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상황에서 교회는 공동체 기도 멈추지 않아
[ 9·10월특집 ]
작성 : 2022년 09월 28일(수) 14:30 가+가-
107회 총회 주제해설 5. 교회사적으로 바라본 팬데믹 상황과 예배
종교개혁 시기의 교회: 팬데믹 상황 속에서 병자 심방, 역병가, 설교

중세교회의 일탈과 무너진 교권, 인문적 지식의 발달 등 페스트가 만연한 중세에 개혁의 불씨가 되는 일들은 곳곳에 있었다. 그러나 종교개혁가들도 페스트의 팬데믹을 피해 갈 수 없었다.

1) 루터: "역병의 죽음"을 피해 생명을 추구하는 교회의 할 일

루터는 "치명적인 전염병으로부터 도망갈 수 있나 없나?"에서, 1527년에 발생한 흑사병을 피해 도시를 떠나야 하는지 묻는 이들에게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이렇게 답한다. 불길을 피하듯 죽음을 피해 탈출함이 마땅하지만, 다른 사람을 보살필 의무가 있는 사람은 피신하지 말아야 한다. 즉 죽음에 이른 자들에게 마지막 성찬을 베풀어 줄 의무가 있는 교회/교역자는 남아야 한다. 의사나 경찰, 시정 공무원 등도 남아서 생명을 지키는 일을 해야 한다. "혹 나의 무지와 태만으로 이웃이 죽임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라는 말로 루터는 이웃 사랑을 염두에 두고, 이웃의 감염을 막아야 할 개인 책임에 관해 강조한다.

루터는 이 글의 끝에 다음의 세 가지로 교회/교역자의 팬데믹 상황 중의 할 일을 언급한다. 요약하면, 첫째, 설교 사역이다. 어떻게 살지, 그리고 어떻게 죽을지, 하나님의 말씀을 들어야 한다. 둘째, 죽음에 대비하기 위해 모든 사람은 죄를 고백하고 적어도 한 주에 한 번은 성찬을 받도록 한다. 셋째, 병자가 의식이 있을 때 목사가 당도하게끔 한다. 마지막 순간에 병자가 복음을 듣고 성찬을 받을 수 있도록 목사는 시간에 맞춰 도착하게끔 한다.

2) 츠빙글리: "역병가"(plague song)를 부르며

1519년 흑사병에 걸린 츠빙글리는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다 회복되었다.

흑사병으로 죽어가는 병자를 심방하고, 복음의 말씀을 전하며 친절한 말과 기도로 낙담한 영혼의 병자에게 위로와 힘을 주었다. 그가 지은 "역병가"는 죽음이 문턱에 있음을 알고 하나님께 안식을 간구하였다. 하나님으로부터 위로를 구하며 극심한 고통으로부터 구원의 은총을 노래했다. 마침내 병에서 벗어난 그는 극심한 고통을 겪은 이후 주어진 삶을 노래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찬양했다. 그가 지은 이 노래는 스위스와 독일 개신교회의 찬송가에 수록되어 오늘의 팬데믹 상황에도 위로와 용기를 준다.

3) 칼뱅: 장례식 설교와 병원 건립 기금 마련

칼뱅이 제네바에서 사역하는 동안 무려 다섯 번의 흑사병을 경험했다. 어려서 어머니를 잃은 칼뱅은 결혼 후 얻은 세 아이와 부인마저도 잃는다. 죽음의 공포는 언제나 그를 감싸고 있었다. "흑사병이 여기서도 격렬한 기세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빚을 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목회를 함에 있어 누군가 무엇을 필요로 할 때 모자람이 없게 우리가 그것을 충당해야 합니다."

제네바의 병자를 향한 목회 사역은 격리 상태에 있는 환자와 죽어가는 사람들을 심방하고 돌보는 일이었다. 칼뱅은 제네바 시의회의 결정에 따라 종교개혁자로서 그가 지닌 중요성 때문에 병원 심방 사역에서 제외되었다. 그러자 칼뱅은 장례식 설교를 통해 고인이 된 병자와 그 가족을 위로했다. 또한 새로운 병원을 건립하기 위해 재원을 모이는 등 최선을 다해 병자를 위한 목양에 힘썼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의 우리: 돌아봄과 내다봄

초대교회로부터 중세와 종교개혁시기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교회는 간헐적 또는 지속적 형태의 팬데믹 상황을 겪어오고 있다. 앞으로 또 우리는 어떠한 형태의 팬데믹 상황을 맞이할지 모른다. 역사 연구의 목적은 정보 수집을 넘어 향후 유사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과 방법을 모색함에 있다. 역사적으로 팬데믹 상황 앞에서 교회는 공동체의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예배를 모여 드릴 수 있을 경우, 함께 성찬을 나누며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가 회복되길 기도했다. 공동체의 기도는 힘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전염성의 정도가 심할 때에도 교회는 목회자의 수많은 죽음을 감내하면서 병자를 찾아가 심방하고 위로하였다. 현대 과학의 발달로 교회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형태의 온라인 예배를 통해 제한적이긴 하지만 "한 회중"으로 모일 수 있게 되었다. 예배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 지금까지 "어떻게 모일 것인지"에 관한 예배 형태에 관한 대안을 모색하는데 치중했다면 이제 제한적이긴 하지만 온/오프라인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된 교회가 병자를 위한 돌봄의 사역으로 대안을 찾아보길 제안한다.

돌아봄과 내다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교회의 기도이다. 돌봄의 기도이다. 팬데믹 상황 앞에 대안을 찾아 모색하는 우리에게 교회의 기도는 너무나 당연해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다. 교회의 병자 기도는 예배를 통해 공동체적 차원으로 승화되었다. 팬데믹 상황에서 예배는 대면/비대면의 모든 형태를 포함한다. 의학과 과학이 할 수 있는 영역에 교회의 치유 사역이 기도와 더불어 행해진다면, 대면 혹은 비대면으로 "한 장소에 모여" 예배드리는 우리는 하나님 앞에 나아가 "세상의 생명을 위해" 기도해야만 한다. 이 땅에 오신 그리스도를 통해 이 땅의 모든 생명을 위해 기도한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교회는 "기도하는 집"(막11:17, 눅19:46, 행2:42)이다. 예배당에 나와 한 회중이 되어 간구하는 교회의 기도는 역사하는 힘이 있다. 예배를 드리며 우리는 병든 이들이 나음을 입고 구원에 이르기를 간구한다. 나아가 성찬을 행하며 온 생명이 그리스도의 몸 안에 하나임을 깨닫고 모든 지체가 건강하길, 온전해지길 기도한다. 교회의 예배와 기도는, 가족과 이웃의 헌신적인 돌봄과 의료진의 사회적 섬김을 통해, 예배 공동체의 삶 속에 하나님을 증거한다. 부활의 증언공동체로 일어선다. 때로 육신의 병이 나음을 입지 못한다 하더라도 마지막 날 하나님 앞에 일으켜 세워질 이들 역시 부활의 증언자로, 하나님의 신비를 증언하고 있다.

김 정 교수/서울장신대학교


※ 총회 주제 해설 <교회사적으로 바라보는 팬데믹 상황에서의 예배> 원고 내용 중에 전반부에 있는 역사적 내용을 제외한 '3. 종교개혁 시기의 교회: 팬데믹 상황 속에서 병자 심방, 역병가, 설교'와 '4.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의 우리: 돌아봄과 내다봄'에서만 요약합니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

뉴스

기획·특집

칼럼·제언

연재

우리교회
가정예배
지면보기

기사 목록

한국기독공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