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의 맛을 내는 사람
[ 목양칼럼 ]
작성 : 2023년 09월 06일(수) 09:20 가+가-
요즘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에 대한 사랑이 유별난 것 같다. 맛 집이라고 소문이 나면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는 이들도 많다. 그래서인지 음식을 다룬 방송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식탐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같은 음식을 먹어도 그 맛을 모두가 똑 같이 느끼는 것은 아니다. 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필자도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지만 뛰어난 미각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커피는 신맛, 쓴맛, 단맛 등 16가지 정도의 맛이 난다고 한다. 그런데 필자는 커피를 마시면서도 서너 가지 정도의 맛만 느겨지는 것을 보면 미각이 뛰어나진 않는 것 같다.

그런데 맛이라는 것이 의외로 굉장한 힘이 있다. 맛으로 인하여 역사가 바뀌기도 한다. 사람들이 커피를 언제부터 마셨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전해지기로는 에디오피아에서 마시기 시작한 커피는 예멘으로 건너가 이슬람 세계에서 졸음을 이기고 기도하기 위해 사용됐고 11세기에 이르러 일반인들도 마시기 시작했다고 한다. 기독교 사회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을 상징하는 와인을 많이 마셨다면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그 자리를 커피가 대신했다. 그 후에 십자군 전쟁을 거치면서 커피는 본격적으로 유럽에 전해졌다고 한다. 커피 맛을 알게 된 후 와인과 맥주 판매량이 급격하게 떨어지자 와인 판매업자들은 커피가 기독교인을 영적으로 죽게 만드는 '사탄의 음료'라며 교황에게 탄원했지만, 교황 클레멘트 8세가 문호를 개방하면서 모든 기독교인들이 마실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 후로 커피는 세상을 바꾸는 매개체가 됐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만들어진 카페는 18세기 프랑스에서 시민들이 토론하고 자유를 외치는 장소가 돼 시민혁명이 일어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뿐만 아니라 작가와 화가들, 그리고 수많은 예술인들의 모임 장소로 활기를 띠게 됨으로 문화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됐다. 커피는 작은 열매에 불과하지만 그 맛으로 사람들을 매료하고 인류역사와 함께하게 된 것이다.

작은 커피 열매의 맛이 이렇게 세상을 움직이는데,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은 세상을 바꿔갈 수 있는 맛을 내고 있는 것일까? 시편 34편은 "너희는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지어다"라고 하는데, 우리는 여호와의 맛을 알고 그 맛을 이웃들에게 전하며 세상을 바꾸는 삶을 살고 있는가? 맛을 아는 사람이 그 맛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안디옥 교회의 성도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맛을 알고 그리스도의 맛을 낼 때에 비로소 그리스도인이라 불리어졌다. 그리스도인들은 바울과 바나바를 파송해 하나님의 뜻을 따라 인류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렸다. 필자에게도 그리스도인이라 불러줄 만 한 예수 그리스도의 맛이 날까?

가짜가 많은 세상이다. 가짜 맛 집에서는 아미노산계 조미료(MSG)를 사용해 그럴듯한 맛으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그러나 그 맛은 오래가지 못할 뿐 아니라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요즘 교계에서도 MSG를 사용해 맛을 내는 이들이 많다. 거짓으로 포장하고 억지웃음을 만들어내고 누군가를 비난하면서 자신만이 개혁의 맛을 낼 수 있는 것처럼 선전한다. 정작 자기로 인해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서히 병들어가고 있음을 알지도 못하면서 어디선가 얻어 온 MSG를 마치 자기만 가지고 있는 최고의 비법인양 말하고, 스스로도 속으며 살아간다.

그리스도의 계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맛을 알고 그 맛을 전하는 이들이 이 땅에 충만할 때 찾아올 것이다. 음식의 맛은 다양한 재료에서 나는 맛을 가장 이상적으로 조화를 이루게 하는데 있다고 한다. 그리스도인의 맛은 서로 다른 지체인 것 같으나 성령이 하나요, 믿음도 하나이듯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돼 조화를 이룰 때에 나는 것이다. 이번 108회기 총회 동안에 짠 맛도 있고 신 맛도 있고 단 맛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 안에서 조화를 이루어 진한 그리스도의 맛이 나는 잔치 집이 되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김기용 목사 / 당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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