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읽는 다니엘서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작성 : 2021년 01월 01일(금) 14:34 가+가-
코로나 시대는 다니엘서를 다시 읽어야 하는 시기이다. 일상적인 삶을 산산조각 낸 포로의 충격 속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다니엘서를 통하여 새롭게 거듭나기 시작하였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정체성을 무너뜨린 바벨론 포로의 충격만큼이나 코로나가 이 시대를 강타하여 기독교의 근본을 흔드는 도전이 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는 한때 이질적인 종교였지만, 일제 시대를 거쳐 한국의 위기와 함께 하고, 정착하여 성장기를 거쳐 전통적인 종교 중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교회 부흥기에 자리 잡은 교회들이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교회의 형식이 위기를 맞이하였다. 한국교회가 자랑하는 대형 교회, 교회의 성장, 교회의 다양한 프로그램, 그리고 그 문화를 소비하는 성도들 등의 형식이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비대면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코로나 시대에 교회의 형식을 향한 도전은 다시금 교회의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면서 다니엘서를 다시 읽기를 요청한다.

다니엘서에 나타나는 디아스포라 공동체가 바벨론 포로를 통하여 무엇을 경험하였는가? 그들은 이스라엘 백성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가나안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누리고 있었다. 그런데 느부갓네살의 유다와 예루살렘 정복으로 인하여 가나안 땅, 예루살렘 성전, 성전에서의 제의 제도, 다윗 왕조의 통치로 특징되는 이스라엘의 정체성이 한 번에 무너져 내렸다. 많은 백성들은 긴 포로 여행을 통하여 낯선 이방 땅 바벨론에 정착하게 되었다.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온 다음날부터 다니엘을 비롯한 유다의 디아스포라들은 참된 하나님의 백성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져도, 가나안 땅을 빼앗겨도, 그리고 다윗왕조가 멸망되고, 이방 땅에 포로로 잡혀온 이후에도 그들에게 남아있는 하나님의 정체성은 무엇인지를 질문하였다.

다니엘은 이와같이 코로나처럼 갑자기 다가온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대한 디아스포라의 반응이다. 다니엘서 1장에서 제시된 해답은 바로 적응과 구별이었다. 적응이란 이방 땅을 더럽다고 여기고 할복자살하여 죽기로 결심하지 않고, 오히려 포로의 상황을 하나님의 뜻으로 알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구별이란 그들이 자부심을 가졌던 모든 신앙의 형식을 넘어서서 신앙의 본질을 다시 확인하여 새로운 상황에 맞는 신앙의 형식으로 갈아입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하여 신앙의 형식을 부득이하게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 시대의 기독교 모습처럼, 이스라엘 백성들은 강제된 포로 생활가운데 목숨보다 중요한 신앙의 형식을 포기하고 새로운 형식을 취한다. 제일 먼저 그들이 포로 생활을 하나님이 허락하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 것처럼(단 1:2), 코로나를 되돌아갈 수 없는 우리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포로들은 이방왕을 하나님이 다윗 왕 대신 세우신 왕으로 받아들였고, 그 땅을 사랑하고 왕을 위하여 충성하기로 결심한다. 또한 이름이 바뀌는 것을 신앙의 본질이 아닌 주변적인 것으로 받아 들였다(단 1:7). 포로 생활에 적응하면서도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구별하기로 결심하였다. 변화된 상황 속에서 신앙의 본질적인 것을 "뜻을 정하는 것"(단 1:8)이라고 이해하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뜻을 정하여 하나님을 최고의 자리에 두려고 하였다. 그 결과 다니엘은 하나님을 최고로 섬기기 위하여 왕이 주는 음식인 포도주와 고기를 거부하였다.

어린 소년 다니엘이 처음부터 신앙의 거장이 아니었다. 포로로 끌려온 연약한 아이였지만, 다니엘이 포기할 수 없는 신앙의 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하여 뜻을 정하여 결단하였을 때 예측할 수 없는 기적이 시작되었다. 환관장의 호의가 시작되고, 열흘간의 훈련을 극복하고 마침내 3년 후에는 다른 바벨론 청년들보다 육체적으로 뛰어날 뿐 아니라, 꿈과 환상을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을 받아 포로기를 살아가는 유다 백성들에게 희망을 제시하는 하나님의 사람이 된 것이다(단 1:9~17). 신앙의 기반이 붕괴된 시대에 포로를 맞이한 다니엘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영성은 곧 하나님을 최고의 자리에 두는 순종이 기적을 만든다는 것이다. 나아가서 다니엘은 세 친구들과 함께 위기를 헤쳐 나갔다. 즉, 코로나 위기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 전체의 문제이기에 교회가 함께 하나님이 이 시대에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신앙의 마지노선이 무엇인지를 깨닫기 위하여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바벨론 포로 시기에 깨어진 신앙의 형식을 포기하고 새로운 신앙의 형식을 만들어간 다니엘의 공동체처럼,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최고의 신앙을 담을 새로운 교회의 형식을 고민하는 것이다.

배정훈 교수(장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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