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스 나비다' - 남미의 성탄절
[ 땅끝편지 ]
작성 : 2020년 12월 22일(화) 09:35 가+가-
페루 김명수 선교사8

12월 25일 오후에 드린 싼 뻬드로교회에서의 성탄 예배(1991년).

대한민국, 미국, 영국, 이스라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조금 이상한 질문이어서 수백 수천의 답이 나올 것이고 모두 맞을 것이다.

1990년 7월 칠레에 도착했고, 9월에 꼰셉시온으로 이사해 언어공부를 하면서 먼저 꼰셉시온 장로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꼰셉시온 교회의 고도이(Godoy) 목사님이 마침 '칠레민족장로교회'의 총회장이어서 여러모로 도움과 안내를 받았고, 그 교회를 통해 칠레장로교회를 배우고 있었다. 우리의 스페인어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었기에 귀로 듣는 이해는 극히 미미했고 거의 눈치로 이해하면서 짧은 영어로 확인하는 상황이었다.

12월이 되자 도시가 완전히 성탄 모드로 바뀌었다. 요란한 장식과 울려퍼지는 캐롤, 상가마다 선물을 사는 인파들은 한국의 성탄절보다 훨씬 더 역동적이었다. 교회도 예쁘게 성탄 장식을 했고, 각 부서별로 성탄 준비를 해 성탄 한 주 전에 성가대의 발표와 함께 어린이부와 중고등부의 연극 공연 등이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광고를 열심히 들어도 도무지 24일 저녁예배 광고가 없었다. 혹 중요한 예배를 빠뜨릴까봐 물어보았더니 24일 밤은 예배가 없으니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잘하고 대신 25일 아침에 교회로 오라는 것이었다.

다른 선교사님들과 꼰셉시온의 교민들을 통해, 칠레교회(대부분의 남미교회)는 24일 저녁 예배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성탄 전야예배를 두 아들과 함께 집에서 가족 예배로 드렸다. 그리고 25일 아침 시간에 맞추어 교회로 갔다. 교인들이 벌써 와서 차량마다 먹을 것들을 바리바리 싣고 있었다. 성탄예배를 야외예배로 드리는 듯했다. 지난 주일에 고도이 목사님이 정장을 입지 말고 편한 옷을 입고 오라는 말을 다행히도 이해했기에 정장을 입고 야외예배를 가는 난처한 상황은 면할 수 있었다.

시간이 되어 우리는 출발했고, 구비구비 한 시간 여를 달려 바닷가에 도착했다. 오자마자 교인들은 고기를 굽는 등 요리준비를 시작했고, 아이들은 바로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는 바다로 달려나갔다. 우리 아이들은 수영복을 준비하지 못해서 그냥 바지만 걷어붙이고 바다로 갔고, 우린 눈치껏 교인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며 식사 준비를 도왔다.

식사 준비가 진행되면서, 바다에서 나온 아이들은 빵과 구워진 고기들을 먼저 먹고는 다시 바다로 달려갔고, 어른들은 모여서 식사 감사기도를 하고 점심을 아주 잘 먹었다. 식사 후에 우리는 언제 예배를 드리나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엔 어른들도 모두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는 다들 바다로 가서 수영하고 놀고 축구하거나 아니면 바닷가에서 일광욕을 하는 것이 아닌가?

총회장 목사님이 시무하는 교회에서 교인들이 성탄절에 예배도 없이 이렇게 놀기만 하다니? 예배나 다른 계획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필자도 하릴없이 바닷가에 누워 일광욕을 할 수밖에 없었다. 35년을 교회에서 자랐고 목사이며 선교사인 내가 성탄절에 예배도 안 드리고 이렇게 바닷가에 누워있어도 되나 생각하면서.

대한민국, 이스라엘, 미국, 영국 등은 오늘의 한국 기독교 문화를 형성한 나라들이고 그 공통점은 모두 북반구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해외 여행도 많이 하고 또 세계 곳곳의 소식을 늘 접하기에 이상하지 않지만, 당시만해도 성탄절이 춥고 눈오는 계절이 아니라 여름이라는 것은 이론으로는 이해해도 실제로는 참 신기한 모습이었다. 두툼한 털옷에 썰매타고 오는 산타가 아니라 민소매 브라우스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산타 아가씨는 불경(?)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이러한 성탄 이해는 북반구의 문화일 뿐이다. 24일 저녁 성탄예배와 밤을 지새는 것, 새벽송, 25일 성탄예배도 한국기독교의 문화일 뿐이다(지금은 많이 바뀐 듯 하지만). 남미에서 성탄절은 교회의 행사라기보다는 전통 축제에 가깝다. 성탄절에 남미인들은 가족과 친척 친구들에 대한 선물을 정성껏 준비해서 성탄 카드와 함께 보내고, 성탄절 저녁에는 모든 가족들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하고 감사와 선물을 주고 받으며, 이를 위해 모두들 고향 집으로 돌아간다, 마치 우리네 추석처럼. 그래서 성탄예배와 행사들을 모두 24일 전에 하지만, 남미 성도들도 우리와 같은 혹 더 큰 기쁨과 감사로 성탄의 찬양을 드린다.

선교는 선교지의 문화 안에서 예수를 전하는 것이다. 남미 문화 안에서 성서의 예수 그리스도를 어떻게 전하고, 어떤 하나님의 교회를 세울 것인가는 오늘까지 계속되는 질문이요 고민이지만, 성탄의 기쁨과 감사는 어디나 동일하다. 펠리스 나비다(Feliz Navidad: 기쁜 성탄입니다)!

김명수 목사 / 총회 파송 페루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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