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략하지 맙시다!
[ 목양칼럼 ]
작성 : 2024년 07월 04일(목) 16:06 가+가-
필자는 가끔 아내로부터 원성을 들을 때가 있다. 그것은 혼자 생각하다가 결론의 말을 불쑥 내뱉기 때문이다. 그때 아내는 당황하면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냐"고 언성을 높인다.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혼자만 생각하다가 과정은 생략한 채 결론만 말하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아내에게 가끔 "무슨 뚱딴지 같은 말을 하냐"고 언성을 높일 때가 있다. 아내 역시 중간은 생략하고 결과만 말하다 보니 이런 반응을 하게 된다.

인생과 신앙에는 모든 것이 시작이 있고 과정이 있고 결과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조급한 경향이 있어서 성공하는 사람들도 결과만 보고 환호하기 쉽다. 복잡한 과정은 생략하고 결과만 추구한다는 것이다. 인생과 신앙에는 누구든지 중간에 과정이라는 괄호가 있다. 괄호가 완전히 생략된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는 결과를 향하여 가고 있는 인생의 생생한 1막 2장이 함축되어 있다. 우리 사회는 인생도 신앙생활도 목회도 너무 결과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보니 너무 조급해하며 심지어 목회도 성과 위주로 평가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농부들이 과수원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어떤 사람은 생산을 앞당겨 명절 대목을 보기 위하여 성장촉진제를 사용한다. 성장촉진제로 생산된 과일은 얼른 볼 때 크기도 하고 빛깔도 좋고 맛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제철 과일만 못하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안다. 성장촉진제로 생산된 과일은 빠른 수확을 하여 돈은 조금 더 벌 수는 있으나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생산된 과일과 확실히 다르다. 오랫동안 저장해 두고 먹기가 힘들다. 나중에는 푸석푸석하여 맛도 당도도 떨어져 손길이 가지 않고 빨리 썩어가는 것을 보며 오히려 푸념하기에 이른다.

좋은 인생, 좋은 신앙, 좋은 목회의 열매는 충실한 과정이 필수적으로 동반된다. 요셉은 애굽의 총리가 되면서 자기 가족을 모두 다 먹여 살리는 생명의 역사를 이루며 애굽에서 이스라엘 나라를 형성하는 단초를 놓은 인물이다. 그러나 요셉이 애굽에 내려갈 때부터 그 인생에는 모진 연단의 과정이 있었다. 형들이 요셉을 미워하여 죽이려다가 애굽으로 가는 상인들에게 인신매매를 하였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요셉이 보디발의 집에서 충실하게 종살이하면서 가정 총무를 담당하였지만 역시 보디발 아내의 모함으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기에 이른다. 그런데 성경을 보면 그 고난 가운데서도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하시므로 그가 형통한 자가 되었다(창39:2)"고 하였다. 감옥에서도 "간수장은 그의 손에 맡긴 것을 무엇이든지 살펴보지 아니하였으니 이는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하심이라 여호와께서 그를 범사에 형통하게 하셨더라(창39:23)"고 하였다. 요셉의 인생 과정이 종살이요 억울함이요 감옥이었지만 하나님께서 함께하신 과정이었다. 결국 요셉은 감옥에서 바로의 관원들의 꿈을 해몽하게 되고 술 맡은 관원 장은 전직을 회복하게 된다. 그때 요셉은 술 맡은 관원 장에게 자신의 무고함을 바로에게 아뢰어 자신을 건져달라고 청탁하였다. 그러나 술 맡은 관원 장은 요셉을 기억하지 못하고 만 2년까지 잊고 있었다. 어찌 보면 요셉은 정치범 수용소에서 아직 나올 때가 되지 않았으나 인간적으로 성급하게 자신의 무고함을 아뢰고 구명 청탁을 하였는데 만 2년이라는 고난의 과정이 더 필요한 것이었다. 드디어 하나님의 때가 되어 바로 왕이 꿈을 꾸는데 아무도 해몽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술 맡은 관원 장이 요셉이 생각나서 바로 왕에게 천거하였다. 요셉은 바로 왕에게 꿈을 해몽하여 주고 경제정책까지 제시함으로 바로 왕의 마음을 사서 결국 애굽 온 땅의 총리가 되었다. 이때 요셉의 나이가 삼십 세였다. 그러니까 요셉이 총리가 되기까지 그 인생의 과정, 인생의 괄호가 형들에 의해 종으로 팔릴 때부터 적어도 십삼 년이 있었다.

우리는 흔히 어떤 사람의 간증을 들으며 은혜를 받는다. 그런데 결과보다도 그 인생과 목회의 과정을 들으면서 은혜를 받는다. 더더욱이 그 은혜의 정점은 요셉처럼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는 인생 괄호, 목회 괄호에 영혼의 깊은 울림을 받는다. 요셉의 고난은 더더욱이 하나님의 예정 가운데 이루어진 고난이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신 큰 민족의 비전을 성취하는 과정에서 요셉을 사용하셨다는 점에서 우리의 인생과 신앙도 과정을 성실하게 믿음 안에서 성취해 가야겠다.



김명석 목사 / 구례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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