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선교사의 다문화 역량
[ 땅끝편지 ]
작성 : 2022년 06월 07일(화) 08:51 가+가-
인도네시아 김동찬 선교사 <8> 국내 다문화 사역의 중요한 도구

수마트라선교회의 PCK선교사들.

큰 딸이 세 아이를 키우면서 종종 요리 강습, 명사와 연예인의 토크쇼 등 TV 프로그램 자막을 인도네시아어로 번역하면 필자가 감수해 준다. 인도네시아 현지인 학교에서 유·초·중학교2학년 과정을 마쳐서 필자보다 생활 인도네시아어를 더 잘 번역한다.

필자가 선교사로 파송 받은 1991년부터 우리 교단도 많은 선교사들을 파송했다. 이들이 30년 이상 사역한 후 은퇴하고 귀국할 시기가 되었다. 앞으로 10년 동안 우리 교단 선교사들 수 백 명이 귀국할 것이다. 이들이 한국교회의 후원으로 오래 타문화권에서 살면서 현지의 언어와 문화를 익혔고 그 나라의 정치, 사회, 경제, 교육 등 다방면에서 지식과 정보를 몸으로 체득하였다. 또 오랜 시간 현지인들과 부대끼며 살았기 때문에 다른 어떤 전문가들 보다 더 현장성이 있는 정보를 갖고 있다.

시사경제잡지 중앙이코노미스트가 꼽은 '미래에 가장 중요한 10가지 업무 능력' 중 네 번째가 다문화 역량(Cross-cultural Competency)이라고 했다. 세계가 글로벌화 되어 다인종, 다문화, 다언어의 만남이 빈번해지면서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타문화 경험과 이해가 매우 중요한 때가 되었다. 은퇴 선교사들이 갖고 있는 통번역 능력과 사회, 문화, 정치, 경제에 대한 살아있는 정보들이 한국사회를 위해서 유용하게 쓰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오랜 세월 나그네 생활을 한 선교사들은 이방인 됨의 서러움과 아픔을 몸소 겪었기 때문에 한국의 외국인 근로자나 결혼 이주 여성들의 애환을 잘 들어주고 공감해 주어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해외생활을 하다보면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이방인이고 고국이라고 한국에 돌아와도 낯설고 거북한 일들을 자주 만난다. 그래서 '선교사의 고향은 본국도 선교지도 아니고 비행기 안이다'라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만 줄곧 산 사람들은 그런 나그네의 심정을 깊이 이해하기 힘 든다. 지금 우리나라 농어촌과 도시 어느 곳에서나 외국인 근로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귀국한 선교사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 사회에서 이방의 나그네 된 사람들과 그들의 말로 소통하고 생활의 다양한 필요를 채워줄 수 있다면 복음 전도와 하나님 나라 확장에 아름다운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귀국 선교사들이 서로 네트워킹하고 협력하기 위한 구심점과 응집력이 부족한 것 같다. 이 자원들은 마치 아직 흩어진 구슬과 같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흩어져 있는 구술들을 네트워킹이라는 실로 꿸 수 있다면 한국교회의 중요한 선교 도구가 되고 한국 사회에 이바지하는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해외에서 오래 살다 귀국한 선교사가 산천이 여러 번 변한 한국사회에 재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을뿐더러 심한 역문화 충격을 경험한다. 베테랑 선교사들이 한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봉사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필요한 적응 훈련, 자신이 경험한 것을 재정리하고 다듬을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을 거친 후 각 분야의 전문가 자격증을 하나씩 취득한다면 다문화 사역을 위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런 준비된 선교사들의 다문화 역량과 팀워크를 바탕으로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 이주 여성을 위한 언어문화적응 교육, 다문화 가정 자녀의 정체성 함양 교육, 학업지도, 생활 상담, 소외된 외국인들을 위한 상담과 봉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백세 시대를 맞이하여 앞으로 베테랑 선교사들이 20, 30년은 더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을 위해,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귀하게 쓰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올해 은퇴하면서 기도제목을 갖고 있다. 동지 선교사들과 협력하여 한국에서 쉽게 통번역자를 구하기 어려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베트남어, 캄보디아어, 미얀마어, 라오스어 등 동남아시아어를 중심으로 '언어 은행(Language Bank)'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에 정착하는 외국인 초년생들을 위한 온오프라인 통번역 봉사팀을 구성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김동찬 목사 / 총회 파송 인도네시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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