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 땅끝편지 ]
작성 : 2020년 12월 29일(화) 09:33 가+가-
페루 김명수 선교사9

마을 공동식당 '공급자 하나님(Dios Proveedor)'의 봉사자들과 함께한 필자(맨 우측).

국가비상사태로 사역이 중단된 선한사마리아인 진료센터와 감람산장로교회 앞에 선 김명수 선교사 부부.
2020년을 이렇게 보낼거라고는 상상을 못했었다. 고국의 국민들과 성도들, 목사님들 모두 참 어려운 시간을 보내신줄 안다. 그러나 남미를 비롯한 제3세계는 더 어려운 시간이었다.

페루는 3월 6일 첫 환자가 확인됐다. 유럽을 여행하고 돌아온 항공사 조종사였다. 그러나 관광국가인 페루에는 1,2월에만도 전 세계에서 1백만 명의 관광객이 입국했기에 이미 감염은 시작됐을 것이다. 3월 15일 확진자가 86명에 이르자 페루 정부는 16일부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경을 폐쇄하고 전국민의 이동을 금지했으며, 병원 약국 은행 및 식료품점을 제외한 모든 시설을 폐쇄했다. 통행증이 없이는 외출할 수 없었고, 오후 6시부터 아침 5시까지는 통행금지였으며, 이 규정을 어긴 사람들은 군경이 체포했다.

최초 15일로 선포된 이 초강경 조치가 계속 연장되자 자영업자 소상공인들 그리고 일용직 노동자들이나 노점상 등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야만 하는 모든 서민들이 생계의 위협 아래 내몰렸다. 결국 107일째인 7월 1일부터는 단계적으로 완화를 시작해야만 했고, 278일째인 11월 30일에는 1단계까지 내려오긴 했으나, 아직도 페루는 국가비상사태가 300일 이상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월까지 누적 확진자는 100만 명에 달했고 사망자도 3만 7000여 명(의사 250여 명 포함)이나 됐다. 그러나 방역체계와 의료시스템이 열악하고 또 빈민이 많은 페루 상황에서 이런 극단적 조치가 아니었다면 의료체계는 붕괴되고 전염을 전혀 통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중환자 병상이 없어서 중증 환자들이 산소호흡을 하면서 휠체어에 앉아 병원 복도나 마당에서 병상이 나기를 기다려야만 했고, 가족들은 환자의 생명줄인 산소를 구입하기 위해 산소통을 들고 산소공급 회사 문밖에 수백미터를 밤새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했었다. 그래서 의료계 전문인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정부의 조치를 잘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페루는 이 여름을 지나면서 2차 확산이 올 것이 확실시 되어 두려움 속에 대비를 하고 있다.

이 기간동안 페루의 서민들이 받은 고통과 어려움들은 상상이 안될 것이다. 정부가 최하 취약계층에게 생계지원비를 지급했지만 현실적으로 충분하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 지원금을 받기 위해 다시 은행 앞에 길게 줄을 서서 하루 종일 기다리는 모습은 더 큰 비애였다. 도시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갑자기 직업을 잃어 살기 위해서는 고향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런데 모든 교통편이 단절되어 온 가족이 수 백 km를 걸어가는데, 어떤 도시에서는 리마에서 온 사람들을 감염자로 간주해 통과시키지 않는 등 눈물겨운 사연들이 부지기수였다.

모든 집회가 금지됐기 때문에 예배도 인터넷으로 드릴 수밖에 없었는데, 중산층 교회들은 나름 운용이 됐지만 인터넷이 자유롭지 않은 서민지역의 교회들과 성도들은 예배를 드릴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부활주일 예배도 제대로 드리지 못했고, 12월이 돼서야 겨우 방역조치 아래 제한된 인원으로 드리는 예배가 허용됐지만 이미 교회와 목회자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은 뒤였다. 이 전염병을 통한 하나님의 뜻은 무엇일까? 이미 많은 분들이 기도와 말씀 묵상을 통해 받은 은혜와 감사를 나눈 바 있지만, 선교지에는 또 다른 감사의 제목이 있다.

국가비상사태로 2~3개월이 지나자 대부분의 서민 가정들이 경제난에 직면했고 이는 교회 헌금과 직결됐다. 더욱 많은 성도들이 은행 구좌와 카드가 없기에 대면 예배가 중단되자 헌금할 방법도 없었다. 대부분의 교역자들은 사례가 줄었거나 없어져 버렸다. 그런데 선교지 형편을 생각한 페루선교회에서 페루장로교회의 교역자들을 위한 3개월 분의 생활비 지원금을 보내주셨다. 물론 현금 자체도 감사했지만, 더욱 감사한 것은 페루 교역자들이 한국교회를 통해 하나님의 긍휼과 우리 모두가 하나님 나라의 동일한 지체임을 다시금 경험하고 고백하게 된 것이다.

뉴저지 한소망교회의 헌금은 리마 외곽 9교회의 어려운 성도 가정의 식량 지원에, 그외 여러 한국교회들과 성도님들의 헌금은 마을 공동식당 후원과 다른 어려운 분들과 나눌 수 있었다. 페루의 다른 여러 선교사님들에게도 각각 다른 여러 교회들로부터 이런 하나님의 뜻을 담은 헌금들이 도착해 합당하게 사용됐으며, 한국교회가 페루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선교사님들에게 이런 사랑의 헌금을 보내셨을 것이다.

2020년을 시작하며 계획하고 기대했던 거의 모든 것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혀 다른 결과를 맞으며 한 해를 마치고 이제 새해를 맞는다. 아직 코로나가 종료되기는 멀지만 우리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은 끝이 없기에 우리 한국교회의 사랑의 섬김도 끝이 없으리라 믿으며, 코로나와 더불어 2021년의 사역을 계획하며 다시 시작한다.

김명수 목사 / 총회 파송 페루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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