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께 연락하지 마!
[ 목양칼럼 ]
작성 : 2021년 04월 14일(수) 11:07 가+가-
필자가 목회하는 해방교회는 매년 사순절을 시작으로 부활주일까지 대 심방 기간을 갖는다. 작년에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19로 인해 대 심방을 하지 못했다. 올해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비대면, 대면을 겸하여 대 심방을 하기로 했다. 주로 전화나 줌 영상으로 심방을 하고 방문 심방을 원하는 가정이 있으면 인원을 최소화해서 가정을 방문하던가 아니면 목양실로 찾아와 함께 예배하도록 했다. 코로나로 인해 공식적인 성도의 교제가 없었기에 전화나 영상으로 혹은 대면으로 성도들을 만났을 때 이전보다 더 반갑고 귀하게 느껴졌다. 코로나로 인해 성도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어려움도 직접 듣는 기회가 되었다. 또 전화 음성으로만 만날 때는 더 심방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하루는 심방을 마치고 심방을 드린 은퇴 장로님 가정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식사 자리에서 지난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장로님은 몇 년 전 목욕하시다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하신 적이 있었다. 생각보다 오래 입원하고 계셨기에 궁금해서 더 자세히 그 일에 대해 물어보았다. 당시 장로님은 목욕 중 완전히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고 한동안 의식도 없고 몸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계셨다. 간호사들이 빨리 깨어나도록 다니면서 몸을 발로 툭툭 차고 다닐 정도로 의식이 없었다. 다행히도 며칠 만에 깨어났는데 안타까운 것은 말을 하려해도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말을 하려 해도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연필과 종이를 가지고 와서 글씨를 써서 의사소통을 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곁에 있는 부인 권사님이 내게 묻는다. "목사님 그때 종이에 제일 먼저 쓴 글자가 무엇인지 아세요?" "뭔데요?" "'목사님께 알리지마!' 였어요."목사님이 이 사실을 알면 걱정하시고 병원에도 와야 되고 바쁘고 피곤하신데 폐를 끼치니 절대로 알리지 말라는 것이 말이 안 나와 종이에 쓴 처음 말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을 들으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아! 목사란 과연 성도들에게 어떤 존재인가? 목사가 성도를 생각하는 것보다 성도는 더 깊이 목사를 생각하는구나! 대게는 목회자가 성도를 염려하고 걱정하는 것인데 성도가 목사를 더 염려하고 걱정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다시 한번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나는 성도들이 나를 귀하여 여겨 준 것만큼 성도를 귀하게 여기고 있는가? 쓰러져서 말도 못 하는 고통의 자리에서도 가장 먼저 목사님께 폐가 될까 봐 목사를 생각하는 성도를 보며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는다. 흔히 좋은 교회가 좋은 목사를 만들고 좋은 성도가 좋은 목회자를 만든다는 말을 한다. 지금까지 나는 부족하지만 '좋은 교회', '좋은 성도'를 만나 이만큼 온 것이 아닌가? 내가 잘하고 능력이 있고 열심히 해서가 아니라 참아주고 기다려주고 기도해주고 염려해준 성도들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오늘날 많은 교회들이 크고 작은 분쟁으로 인해 세상에 덕이 되지 못하는 것을 본다. 또 겉으로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나 드러나지 않은 내면적인 갈등으로 인해 신음하는 교회들도 있다. 서로가 서로를 귀하게 여기고 "당신 때문에 내가 있습니다" 라는 마음을 갖는다면 행복한 목회, 행복한 교회 생활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런 해방교회에서 목회하는 것이 참 행복하고 감사하다.

박영국 목사/해방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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