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메시지다
[ 목양칼럼 ]
작성 : 2021년 04월 21일(수) 13:03 가+가-
어른을 위한 동화 작가 정채봉의 영웅 독수리이야기가 있다. 어리바리 독수리 두 마리가 있다. 늘 주변에서 치이고 괴롭힘을 당하는 독수리 같지 않은 독수리다. 이러한 심정을 한탄 하는 이들에게 영웅독수리가 나타난다. 이들의 부러움의 대상인 영웅독수리는 그의 날개를 펼쳐서 보여준다. 영웅독수리 또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상처의 흔적이 고스란히 부리와 날개 그리고 온몸에 가지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정채봉 작가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다. 30년 전 즈음인 것 같다. 종로 5가의 샘터출판사 뒤에 작은 꽃집에 유난히 환한 얼굴로 들러 인사를 반갑게 나누고 잠시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서 삶을 품은 영혼의 밝은 빛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이름이 누구인지 궁금해졌고 그가 정채봉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그의 이름을 잊지 못하게 되었다. 그의 삶의 단면이 그의 이야기를 더 귀를 기울이게 한 것이다.

지금은 작고하신 영문학자 장영희 교수께서 아버지 장왕록 영문학교수를 추모하는 에세이에서 인용한 글 중에 웨스터민스터사원에 묻힌 성공회 주교의 글을 소개했다. "내가 젊고 자유로워서 무한한 상상력을 가졌을 때,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좀 더 나이가 들고 지혜를 얻었을 때 나는 세상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변화 시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 황혼의 나이가 되었을 때 마지막 시도로 가까운 내 가족을 변화 시키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그러나 아무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죽음을 맞이하는 자리에서 나는 깨닫는다. 만일 내가 나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더라면, 그것을 보고 내 가족이 변화되었을 것을, 또한 그것에 용기를 얻어 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었을 것을, 누가 아는가, 그러면 세상까지도 변화 했을지!"

이글을 통해 사람을 변화 시키려는 야심 없이 늘 순수하게 사람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신 학자의 길을 살다 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기쁘게 살다 가신 학자의 외길 인생"이라고 평했다. 영문학자의 길을 사랑한 아버지의 삶에 비해 부질없는 욕심에 흔들리는 자신의 모습을 반추하는 글이지만 자연스레 딸에게도 영향을 미쳤을 영문학자로서 아버지를 존경하는 글이었다.

신학자 '한스 큉'의 죽음이 얼마 전 전해졌다.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그의 명저를 읽었던 시절이 떠올랐다. 수십 년 전, 하나님의 교회를 향한 열망과 고뇌, 생의 불꽃을 태운 그의 책을 접했을 때 줄을 치고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의 삶의 궤적이 책의 무게를 더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욕망하고 사랑하는 것이 '나이며 삶'일진데 "나는 교회를 진실하게 사랑하고 살고 있나?" 주님의 음성이 다시 들리는 듯하다. "얘야~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홍원표 목사/더하트하우스교회
많이 본 뉴스

뉴스

기획·특집

칼럼·제언

연재

우리교회
가정예배
지면보기

기사 목록

한국기독공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