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효력 상실...종교계, 입법 공백 혼란 우려
작성 : 2021년 01월 04일(월) 08:14 가+가-
"안전벨트 없이 운전하는 격" 비난
2021년 1월 1일 0시에 '낙태죄 처벌 조항'이 소멸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9년 4월 낙태죄를 금지한 형법 '269조 1항'(자기 낙태죄-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과 '270조 1항'(의사 낙태죄-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 2년 이하의 징역)에 대해 '헌법 불합치'결정과 함께 2020년 12월 31일까지 대체입법 시한을 제시했지만 법 개정이 무산되면서 낙태죄 조항의 효력이 자동적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 10월 낙태죄는 유지하되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종교계는 물론 여성계, 의료계 등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면서 반대에 부딪쳤다. 이후 정부 개정안 외에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낙태죄 완전 폐지안' '임신 24주 안이면 조건 없이 낙태를 허용하는 절충안' '낙태죄 존치' 등의 5개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됐고 개정시한이 한달도 남지 않은 지난해 12월 8일 공청회를 열었지만 끝내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대체입법 '마감'을 넘겼다.

지난 1953년 형법을 제정하면서 임신중단을 범죄로 규정한 지 67년만에 낙태죄는 효력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종교계와 시민단체가 연대한 행동하는프로라이프는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조항이 효력을 잃게 되어 셀 수 없는 생명이 법적 보호 장치 밖으로 내동댕이쳐질 위기에 몰렸다"면서 "이 같은 사태는 사실상 태아의 생명권을 속절없이 짓밟는 반인권적 반문명적 만행"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입법 공백에 대한 혼란이 우려되자 이명진 소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은 "안전벨트 없이 운전하는 격"이라면서 "입법 공백은 무고한 태아들을 주수에 상관없이 죽음으로 내몰 수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 소장은 "국가의 태아 생명 보호 의무를 명시한 헌법 제10조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생명권 침해에 대해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는 태아를 보호는 입법을 외면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 행위"라고 덧붙였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낙태법의 공백 상태에서 '선별적 낙태 거부'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산부인과 의료계는 대국민호소문을 통해 "낙태를 합법화한 국가들도 낙태법을 폐지한 게 아니라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정한 법위와 절차 안에서 허용하고 있다"면서 "여성의 안전을 지키고 무분별한 낙태를 막기 위해 임신한 여성의 낙태는 임신 10주(70일: 초음파 검사상 태아 크기로 측정한 임신 일수) 미만에만 시행하는 '선별적 낙태 거부'에 대해 국민들의 이해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혜정 사무총장(행동하는 프로라이프)은 "지금은 낙태죄가 폐지 된 것이 아닌 입법 공백 상태"라고 강조하며 "법이 개정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과 급진 페미니스트 단체들을 중심으로 낙태죄 폐지라고 단정짓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종교계와 낙태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보다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태아를 지킬 수 있도록 법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여성계는 "처벌의 시대는 끝났다"고 자축하는 분위기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여성들의 용기와 연대, 끈질긴 투쟁은 낙태죄 없는 2021년이라는 변화의 시작점을 만들어냈다"면서 "67년간 존치되었던 낙태죄로 인한 차별과 낙인을 없애고 안전하고 보편적인 의료서비스로서 임신중지 접근권의 보장을 비롯해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성과 재생산권을 실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법과 정책 마련, 사회인식의 변화를 통해 구체화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이제 오늘로써 낙태죄는 실효를 다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면서 "개정 입법 시한을 넘기며 보다 명확하게 권리를 보장하는 입법적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새로운 시대를 함께 만든 그 모든 장면을 반드시 역사로 기록하고 기억할 것"이라면서 "고 덧붙였다.

한편 여성계는 유산 유도제 도입과 임신중지 관련 의료행위에 건강보험 적용, 효력을 상실한 두 조항을 비롯해 형법 제27장 전면 삭제 등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을 밝혔으며 "국회와 정부는 여성의 존엄을 침해해 온 낡은 법에 매달린 구시대의 망령에 현혹될 것이 아니라 여성의 존엄과 권리를 향한 새로운 시대에 복무하라"고 피력했다.

낙태죄는 효력을 상실했지만 현재 국회에 대체 입법안 6개가 계류중이며 낙태죄 폐지 찬성과 반대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청원 모두 10만명의 동의를 받아 국회 소관 상임위로 넘어가는 등 혼란이 거듭되고 있는 만큼 새해에도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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