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영적 예배, 우리 몸을 드리는 예배
[ 9·10월특집 ]
작성 : 2022년 09월 14일(수) 14:54 가+가-
107회 총회 주제해설3-로마서 12장 1절
바울의 예배관이 드러난 구절

포스트코로나 시점에 예배의 절대 필요성과 참 예배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점검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한 신약 본문 중 특히 로마서 12장 1절은 바울의 예배관이 잘 드러나 있는 구절이다. 바울은 진정한 예배자로 살 것을 로마인들에게 권면하면서, 자신을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고 말한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영적 예배라고 설명한다.


산 제물로 드리는 영적 예배

12장 1절과 2절은 12~15장 전체의 표제어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여기서 바울은 두 가지를 주문하고 있다. 하나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대로 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상과 '비동시적'으로 살면서(키에르케고르의 용어)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달으라는 것이다. 바울의 윤리적인 충고는 6장 이하에서 설명한 내용을(새로운 피조물로 변화된 기독교인들이 해야 할 도리), 교회 공동체와 관련해서 풀어 쓴 것이라 할 수 있다. 1절 본문은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개역개정판) 이다.

바울은 "형제들아 너희를 권하노니"로(살전 4:1; 고후 10:1) 권면을 시작한다. 권면은 인간 바울의 권위나 영향력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죄인들에게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긍휼하심에 근거한다(11:30~32). 이 '긍휼하심'이 1절에서는 '자비하심'로 표현되어 있다. 교인들은 자신들의 몸을 산 제사로 "드려야" 한다. '드리다'는 6장 13절에서와 마찬가지로, 세례 받은 신자가 그리스도와 운명을 같이 함으로써 자신의 몸을 의의 종으로 바치듯이 주님께 내 놓는 것을 뜻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의 죄를 위하여 자신을 "단번에"(6:10) 희생 제물로 드렸다. 이제, 예수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자들에게 더 이상 구약적인 의미의 제사는 필요 없게 되었다. 하지만 바울은 상징적으로 구약의 제사 용어를("제물" 헬라어 thusia) 계속 사용한다. 우리는 하나님이 기뻐 받으시는 제물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흠이 없어야 한다("거룩한"). 신약 시대의 사람들에게 구약의 희생 제물은 더 이상 필요치 않다. 그러므로 이제는 죽은 짐승의 살코기와 피가 아니라, 살아있는 우리 자신을 드려야 한다("산 제물"). 바울은 이렇게 드리는 제사를 "영적인 예배"라고 설명한다.

바울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제사 드리는 존재로 본다(1:21 '하나님을 영화롭게 함', 1:25 '하나님을 경배함'). 제사의 목적이 '제의적인 의식에 참여한 자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볼 때, 이 목적은 어린 양 예수의 희생으로(고전 5:7b) 이미 이루어졌다. 바울은 로마 교인들에게 이 같은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의 행위에 상응하는 삶을 영위하라고 권면한다("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 바울은 제사의 개념을 새롭게 해석한다. 하나님 관심의 대상은, 흠 없는 살코기가 아니라 현재 살고 있는 신앙인 그 자체이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시는 거룩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이로써 자연스럽게 신자들의 몸가짐이(윤리) 관심의 초점으로 부각된다.


하나님의 은혜에 기쁨과 감격

바울에 따르면, 인간(신앙인)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인간인 한 기본적으로 창조주이신 하나님, 구속사가 전개되는 과정 가운데 많은 은혜를 베푸신 하나님을 ―그 은총의 역사 정점에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시고 우리 죄를 대신해서 죽으신 십자가 사건이 위치― 섬기고 그분께 예배드려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바울이, "새 언약"(렘 31:31)이 구현된 신약 시대를 맞이하여 구태의연하게 유대교의 제사와 예배관습을 반복하지 않고 새로운 방식의 예배를 제안하고 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복음의 주체인 우리가 어떻게 진정한 예배자로 하나님 앞에 서며, 교인들로 하여금 참된 예배자로 살게 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모색할 때 많은 통찰력을 제공해 줄 것이다.

바울에 따르면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으로 신앙인들은 아무 공로 없이 의롭게 되었다. 신앙인은 삯을 치루지 않고 믿음으로 의인이 되었기 때문에(롬 4:4ff)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을 희생 제물로 드리심으로써 구약적인 의미의 제사는 가치와 효능을 상실했다. 하지만 바울은 계속 유대교적 제사 용어를 차용하면서 적극적으로 논리를 전개한다. 우리 자체가 하나님이 기뻐 받으시는 거룩한, 살아있는 제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토아 철학 등에서 잘못된 우상 숭배를 비판할 때 사용되는 '영적'이란 표현을 활용하여 바울은 맹목적인 제사 자체를 비판한다(참고 암 5:21~24; 미 6:6~8 등).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영적 예배는 우리 몸을 드리는 예배, 즉 그리스도인의 윤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포스트코로나 이후 재개되는 예배는 믿는 자들의 만남과 모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절실히 깨닫는 기회로 활용되어야 한다(시 133:1). 구원해 주신 은혜에 감사하여 주님의 성전에 나올 자격이 없는 우리를 불러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기쁨과 감격이 넘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아울러 로마서 12장 2절 이하에 제시되는 여러 가지 윤리적 태도와 가치가 믿음의 식구들의 삶 속에서 드러나고 구현되도록 교회 공동체는 함께 힘써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드려야 할 영적 예배이다. 이번 총회 주제 '복음의 사람, 예배자로 살게 하소서'가 한낱 구호 차원에 머물지 않고 한국 교회를 역동시키는 공감의 외침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조광호 교수/서울장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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