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약한 목사를 가장 행복한 목사로 만든 동역자!
[ 목양칼럼 ]
작성 : 2021년 03월 24일(수) 08:40 가+가-
취모구자(吹毛求疵)라는 말이 있다. 입으로 털을 불어서 흠을 찾는다는 뜻으로, 일부러 다른 사람의 흠(약점이나 실수)을 찾아내려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참으로 무섭고 야박한 태도다. 그런데 이보다 더한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의 실수를 '안타까워'하거나 '두려워'하기보다는 통쾌하게 여기며 즐기고, 그것을 소문내고 돌아다니는' 사람이다.

사람은 세월이 흐를수록 외형이 변하고 내면도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물론 그리스도 안에서 내 속사람이 거듭나고 새롭게 살려고 노력도 하고, 훈련도 받지만 견고한 진과 쓴 뿌리가 남아있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성질과 성격과 습관 등이 내 자신과 주위를 얼마나 당혹하고 처참하게 만드는지 모른다.

어렵고 힘들었지만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교회 건축이 마무리될 무렵이었다. 목양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어느 주일 아침, 그날따라 교회에 나갈 준비를 너무 일찍 했다. 교회에 가면 잠시라도 있을 장소가 없어서 사택에 있는 서재에서 설교원고를 읽고 묵상하다가 깜박 잠이 들어 버렸다. 이 당시에 필자의 아주 고약하고 나쁜 버릇 중 하나가 잠자는데 깨우는 것을 엄청 싫어하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못된 것이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사택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울려댔다. 잠결에 전화를 받고 아주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여보세요!" 큰 소리로 화를 내며 말을 하자, 김 권사님께서 "목사님, 안 오세요?" "어디를요" "교회요" "오늘 교회에서 뭐해요" "목사님, 오늘 주일이잖아요" 아뿔싸,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 예배시간이 임박해 있었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앞이 깜깜했다. 가방을 챙겨들고 교회로 마라톤 선수 이상으로 달려가니 2층 예배당에서는 찬송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필자의 둘째 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 김 권사님이 아빠 성경가방은 1층 식당 붙박이장 안에 저보고 넣어 놓으래요. 그리고 아빠는 설교 원고만 양복 안주머니에 넣고 화장실 다녀오시는 것처럼 태연히 들어오시래요."

필자의 일생에 가장 큰 실수를 이날 저질렀고, 그날부터 누가 언제 깨워도 성질을 내지 않았다. 그렇게도 실수투성이에 성질까지도 더럽고 고약한 목사를 감싸고 덮어주며 섬기고 위로하며 25년간 한결같이 순종하는 김 권사님은 지금은 장로님이 되셔서 고약한 목사를 지금도 덮어주고 막아주며 돕고 동역하고 계시니 필자는 정말 행복한 목사다.

동역은 같이 일을 하기 전에 상대의 실수와 허물을 덮고 이해하며 배려하면서 시작되는 것이다. 사랑은 이웃의 잘못과 허물을 덮어주는 것이다. 이웃의 허물을 사람들에게 떠벌리고 다니면 비난이 되지만 이웃의 허물을 덮기 위해 하나님께 아뢰면 도고가 된다.

그리스 속담에는 이런 것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앞뒤에 하나씩 자루를 달고 다닌다. 앞에 있는 자루에는 남의 허물을 모아 담고, 뒤에 있는 자루에는 자기의 허물을 주어 담는다." 뒤에 있는 자신의 허물을 담는 자루는 자기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반대로 남들 눈에는 잘 보인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자기 성찰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요즈음 필자의 아내는 하루에 한두 번씩 씨익 웃으며 나를 향해 말한다. "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 뭐가 달라졌는지 나는 정확하게 모르는데 상대는 느끼는 것 같다. "허물을 덮어 주는 자는 사랑을 구하는 자요 그것을 거듭 말하는 자는 친한 벗을 이간하는 자니라."(잠 17:9)

김성렬 목사(주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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