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와 공생
[ 현장칼럼 ]
작성 : 2021년 02월 04일(목) 14:43 가+가-
여러 해 전 7월 중순에 초대 사무국장을 역임했던 분이 전화를 주셨다. 친환경 농사를 지으시는 목사님이 곧 옥수수 수확을 하셔야 하는데 교회에서 소비해 줄 수 없느냐는 것이다. 옥수수는 수확 시기가 지나면 맛이 떨어져서 제값을 받고 팔 수 없다. 그래서 즉각 수락했고, 한 자루에 30개씩 들어 있는 옥수수가 다음날 1톤 트럭으로 교회에 배달됐다.

교회생협 운영위원장에게 교인들에게 급히 메시지를 보내게 해서 주문을 하게 했다. 교회에서 다 소화하기에는 부담스런 물량이라 아는 분들에게 전화를 돌려서 구매를 요청했다. 요즘은 식구가 적어서 많은 양의 구입을 꺼린다. 게다가 밭에서 딴 옥수수라 삶으려면 껍데기를 일일이 벗겨야 하는데 그 쓰레기도 제법 되고, 집에서는 큰 솥이 없어 여러 번 삶아야 한다. 그래서 구입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말을 듣고, 삶아서 직접 배달해 드리기로 했다.

가능한 한 빨리 쪄야 맛이 유지된다기에 몇 사람이 서둘러서 교회 식당에서 껍데기를 벗기고 찌기 시작했다. 껍데기를 벗기는 것이 시간이 걸렸는데 양이 많다 보니 껍데기를 벗기는 것이 상당한 일이 되었다. 그래도 농촌교회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다들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했다. 다행히 주문이 늘어 가지고 온 물량을 주일 전에 전량 소화했다.

도시지역 노회가 농촌지역 노회와 결연해서 농촌교회를 돕고 있지만, 최근 도시교회들이 어려워지며 지원이 많이 끊긴다고 한다. 아무래도 농촌교회를 선교비 형태로 계속 지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자립대책이 서야 한다.

온생명생협의 창립 목적 중 하나는 농산물의 유통을 통해 농촌교회의 자립을 돕는 것이다. 직접 농사를 짓거나 교인들과 더불어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농촌교회 목회자들이 많이 있다. 대부분 규모가 크지 않아 수확물 소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들의 수확물들을 도시교회가 소화해 준다면, 농촌 교회 자립에 크게 일조할 것이다.

전에 BBC의 다큐에서 본 내용이다. 숲은 그 속의 식물들과 동물들이 서로 의존하여 생명을 유지해 가는 하나의 유기체라는 것이다. 식물은 동물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동물은 대신 식물의 씨를 퍼뜨려 준다. 나무들은 뿌리가 균류로 연결되어 있는데 가뭄 때에 뿌리가 깊은 큰 나무가 상대적으로 뿌리가 옅은 작은 나무에게 균류를 통해 물과 양분을 공급해 줌으로써 가뭄같이 어려울 때도 이겨내게 한다는 것이다.

자연생태계는 이렇게 공생의 틀에서 생명을 풍성하게 하는 데 반해 교회 생태계는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큰 교회와 작은 교회의 역할이 각기 다른데 작은 교회들이 고사상태에 빠져있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한국교회의 찌들은 병폐 중의 하나인 개교회주의 때문이다. 도시교회와 농촌교회, 큰 교회와 작은 교회 사이에 강한 영적 균류가 필요하다. 교회들이 강한 영적 고리로 연결되어 돕는다면, 모든 교회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온생명생협이 그 연결고리의 한 부분을 넉넉히 충분히 담당할 수 있도록, 온생명생협에 대한 교회들의 관심과 적극적 참여를 기대해 본다.

최대석 목사/일산소망교회·온생명소비자 생활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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