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회에 나가지 않는 이유
[ 논설위원칼럼 ]
작성 : 2021년 02월 10일(수) 08:40 가+가-
"저는 신우회 안 가요." 한 후배가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가 일하는 직장에 그리스도인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작 신우회에는 몇 명 모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도 신우회에 몇 번 참석해 보았으나 지금은 더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 신우회에 나오는 사람 중에 직장에서 손가락질받는 사람이 있었다. 신우회에서 그 사람을 마주치는 것도 싫었고 게다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같은 부류의 사람으로 취급받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너도 그 모임(신우회) 나가냐?' 이 말은 듣고 싶지 않은 말이라고 한다. 그리스도인임을 숨기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신우회에는 나가지 않는 이유를 그렇게 들려주었다. 직장 다니면서 그리스도인으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후배였다. 안타까운 현상이다.

이 이야기는 그나마 코로나 이전의 상황이다. 요즘 같아서는 직장에서 교회 다닌다는 말조차 조심스럽다고 한다. 방역 조치의 허용 수준에 따라 교회의 대면예배에 참석하고 나서도 직장 동료들에게는 말하지 못한다고도 한다. 그러나 교회에서만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삶의 모든 자리에서 그리스도인이기에 여전히 생각할 만한 이야기다.

만약 내가 싫어하는 사람과 똑같은 취급을 받는다면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이 문제는 비단 그리스도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라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나 존경하는 사람에게 동화되기를 원한다. 혹시 같은 부류로 묻어갈 수 있다면 더더욱 좋아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학문적으로 뛰어나 교수의 제자'라든가 '존경받는 사회적 인사의 지인'이라면 이 사실을 드러낼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유명한 연예인과 같은 동네에 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스캔들을 일으킨 목사의 교인'이라든가 '사회적 지탄을 받는 장로의 친구'는 어떻게 해서라도 이 사실을 밝히려 들지 않을 것이다. 기독교가 비호감인 시대에는 '신분세탁'이 아니라 '신앙세탁'이 처세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초대 교회의 성도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그리스도인임을 드러낸 것도 기본적인 이유는 같다. 그리스도와 같은 부류로 취급받아서 혹시 핍박을 받는다면 오히려 그것을 영광스럽게 여길 정도였다. 초대 교회의 성도인 것이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정체성이었기 때문이었다. 초대 교회는 권위주의와 맘모니즘을 내려놓고 서로를 위해 죽을 수 있을 정도로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예수님께서 자신들을 위해 죽으셨던 것을 기억하며 다른 사람을 위해 죽는 것이 가장 큰 사랑임을 배웠기 때문이었다.

신우회뿐인가? 내가 속한 어떠한 모임과 집단이라도 서로를 위한 희생과 사랑이 없다면 얼마나 변질될 수 있을지 설명할 필요가 없다. 수많은 세상의 모임도 서로를 위한 헌신을 필요로 한다! 하물며 교회가 사람을 살리기 위해 희생하지 않는다면 교회도 죽는다. 그리스도인이 가정과 직장에서 자기만 살겠다고 남들을 죽인다면 복음의 능력은 사라진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은 입지가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단지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에 차별대우를 받을 염려도 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호감도가 떨어지고 그리스도인이라면 아예 상종하지 않는 사태들이 지금도 서서히 감지되고 있다. 혹시 내가 직접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이 멍에로부터 벗어나기는 어렵다. 대의를 위해 교계가 사과하고 전향적 입장을 밝힌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엎질러진 물을 담을 수도 없다. 이미 교회는 복음 전할 기회를 스스로 잃어가고 있다.

본질과 배치되는 행태가 발생했으니 회복하는 방법은 본질에 있다. 그리스도인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복음의 본질을 되새기며 가다듬어야 할 때다. 가고 싶지 않은 신우회라면 내가 먼저 다른 직원들을 위해 희생하고 섬기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 손가락질받는 교회라면 나를 위해 모든 것 버리신 예수님을 기억하며 권위주의와 맘모니즘과 근본주의의 우상을 버려야 한다. 목사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 교회가 죽어야 그리스도께서 사신다.

이대근 목사/양정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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