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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이 어쨌다고?

기사승인 [3123호] 2018.01.10  13: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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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애가 좀 꾸미고 다녀라', '여자애가 너무 쎄 보이면 남자들이 싫어해', '너무 말랐고 완전 절벽이네'. 이런 말이 잘못됐다는 걸 아는 정도가 아니라 이 말이 누군가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는지, 화나게 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런 걸 젠더 감수성이라고 한다.

페미니즘을 모르면 입을 열 때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폭탄이다. 옳은지 그른지 따질 문제가 아니라 이미 우리 사회 청년세대는 페미니즘을 아주 깊고 넓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청년들과 함께 활동하거나 청년사역을 한다고 할 때 젠더 감수성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이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약자여서, 여성이기 때문에 안타깝게 희생당한 것이다. 이 사건은 '여혐'이라는 중요한 키워드를 깊게 이해하게 했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에서는 서른네 살 평범한 여성이 주인공이다. 소설은 신문기사와 통계 등도 활용하여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을 보다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학교와 직장에서 그리고 결혼 후 받은 차별이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했다.

'나쁜 페미니스트',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악어 프로젝트' 등 페미니즘 책들도 많이 읽혔다.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마녀의 법정'에서는 기존과 다른 성역할 캐릭터가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웹툰 '며느라기'는 결혼 후 여성이 겪는 일들에 관해 그렸다. 말 그대로 폭풍 공감이었다. 언급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고 여기에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다. 한국사회는 크게 변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한 달 전쯤, 배우 유아인의 트위터에서 난리가 났다. 사건의 발단은 한 네티즌이 트위터에 올린 글에 유아인이 한 리트윗이었다. 좋아하지만 좀 부담스럽다는 뉘앙스에 대한 연예인의 재치있는 반응쯤으로 여길 수 있는 에피소드가 '여혐'과 '메갈짓'이라는 강한 표현들이 오가면서 큰 사건이 되었다. 남성이자 유명 연예인인 그가 평범한 여성에게 거칠게 반응했으며 또한 정당한 문제제기를 '메갈짓'이라고 단정하고 폄하했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또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표방하고 또한 남성우월적 사회를 성찰해온 그에 대해 표현 몇 가지를 가지고 매도하는 것도 지나친 것이다. SNS에서 한달 이상 지속된 이번 논쟁은 여혐, 메갈, 페미니즘 등을 세밀하고 정확하게, 공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가십거리로 흘러가버릴 연예인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 중요한 이슈를 가로질렀다는 점에서도 의미있다. 또한 페미니즘이 단지 입장이나 표방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점도 남겼다. 

한국사회가 페미니즘을 공부해가는 동안에 한국교회, 기독청년들은 어떨까? '믿는 페미'라는 모임이 있다. 이들은 책모임, 팟캐스트 방송, 집담회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교회의 성평등, 크리스천 페미니스트 네트워킹을 추구한다. 여성주의 예배모임도 있다. 다양한 모임에서 교회 안팎에서 여성들이 겪는 차별적 일들이 표현되고 있다. 남성 사역자들의 여성 교인과 사역자에 대한 성추행, 성폭행 얼마나 많았나? 그리고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얼토당토 않는 이유로 쉬쉬해버렸다.

제도와 문화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이 여태까지 의문시되지도 않았다. 이젠 하나 하나가 문제시되어가고 있다. 앞으론 더욱 세밀하고 민감하게 반응이 터져나올 것이다. 기독청년들, 다가올 세대와 소통하려면 페미니즘을 모르곤 안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어떻게 페미니즘을 수용하는지 모른다는 것에 있다. 성경과 교회 제도와 문화 곳곳에서 '여혐'을 읽어내야 하는데, 그런 감수성이 없다. 사실 약자와 생명의 감수성이 없기에 벌어진 일들이다. 그래서 하나하나 배워간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근원적인 관점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기독교와 교회에 반기독교적이고 반성경적인 요소가 들어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성경과 교회가 당대 사회에 일으킨 파장은 그 중심에 사랑과 생명 존중이 있었기 때문인 걸 기억하자. 그런 점에서 우리는 성경을 다시 읽어야 할 시점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성경의 근원적 메시지를 회복해야 한다. 그 과정에 페미니즘이 큰 도움이 된다.

편향을 극복하고 온전함을 회복하자는 말이다. 편향과 왜곡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당장 여성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이고 여성들이 교회의 지도력으로 세워지도록 해야 한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과정인데도 그동안 그걸 막아왔다. 회복의 과정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들도 통과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기존 것을 모두 버리고 새롭게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는 두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하나님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고 소중한 존재가 되는 그런 교회공동체 만들어가야 한다. 갈 길이 멀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다면 가깝게는 갈 수 있을 것이다.

정인곤 사무국장
기독청년아카데미

정인곤 사무국장

<저작권자 © 기독공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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