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미래다
[ 목양칼럼 ]
작성 : 2021년 01월 15일(금) 09:33 가+가-
지나고 나면 아쉽고, 죄송하고, 스스로에게도 원망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때 한 번 더 심방할 걸, 한 번이라도 더 따뜻하게 손잡고 기도해 줄 걸 …. 특히 하루하루를 알 수 없는 중환자나, 연세 높으신 어르신 심방을 차일피일 미루다 그만 영원히 기회를 놓쳐버리는 낭패를 당할 때면 스스로 회한에 차서 한동안 우울해지기도 한다.

오늘도 교회학교는 분주하다. 비대면시대라 교회를 출입하는 이도 별로 없는데 사역자들은 여전히 바쁘다. 온갖 자료들을 동원하여 콘텐츠를 만들고, 녹화나 중계를 위해 리허설을 하고, 때로는 갖가지 효과를 넣어 편집을 한다. 실 교회학교 사역자들은 비대면 예배 준비가 훨씬 더 어렵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비슷한 케이스의 소식을 여러 번 듣게 되었다. 줄어든 바깥출입과 사회활동 탓인지, 어르신들의 건강이 급속도로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집안에만 머무는 어른들의 신체건강이 쇠약해지고, 좀 더 우려스러운 것은 정신건강에 이상 증세를 보이는 어르신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건강하셔서 구십이 넘은 연세에도 주일 예배를 빠지지 않으셨던 어르신이 불과 몇 달 만에 바깥 출입이 힘들 정도가 되었고, 노구로도 몸소 운전하시며 선교지를 누비고 다니셔서 백수는 거뜬하시겠다고 부러움을 사던 어르신도 얼마 전부터 건망증이 심해지고 심지어 돌출행동까지 하셔서 주변을 놀라게 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온 교회가 미래목회와 다음세대에 몰두해 있는 동안, 속수무책으로 방치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노인목회'일 것이다. 목회의 외딴 섬이 되어가고 있다. 그동안 주중에는 '노인학교'와 주일에는 '어르신부'를 운영해왔던 우리 교회만 해도 요즘은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 대면심방도 여의치가 않고, 더욱이 IT기기나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척 제한되어 있다. 주일이 되어도 TV채널만 돌리다가 마는 분들이 많다. 이제나 저제나 다시 교회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릴 뿐이다.

현대는 노인시대다. 사회는 고령사회다. 아니 초고령사회다. 노인이 미래다. 노인목회가 곧 미래목회다. 그러나 아직 노인사역이 미비하기 짝이 없다. 요즘 같은 특수상황에선 거의 무방비다. 어떻게 해야 할까? 별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전화기만 붙들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통화라도 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목사라고 반겨주니 감사하다. 오늘도 전화해야겠다. 전화로나마 한 번 더 기도해 드려야겠다. 더 늦기 전에, 혹시 회한이 되기 전에 말이다.

김후식 목사/신림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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