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답할 것을 준비하고 있나
[ 논설위원칼럼 ]
작성 : 2021년 02월 03일(수) 08:46 가+가-
2020년 2월에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발표한 한국교회 신뢰도 결과를 보니 '신뢰한다' 31.8%, '신뢰하지 않는다' 63.9%로, 국민 3명 중 1명 정도 만이 한국교회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2017년 조사에 비하여 신뢰하지 않는다는 반응이 10% 이상 증가했다는 점이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점은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교회에 대한 신뢰도는 어떻게 될까?'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보여 진다. 사회의 이런 반응을 보면 참으로 억울하다. 바이러스 감염의 위기 때에 교회처럼 노력하고 교회처럼 모범적으로 협력한 기관들이 별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더욱 부정적일 수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제대로 노력하지 않은 교회 때문이든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교회들 때문이든 또는 교회의 부정적인 면들을 부각하려는 세력들 때문이든 이런 결과를 정당하지 않다고 외쳐도 공감하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것이 우리들이 부딪치는 현실이다.

오늘의 세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고 코로나 팬데믹은 디지털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 교회가 살아남기 위해서 비대면 신앙생활을 위한 디지털화가 시급하다고 힘쓰고 있다.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디지털화 자체가 대답이 될까? 더욱 고민하게 된다. 디지털화가 세속화를 더 부추기고 반기독교적 반교회적인 내용으로 더욱 강력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자체가 기독교에 가장 강력한 도전이 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박해를 견뎌냈던 베드로 사도의 교회를 향한 도전과 그 답을 살펴보게 된다.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하라고 권한다. 동시에 베드로 사도가 제시하는 답은 '너희가 열심으로 선을 행하면 누가 너희를 해하리요', '그리스도 안에 있는 너희의 선행을 욕하는 자들로 그 비방하는 일에 부끄러움을 당하게 하려 함이라' (베드로전서 3:13-16). 베드로 사도는 복음이 도전받고 기독교인들이 박해 받는 시대에 준비해야 할 대답으로 선행 즉 삶을 제시하고 있다.

모니카 르윈스키는 1998년 미국 대통령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람이다. 17년의 긴 침묵과 굴욕의 시간을 뒤로하고 대중 앞에 섰다. 2015년 3월에 TED강연에서 "수치심의 대가" (The price of shame)라는 강연을 했다. 그 시대에 없었던 젊은이들도 대부분 자기를 아는 이유는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끊임없이 그 사건, 그 모습은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다시 대중 앞에 나서게 된 계기는 개인의 은밀한 모습을 누군가 찍어 퍼트림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대학생의 죽음을 접하고였다.

오늘날의 온라인 세상은 개인의 수치심을 마을과 학교 그리고 세상에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하고 있고 그 폭력성을 견딜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음을 자신의 경험을 통하여 이야기했다. 개인의 수치와 고통을 즐기는 익명의 클릭수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녀는 실제로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들을 맞이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을 붙들어 준 것은 바로 사람들의 연민과 공감이었다고 말한다. 결론 부분에서 그녀가 외친 것은 '수치심은 공감을 이길 수 없습니다(Shame can't survive empathy)', '우리들은 연민과 공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이다. 더욱더 잔인해지고 복음에 대해서도 공격적인 세상에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대답은 그리스도인의 참된 삶이 아닐까? 이제 디지털화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길 내용이 문제이다. 교회를 향하여 밀려오는 세상의 파도는 잔인할 수 있다. 우리는 진지하게 지금 준비해야만 한다.

림형천 목사/잠실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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