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신앙 사이에서 고민하는 제자
[ 땅끝편지 ]
작성 : 2024년 06월 18일(화) 00:35 가+가-
캄보디아 오태근 선교사편(9)
창세기 2장에는 하나님께서 아담과 하와의 결혼을 주례하시는 장면이 나온다. 이 세상에서 사람의 일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혼예식일 것이다.

캄보디아 사람들의 전통 결혼식은 온 마을의 잔칫날이다. 캄보디아는 모계 중심사회이다.

남자가 여자 집으로 장가를 가서 평생 장인, 장모와 처갓집 식구들을 모시고 살아야 한다. 신랑은 신부의 가정에 지불할 결혼 지참금이 있어야한다. 이 지참금을 준비하지 못해서 결혼을 하지 못하는 남자들도 많다. 결혼식 잔치는 보통 이틀간 불교식으로 진행한다.

불교 신도회에서 주관하며 스님들의 결혼 법회 인도와 캄보디아의 여러 전통적인 순서들을 섞어서 진행한다. 제자 양육을 하다 보니 제자 양육생들이 하나 둘씩 결혼을 하게 됐다. 제자들의 결혼 상대는 주로 교회의 영어반에 와서 제자 신학생들에게 영어를 배우던 고등학교 여학생들이었다. 처음에는 "선생님" 하더니 조금 시간이 지나자 "오빠"라 부르고 어느 날부터는 "자기"라 부르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제자 신학생과 여학생이 손을 맞잡고 나에게와서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한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신학생들이 예수를 믿은 교회의 여학생들과 결혼을 하는 것이다. 센터의 교인들과 청년들은 힘을 모아서 결혼식을 준비한다. 결혼식 당일에는 양가의 부모와 친척들이 축하의 자리에 참석한다. 그래서 결혼식은 최고의 감동이 있도록 신경을 쓴다. 예배당 입구부터 멋진 장식과 특순, 맛있는 식사까지 준비한다. 결혼식 순서에는 반드시 '세족식'을 준비한다. 신랑은 신부의 발을 씻기고 또 신부는 신랑의 발을 씻겨주며 서로 섬기며 평생을 사랑하며 살아갈 것을 참석한 모든 이들 앞에서 몸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주례사는 복음 설교를 통해서 가족들에게 예수님의 십자가의 사랑과 구원을 선포하며 예수 믿는 가정이 행복한 가정임을 전하게 된다.

거의 모든 제자들이 순탄하게 결혼을 하고 아내와 함께 교회를 개척해서 목회 사역을잘 감당하고 있다. 제자들이 결혼한지 10~20년이 가까워 오지만 부인들은 여전히 우리 부부에게는 어린 중·고등학생처럼 친근함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황당한 결혼을 하려고 했던 제자 신학생이 있었다. 싸멋 전도사는 '트마이평화교회'를 담임하는 30대 초반의 담임전도사였다. 그런데 어느 날 '결혼 청첩장'을 들고 나타났다. "목사님, 저 두 주 후에 결혼합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서 자초지종을 물으니 "어릴 적 한 동네에 살던 여자와 결혼합니다. 그런데 예수는 아직 안 믿습니다. 결혼 먼저 하고 나서 전도 하려고 합니다."

우리 부부는 속이 상했지만 참고 그 자매와 함께 만나보자고 했다. 그런데 자매 가정 쪽에서 깜짝 놀라며 답신이 오기를 자신들은 예수 믿는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혼을 해도 자매는 교회를 나가지도, 예수를 믿지도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절망했다. 싸멋 전도사를 6년간 양육했고, 신학교 목연 과정에서 공부하며 목사가 될 사람이 결혼을 하기 위하여 자신의 신분도 영어학원 강사라고 했다니…. 우리 부부는 제자 티어라 목사와 함께 싸멋 전도사를 만나서 이 결혼을 포기할 것을 종용했다. 그러나 싸멋 전도사는 말하기를 "제가 결혼을 위해서 목회를 그만 두겠습니다. 결혼 지참금도 몇 천 달러 신부쪽에 이미 지불했습니다." 다음 날 싸멋 전도사는 자기 짐을 챙기고 와서 교회 열쇠를 반납하며 결혼을 위해서 고향에 내려 가겠다고 한다. 우리는 제자 신학생들과 작정 기도를 하며 싸멋 전도사를 다시 설득했다.

심각하게 고민하던 싸멋 전도사가 결혼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하여서 제자 티어라 목사가 신부쪽에 전화를 했더니 신부쪽에서 처음에는 우리와 싸멋 전도사를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하나님께서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 주셨고, 결혼 이야기는 없던 것으로 하고 지참금은 돌려 받지 않는 것으로 해결이 됐다. 싸멋 전도사는 신학교 졸업 후에 우리 센터 교회의 신실한 믿음을 가진 자매와 결혼했고 내가 주례했다. 결혼 예식을 진행하는 동안에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싸멋 전도사는 결혼 후 목사 안수를 받았고 두 부부가 교회를 잘 섬기고 있다. 결혼을 주례하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 하나님께서는 아담과 하와를 한 가정을 이루게 하실 때에 어떠한 마음이셨을까?



오태근 선교사 / 총회 파송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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