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신명에 유일신 사상 깊이 담겨 있어
작성 : 2022년 08월 08일(월) 09:46 가+가-
한국 기독교, 신명 통일에 관한 과제 논의할 필요성 제기돼
한국 기독교 내의 신명(神名)

하나님? 하느님? 왜 기독교인이 믿는 신앙 대상의 표현이 다른가? 대부분 개신교에서는 '하나님'이라고 표현하고 성공회와 정교회 가톨릭에선 '하느님'이라고 표현한다. 이처럼 용어에선 차이가 있지만 긍극적으로 믿는 대상은 동일하다.

사실 기독교 내에서 신명(神名)에 관한 용어 차이는 어제 오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초기 선교사였던 로스와 언더우드, 게일 등이 신명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은 바 있으며 해방 이후에도 신명에 대한 논쟁은 이어졌다. 최근엔 역사신학자인 손은실 교수(서울대)가 신명 일치를 위한 제언을 내놓아 또 한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언을 내놓은 이유에 대해 그는 "신앙인들이 다른 이름으로 신을 부르고 또한 일반인들도 서로 다른 종교인양 여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명 논쟁의 역사는 초기 선교사들로부터 시작했다. 우선, 존 로스 선교사가 개신교 최초 한글성서 번역본인 '예수셩교 누가복음젼셔'에서 토착어 신명인 순 한글어 '하느님'으로 번역했다. 1883년 "예슈셩교셩셔 요안나복음"에선 처음으로 "하나님"을 사용하였는데 이는 하나(숫자1)+님이 아니라 하늘을 표현한 사투리였다. 이와 달리, 언더우드 선교사는 '참신' '샹쥬' '여호와'를 채택해 한국인의 토착 신관과 기독교 신앙의 혼동을 막고자 했다. 이어 게일 선교사는 '하나님'(하나+님)으로 표기하면서 유일신의 의미를 첨가했다.

해방 이후에도 신명 논쟁은 이어졌다. '하나님'이라는 신명을 지지한 이장식 교수는 '하느님'이 하늘을 인격화하는 자연숭배의 신관을 반영하고 한국의 민간신명이기에 자연 숭배와 범신론의 위험이 있어 기독교의 유일신관을 담기에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김광식 교수는 '하느님' 선택이 복음의 토착화라는 관점에서 그리고 에큐메니칼 차원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이처럼 한국 기독교 내에선 하늘을 표현한 순 한글어 '하느님'과 '하나님' 그리고 유일신의 의미를 가진 '하나님' 등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의미를 담아 오늘날 대부분의 개신교에선 '하나님' '여호와' '주'라고 신명을 표현하고 있다. 성공회와 정교회에선 '하느님' '야훼'라는 신명을, 가톨릭에선 '하나님' '천주' 등의 신명을 사용하고 있다. 결국 신학적인 차이라기보다는 각자의 정통에 따른 차이라고 보는 경향이 짙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국 기독교 내에서 신명 통일이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어떤 신명으로 통일해야 하나? 결코 결과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는 문제다. 역사신학자인 안교성 교수(장신대)는 몽골성경 번역에 참여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신명 통일 문제는 결코 쉽지 않는 문제"라며 "이에 대한 한국교회 전체의 분위기가 무르익어야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이미 신학자들 사이에선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한국 기독교 전체가 참여한 가운데 신명 통일을 이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신명 통일에 대한 결과가 지난 1977년 개신교와 가톨릭이 출판한 공동번역성서다. 당시에 공동번역성서에선 가톨릭의 '천주'와 개신교의 '하나님'이 아닌 제3의 대안인 '하느님'으로 통일한 바 있다. 그러나 성공회와 정교회 가톨릭에선 지금까지 '하느님'을 사용하는 반면 개신교에선 '하나님'을 고수하고 있다.

대한성서공회 성경번역연구소 이두희 소장은 "학문적으로 논의하고 검토할 수 있겠지만 목회 현장을 고려하면 신명을 바꾸는 것은 정서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번역하는 입장에서 원문과 관련해서 가장 좋은 번역이라고 하더라도 이미 어떤 다른 특정한 용어가 상당히 오랫동안 교회에서 비중있게 사용됐고 교인들이 정서적으로나 신앙적으로 연결돼 있는데 다른 용어로 바꾼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하느님' 명칭에 대해 "개신교에선 유일신 사상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강조해 왔기 때문에 '하나님'을 '하느님'으로 용어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개신교가 공동번역성서를 채택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깊이 성찰할 과제로 남았다. 개신교가 유일신 사상을 담은 '하나님'을 고수하기 위해 '공동번역성서'를 채택하지 않았다는 주장들이 설득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앞으로 기독교 신명 통일에 관한 주장은 끊임없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회 일치와 화해를 위한 용어 통일에 대한 향후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는 점이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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