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든 대통령이든 느부갓네살 왕의 삶에서 교훈 얻어야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작성 : 2021년 01월 20일(수) 10:13 가+가-
(4) 그왕의 포로 일곱 때: 소처럼 풀을 먹으며(단 4:25)
성경에서 포로라는 단어는 고난보다 더 깊고 강한 어조를 지닌다. 원치 않는 힘든 상황이 지속 될 때 고난이라고 부르지만, 고난보다 더 길고 더 큰 악의 실체를 마주 대하며 종말론적인 소망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포로라고 부른다. 다니엘서에서 나오는 느부갓네살 왕의 일곱 해 포로 이야기는 다스림의 권세를 부여받은 인간, 지도자, 왕들에게 교훈을 주는 이야기이다.

느부갓네살 왕의 포로 이야기는 포로 이전과 포로 이후로 나눌 수 있다. 포로 이전에 하나님은 이방 왕인 느부갓네살을 왕으로 세우고 세상을 다스리는 권세를 부여하였다. 왕은 하늘에 닿을 정도로 높고 견고한 나무로 세상의 중심에 있어, 그 잎사귀는 아름답고 그 열매는 많아서 만민이 먹을만 하고, 들짐승들이 그 그늘에 거하며, 공중에 나는 새가 그 가지에 깃들이고, 육체를 가진 모든 것이 거기에서 먹을 것을 얻는 보금자리가 되었다(단 4:10~12). 왕은 계속 왕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왕권이 참된 왕이신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했다(단 4:25). 그 증거는 바로 왕으로서 공의와 정의를 행하는 것이었다. 하나님은 다니엘을 통하여 경고하신다: "왕이여 공의를 행함으로 죄를 사하고 가난한 자를 긍휼히 여김으로 죄악을 사하소서 그리하시면 왕의 평안함이 혹시 장구하리이다."(단 4:27). 이 경고는 느부갓네살 왕이 교만하여 백성들에게 공의와 정의를 행하지 않은 과거를 전제하면서, 이를 회개하고 "공의를 행하고", "가난한 자를 긍휼히 여긴다면" 왕에게 주어진 왕권이 계속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문제는 왕이 이 경고를 듣고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늘 권력이 자기의 것으로 착각하고, 권력의 정점에서 하나님을 무시하고 백성을 가볍게 여기면서 점차로 침몰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느부갓네살 왕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가 한때 지구상의 누구도 견줄 수 없는 권력의 정점에 있었지만, 정해진 12개월의 기한이 지나고 "내 능력과 권세로 이 큰 도성을 건설하였구나!"(단 4:30)라고 자만하는 순간 무너져 내려 포로의 시간을 맞이한다. 그는 왕위에서 쫓겨나 짐승이 되어 소처럼 풀을 먹으며 몸이 하늘 이슬에 젖고 머리털이 독수리 털과 같이 자랐고 손톱은 새 발톱과 같이 되었다(단 4:33). 그에게 유일한 위로가 있다면 잘려진 나무 뿌리의 그루터기는 남아있고(단 4:15), 포로의 기간이 일곱 때로 정해져 언젠가 포로의 끝이 올 것이라는 희망이었다(단 4:16, 23).고통스러운 포로의 기간은 왕권이 하나님으로부터 은혜로 주어졌다는 것을 뼛속까지 각인하는 시간이었다. 일곱 해는 왕이 온전히 하나님을 경외하며 겸손하게 서서 교만의 때를 벗고 왕의 정체성이 자리 잡기까지 필요한 시간이었다. 요셉은 총리가 되기까지 감옥에서 2년의 포로 기간이 필요하였다. 모세가 출애굽의 지도자가 되기까지 광야에서 40년의 포로 기간이 필요하였다. 포로의 기간은 눈물 흘리며 자아가 깨지며,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이사야의 공동체처럼 "노역의 때가 끝났고 죄악이 사함을 받았느니라."(사 40:2) 라고 새 시대를 알리는 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낮아지고 낮아지고, 돌이키고 돌이키며 은혜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마침내 기한이 차매 차례로 회복이 시작되었다. 왕은 하늘을 우러러보고, 관원들이 찾아오고, 마침내 왕으로서의 권세를 되찾게 되었다(단 4:34~36). 그리고 다시 시작된 왕으로서의 일상을 보내면서 왕은 감회에 젖어 고백한다: "참으로 크도다 그의 이적이여…그의 나라는 영원한 나라요 그의 통치는 대대에 이르리로다."(단 4:1). 그렇게 느부갓네살 왕은 왕으로 세움을 입은 후에 교만과 폐위, 포로와 회복의 시기를 거치면서 온전한 왕으로서의 정체성을 견지하고 신실한 왕으로 돌아왔다. 권세를 잃고 짐승같이 지내면서 지내던 뼈아픈 기억들이 가슴 속 깊이 자리 잡고 있기에 남은 기간 동안 그는 겸손하게 왕의 역할을 수행하였을 것이다.

누구든지 교사든, 목사든, 대통령이든 지도자로서 권세를 위임받은 존재라면 느부갓네살 왕의 삶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땅의 중앙에 우뚝 선 나무처럼 사람들을 섬기는 자리에 있다면 주어진 기회를 감사해야 할 것이다. 혹시 교만하여 권세를 빼앗겨 포로의 깊은 골짜기에 서 있는 중이라면 통회하며, 깨어지고 낮아지며, 하나님의 은혜를 간구해야 할 것이다. 철없고, 교만하고, 분노하며, 우쭐대는 마음들을 용광로에 정화시키고 여호와를 경외하는 마음을 깊숙이 간직하며 회복의 때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혹시 회복이 찾아온다면 감사하며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겸손하게 지도자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생각 없이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포로의 웅덩이에 빠져 귀중한 시간을 보내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나 짧다. 돌다리를 두들기듯이 하루하루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며 그분보다 한 걸음 늦게 그분과 동행하며 그분에게 맡겨진 일들을 기쁨으로 감당하는 것이 느부갓네살 왕의 포로로부터 배울 교훈이다.

배정훈(장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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