 오랫동안 들여다보아야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힘든 시절을 살아가는 우리가 하루 하루를 쌓여가는 낯선 숫자들의 총합으로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의 음악들과 글자들로 쌓아가는 것도 이 시절을 보내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

최아론 목사 / 옥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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