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비 함께 맞을 때, 힘듦을 같이 나눠야
[ 1월특집 ]
작성 : 2021년 01월 12일(화) 09:59 가+가-
감염병 상황에서 교회 (3)코로나 시대의 부교역자
#한국교회의 현실

코로나19는 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이 위축되었고, 교회도 그 영향권을 벗어나지는 못하였으며, 이는 수년전부터 성장이 멈추고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던 한국교회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었다. 더구나 교회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상상하지도 못했던 '비대면'이라고 하는 엄청난 쇠망치를 맞게 되었다. 전통적 목회를 추구했던 교회들은 우왕좌왕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기를 기다리며 한두 달을 보내다가 장기화가 되면서 갈 길을 잃은 난파선처럼 헤매고 있는 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한국교회의 전망

코로나가 빨리 진정되어지기를 기다리면서 늦게나마 많은 교회가 온라인으로 예배를 전환했지만 내심 바라기는 온 교우들이 빨리 현장에서 예배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그러나 올 한해에도 그렇게 희망적이지는 않다. 코로나가 다소 진정된다고 할지라도 교인들이 예배당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작년에 거리두기 단계를 낮추었을 때에 많은 교회들이 교인출석률 50%를 넘지 못했다는 통계가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온라인을 경험한 교인들이 얼마나 많이 제자리에 돌아올까 하는 염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총회 통계보고에 의하면 2018년 통계보다 무려 4만 7242명의 교인이 감소한 것으로 나왔다. 약 5만 명이라면 100명의 교인이 있는 500개 교회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반면 목회자 수는 2018년 통계보다 269명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러한 통계수치는 교역자들의 거취와 깊은 관련성이 있다. 또한 이 통계는 코로나 이전의 통계이므로 코로나 사태가 반영된 2020년 통계는 지금으로서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분명한 사실은 급격히 교인들이 줄 것이며 또한 그 만큼 교역자들의 임지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교역자 구조조정을 말하는 교회들이 많이 있다.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작년 한 해 나름대로 선방한 교회들이 많이 있지만 올해에는 더욱 더 재정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재정의 어려움은 곧 인건비와 연결되는 것이 현실이다. 작년부터 각 교회에서는 교역자를 줄여야 한다, 사례비를 줄여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기 시작했고 그것이 현실화된 교회도 있다. 코로나로 인하여 교회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역의 공백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각 교회가 구조조정을 하려고 할 것이다.


#교회에 부탁하고 싶은 말

교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구조조정을 하여 재정의 악화를 막아보려는 노력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하려고 교역자의 인사문제를 논하면서 잊지 말아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첫째 교역자의 거취문제는 마지막 보루이다. 교회재정이 어렵고 사역이 줄었다고 부교역자를 구조조정 하듯이 내쫓는 것은 교회가 세상의 기업과 다를 것이 없다는 의미가 된다. 교회의 최고의 콘텐츠는 교역자들이다. 콘텐츠를 사라지게 하는 것은 다음에도 희망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교역자의 거취문제는 마지막 보루여야 한다.

둘째 교역자에게 시간을 주어야 한다. 교회에 어려운 상황이 갑자기 찾아오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한다면 교회가 참을 수 있을 만큼 참아주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각자가 가야 할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시간과 여건을 허락해주고 지원해주어야 한다. 교역자의 사임은 최소한 6개월 전에 공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셋째 함께 비를 맞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지금은 함께 비를 맞을 때이다. 우리 교회도 코로나 초반에 내가 내 사례비를 조정할 것이니 부교역자의 사례비는 건드리지 말자라고 이야기했는데 한 장로가 "목사님, 인건비는 마지막에 건드리는 것입니다. 인건비는 가급적 건드리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이야기를 해주어서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맞는 이야기이다. 정말 재정이 부족하고 교회가 힘들게 되면 제일 먼저 목회자들이 자신들의 사례를 줄이자고 이야기한다.

교회건축을 하고 재정이 필요하면 담임목회자들이 자신들의 사례비를 다 내놓기도 하고 부교역자들이 사례비를 건축헌금으로 내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이런 상황에서 교역자들의 사례비를 줄이는 것은 능사도 아니고 해결책도 아니다.


#신학생, 부교역자들에게

지금까지 부교역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가 않다. 그래서 신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신학생이나 전도사들은 지금부터라도 자신이 목회를 할 경우 함께 자립할 수 있도록 자립목회를 꿈꾸며 준비해야 한다. 중형교회, 대형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섬기다 보면 나는 개척교회, 자립목회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을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대형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섬겼던 사람을 소형교회나 중형교회에서는 선호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목회현장에서 멀티플레이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형교회 부교역자로 섬겼다고 하는 이력서의 한 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은사를 얼마나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신학공부를 시작한 신학생이나 이제 사역지에서 사역을 시작한 교역자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목회가 아니라 다른 학문, 다른 일과 연결하는 통섭의 목회, 융합의 목회를 준비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비본질에 휘둘리지 않고 본질을 붙잡되 어떠한 외부환경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지금은 모두가 힘이 든다. 그렇다고 한다면 힘듦을 같이 나누려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교회는 하나님이 세우신 공동체이다. 이 공동체의 가장 큰 특징은 품어주고 기다려주는 것이고 그 속에서 감사와 은혜가 흘러나오는 공동체여야 한다. 코로나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이해, 사랑, 배려'이다.


고형진 목사 / 강남동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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