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리아인을 만나다
[ 주필칼럼 ]
작성 : 2022년 09월 26일(월) 15:25 가+가-

김보현 사무총장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강도 만난 이들에게 다가가 '이웃'이 되어주는 사마리아인을 만날 수 있을까?

제107회 총회가 신속하고 회무처리를 통해 예정보다 하루 일정을 축소, 1박 2일 회무를 진행한 뒤 미진 안건을 임원회에 일임한 뒤 폐회했다. 연금 수급률 조정과 같은 현안들이 적지 않았음에도 별다른 갈등의 노정 없이 순조롭게 마무리된 것을 두고 평가의 목소리가 높다. 공정한 토론을 보장하면서도 원만한 분위기로 이끈 지도부, 신속한 의사 결정을 도운 리모콘 투표 방식, 방역 조치로 대폭 간소화된 순서 등이 그것이다. 이 모든 것 가운데 기도하며 열의를 다해 준비해 준 창원 양곡교회 당회와 성도들의 헌신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총회 장소였던 창원 양곡교회는 이미 한 차례로 총회를 치러본 경험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 방역 상황과 시간 부족 등의 어려움을 온 성도의 합심과 헌신으로 채워야 했다. 개회 전날 찾은 교회는 막바지 준비에 분주했다. 개회 당일에도 새벽예배는 여느 날과 같이 3부로 진행됐다. 목회자와 성도들은 제107회 총회와 총대, 한국교회를 위해 한 목소리로 뜨겁게 기도했다.

새벽기도 후 제법 쌀쌀해진 거리에 서서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기다렸다. 오지 않는 차를 한참이나 기다리고 섰는데 한 성도가 가던 길을 돌이켜 다가왔다. '총회 참석을 위해 오셨느냐' 묻고는 교회 앞길은 택시나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곳이라며 길 건너 한 블록을 지나 대중 교통편이 있는 곳까지 안내해 주었다. 한동안을 더 기다리고 섰는데 택시가 한대 와서 섰다. 조금 전 길을 안내해 준 분이었다. '교회 직원'이라고만 자신을 소개한 이름 모를 권사님은 길을 안내를 해 준 뒤에도 안심이 되지 않아 전화로 택시를 불러, 다시 돌아왔다면서 총총히 자리를 떴다.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며 전날 담임목회자와 장로님들이 들려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미 금년도 예산 편성을 마친 뒤 총회 장소 사용 요청을 받게 되어 준비에 필요한 재정 마련을 위해 기도하던 중 뜻밖에 성도들이 헌신적으로 동참했다는 것이다. 특히 청년들 가운데는 결혼 비용과 같은 '옥합'을 깨어 기꺼이 총회 준비에 동참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107회 총회 주제 '복음의 사람, 예배자로 살게 하소서'이다. 일차적으로 코로나 시대, '코람데오', 하나님의 존전에 대면을 통한 예배의 회복을 강조하는 주제라 하겠다. 동시에 예배당에서 뿐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도 예배하는 신앙, 즉 기도와 말씀을 사모하는 '신앙생활'을 넘어 신앙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생활신앙'의 중요성을 강조한 주제라 할 수 있다. 주일에 거룩하게 예배를 마친 뒤 주차장에서 당장 시비가 붙어버린 성도들의 모습을 보며 설교자로서 자괴감을 느껴야 했던 목회자의 고백을 들은 적이 있다.

총회 전 독일 칼스루에에서 열린 제11차 세계교회협의회 총회를 참석하면서 이전 어느 때도 느끼지 못했던 가장 분명한 변화는 '한국 교회'의 달라진 위상이었다. 식당에서 마주친 외국인 참가자들이 반갑게 서툰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는 이들은 총대, 자원봉사자 청년을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이른바 'K드라마'의 힘이었다. 아울러 많은 교회의 대표, 기관 관계자들은 벌써 십년이 다되어가는 제10차 총회에서 경험한 한국교회의 환대와 성도들의 헌신에 대해 받았던 강한 인상과 감동을 너나없이 들려주었다.

K드라마가 한국 문화와 사회 심지어 한국말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준 공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드라마를 한국사회 일상에서 확인하고자 하는 여행객이 있다면 적지 아니 당황할 것 또한 자명하다.

기후 재난이 현실화된 일상, 인구절벽과 지방 소멸에 직면한 우리 사회와 미래는 강도 만난 사람처럼 상실과 깊어지는 상처를 안고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다. 모두가 말없이 피해가고 있다. 누가 이들의 이웃이, 사마리아인이 되어 줄 것인가.



김보현 목사 /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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