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팔 벌려 지역사회를 품는 교회
[ 우리교회 ]
작성 : 2022년 07월 12일(화) 08:01 가+가-
속초중앙교회가 걸어온 70년
【 속초=최은숙 기자】요즘처럼 연일 폭염이 계속되는 무더운 여름날이면, 강원도 동해의 푸른 바다로 '풍덩'하고 뛰어들고 싶어진다. 특히 끝없이 펼쳐지는 짙푸른 바다와 대자연의 신비를 품고 있는 설악산의 절경이 어우러진 속초라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여름이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우리는 '속초'를 단순히 여름철 피서지로만 주목해서는 안 된다. 속초는 6.25 한국전쟁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분단의 현장이며 여전히 지속되는 상처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향을 잃은 실향민들의 애환이 겹겹히 쌓여있는 속초는 장로교회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강원동노회 속초중앙교회(강석훈 목사 시무)는 강원도 영북지역의 첫 번째 장로교회다. 1952년 11월 9일, 함경도와 평안도 등에서 피난 온 교인들이 중심이 돼 세운 교회는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이했다. 속초의 역사와 함께 한 교회의 70년은 이웃과 함께 울고 웃으면서 지역사회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열린교회, 모이는 교회

속초중앙교회는 일주일 내내 '열린'교회이고 '모이는' 교회다. 월요일에는 '선교산악회'로 모이고 화요일에는 '뱃새다 무료급식'을 운영한다. 수요일에는 '전도', 목요일 '군선교', 금요일은 '구역지도자 성경공부', 토요일 '청소하는 날'로 항상 열려있다. '교회를 활용하지 않는 것도 죄'라는 강석훈 목사의 목회신념 때문이다. 그래서 교회는 지역사회에 교회공간을 개방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1600여 평 규모의 교회는 지역 내에서도 찾기 어려운 대형 공간으로 지역의 크고 작은 문화공연장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지역주민이라면 한 번쯤 '문화공연'의 관객으로 '속초중앙교회'를 방문했을 정도로 지역사회를 향해 열려 있다.

지역을 향한 교회의 섬김은 예수님이 양팔을 벌리고 지역사회와 주민을 품고 있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교회의 외관과 닮아있다. 십자가를 중심으로 기존의 예배당과 '속초중앙 베이스캠프'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양팔을 벌리고 지역을 품어 안는 모습이다. 베이스캠프는 지난 2015년 속초의 다음세대 크리스찬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교회문화관으로 신축됐다. 교회는 이를 계기로 신구세대의 이해와 화합을 도모했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끌어내고 있다. 아울러 베이스캠프를 신축하면서 교회는 담을 허물고 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데 주력했다.

지난 2020년 속초행복나눔봉사단을 설립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지역사회의 필요를 채우는 선교적 교회'를 지향하는 교회는 코로나 이후 디아코니아 사역을 더욱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봉사단을 설립하고 사역을 확대했다. "코로나 이후에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일은 더 많아졌지만 종교가 다르거나 교회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담을 갖는 주민들이 있었다"는 강 목사는 "예수님의 사랑을 지역 주민들과 순수하게 나누고 싶어서 봉사단을 창립하게 됐다"고 했다.


#양팔 벌려 이웃을 품는 교회

봉사단은 '사랑의 도시락배달' '벳새다무료급식' '노인문화센터(소망대학)' '사랑의 쌀 나누기''김장담그기 및 나누기''난방유 및 연탄 나누기''리사이클링 스토어(행복나눔 재활용센터)' 운영 등 이웃 섬김 사역을 실천한다.

그 중에서도 은퇴한 교인들과 여전도회원들이 자원봉사로 섬기는 '행복나눔재활용센터'는 사회적 기업 개념으로 운영되는 데 교인들이 제공한 재활용 물품을 수거하고 수리해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수익금 전액은 뱃새다 무료급식 재원으로 사용된다. 뱃새다 무료급식은 교회가 30여 년 동안 지역 어르신들 300여 명에게 무료로 급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코로나 이후에는 '도시락 나눔'으로 교체하고 어르신들이 식사를 거르지 않게 했다.

'베이스캠프 카페'의 수익금은 지역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된다. 카페는 쿠폰을 구매하면 자연스럽게 장학금 후원에 동참하는 구조로 운영되는데, 교인들의 호응이 높다. 모아진 수익금은 교회 출석 유무에 상관없이 성경통독장학금, 암송장학금, 사랑의장학금 등 상황에 맞게 전달된다. 카페수익금은 또 바자회 수익금 일부와 합쳐져 지역 학생들에게 유럽교회 탐방,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 미국 서부 일주 등 '비전트립'의 기회를 제공힌다. 속초 청소년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넓히고 세계를 품는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속초중앙교회의 디아코니사역은 잘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조화롭다.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시작한 선교사업이 또 다른 선행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면서 사역이 실제화 될 수 있게 한다. 오는 9월부터 교회는 작은 건물에 냉장시설을 설치하고 어려운 이웃들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게 개방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지역을 향한 교회의 진심은 지난 2019년 강원도 고성과 속초 일대를 초토화 시킨 대형 산불로 진가를 발휘했다. 교회당을 지역의 이재민들에게 개방하고 밤새도록 구호활동을 펼쳤다. 총회는 물론 지자체, 언론사 등과 긴밀하게 협력했고 전국에 실시간 재난피해 상황을 공유하며 이재민들의 아픔을 보듬었다.

진심은 통하기 마련. 교회에 적대적이던 주민들도 교회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교회가 내미는 손을 잡았고, 교인들은 돈과 시간을 내어가며 이웃들을 도왔다. 교회의 재난구호활동은 총회에서도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으며 총회 재난백서 제작과 재난봉사단을 조직하는 산파역할을 했다.


#남녀노소 불문 모두가 행복한 교회

'다음세대'에 진심인 교회는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정책협의회에 청년들은 물론 중고등학생까지 참여하게 한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전 교인이 동참하고 기뻐하는 교회 정책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다. 강석훈 목사는 "각 세대의 대표가 모여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교회의 정책을 만들어 나간다"면서 "공동체 모두의 발언을 경청할 때 나의 뜻이 아닌 하나님의 뜻을 이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교회 창립 70주년 새로운 도약

교인의 수평이동을 금지하고, 삶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책임을 강조하는 속초중앙교회는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아 특별한 '70년 사'를 준비한다. 총 3권이 한 세트로 구성된 '70년 사'는 △속초의 역사와 함께 한 교회의 역사를 신학적, 사회적 관점에서 조명하고 △사진으로 구성한 '화보집'과 △다음세대들이 교회의 역사를 쉽게 접할 수 있게 '웹툰'으로 제작한다. 교회사를 웹툰으로 제작하는 것은 역사를 '기록'으로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다음세대까지 이어지게 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다. 이와 관련, 교회는 교회와 지역의 발전사를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향토박물관 설립도 준비 중이다.

70명씩 한 팀을 이뤄 총 4팀, 280여 명의 교인들이 4권의 필사성경을 제작하는 '70인 엮 성경필사'도 눈길을 끈다. 정해진 용지와 정해진 볼펜 정해진 규칙에 따라 각자 정한 분량을 필사하는 방식이다. 초등학생부터 90세 어르신이 함께 엮어내는 이번 필사는 한 자라도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한다. '성령께서 하나되게 하시고, 모든 것을 품위 있고 질서있게 하라'(고전14:40)는 말씀을 실천하기 위한 교인들의 약속이다.

교회는 또 모든 부서에서 6월 1일부터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했다.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면서 교회 내 쓰레기도 10분의 1로 줄었다. 교회는 한달 간 계도기간을 거쳐 현재 온 교인이 개인컵을 사용하는 것으로 탄소중립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지역의 필요 채워주는 교회

속초중앙교회는 아직도 '흑백'주보를 사용한다. 피난민 생활로 '근검절약'하는 습관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님 사랑과 이웃 섬김을 실천하는데는 전혀 인색함이 없다. 교회에 적대적이고 아직도 불교가 강세인 속초지역에서 '선교적 교회'로 지역사회에 깊이 뿌리내리며, 장로교회의 건강한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70년 전 여전도회원들이 피묻은 군복을 빨아가며 '실제적인' 군선교로 예수님 사랑을 전해왔듯, 교회는 여전히 그렇게 '지역의 필요를 채워주면서' 믿음의 선진들의 유산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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