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90년대생들은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볼까?
[ 기독교영화보기 ]
작성 : 2020년 11월 25일(수) 10:00 가+가-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보고
"아, 재밌다!" 영화를 보고 길을 나서는데 경쾌한 목소리가 들렸다. 필자와 같은 관에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보고 나온 20대 청년들로 보였다. 흥미로웠다. 왜 90년대생들은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볼까?

몇 년 전부터 계속되는 복고 열풍은 경제 불황 속 팍팍하고 고단한 현실에 대한 불만족이 야기했다고 할 수 있다. 그 시절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행복했던 과거의 그리움을 충족시키고, 경험하지 못했던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함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90년대 중반은 7% 대의 경제성장률,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하면서 호황을 누리던 시절이었다. 문민정부가 세계화 원년을 제창하면서 OECD 가입을 추진했고, 영어 붐이 일었다.

하지만 과거의 낭만 이면에 잊힌 것들이 있다. 1991년 낙동강에 페놀이 유출되면서 많은 시민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자본시장의 개방이 외국 자본의 막대한 유출입을 낳으면서 결국 IMF로 이어지게 된 것처럼 말이다. 이전까지 가난하지만 똑똑한 수재들이 입학했던 상고 대신 대학 진학률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사회적 차별이 발생하고, 실내 흡연이나 커피, 담배 심부름과 같은 사적 용무를 부하 직원에게 시키는 게 당연시되었다. 성희롱과 성차별, 환경오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또한 부족했을 때였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이러한 90년대, 업무 능력과 상관없이 말단을 벗어나지 못하던 고졸 여사원들의 승진기이다. 또한 글로벌 경제 성장에 몰두하느라 간과하고 은폐하던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작고 작은 존재들"의 성장과 연대 이야기이기도 하다. 당시 만연했던 사회적 이면들, 불합리와 불공정, 차별의 이슈들은 개인의 삶의 애환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영화는 이러한 문제들을 기득권의 비리에 맞서 씩씩하고 명랑한 모습으로 해결해나가는 주인공들을 통해 오늘에도 여전히 비슷한 이슈로 힘겨워하는 젊은이들,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면서 호평을 얻었다.

그런데 90년대를 지나온 이들은, 영화에서 빛나는 성취를 이룬 이들이 IMF의 여파로 가장 먼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것을 알고 있다. 현실의 문제들은 영화처럼 쉬이 끝나지 않고 조용하고도 끈질기게 취약한 사람들의 목을 조여 온다. 코로나19는 고용 문제, 성차별과 맞물려 사회적 위치가 불안정한 젊은이들의 일상부터 위협했다. 20대 실업급여 지급이 급증하고(58.9%), 3월에만 20대 여성 12만 명이 실직했는데, 1~8월 20대 여성의 자살시도(32.1%)가 전 세대 통틀어 가장 높았다. 1990년대생 20대의 자살률이, 1950년대생이 20대일 때보다 여성 7배, 남성 4배에 달하는 등 청년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음에 경각심이 필요하다.

왜 90년대생들이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보냐고 묻는다면, 복고나 재미 이상의 것을 말하고 싶다. 의미 있는 일보다 소모품처럼 원하지 않는 일을 강요받다 소진되기 일쑤인 평범한 사람들, 세상에서 수없이 거절 받고 좌절한 존재들에게 과거 비슷한 삶을 견뎌낸 선배들의 목소리로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했다고, 조금씩이라도 다 함께 나아가자고 격려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영화에서 봉현철 부장은, 사람들이 사회가 점점 나빠지고 옛날이 좋다고 하지만 그것은 무책임한 말이라며, 지금 또한 누군가에게 좋은 시절이었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놓는다. 현재를 좋은 시절로 만들 책임이 모두에게 있다는 말이다. 필자는 아무리 절망적이라 해도 하나님이 희망이시며,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 희망을 전해야 한다고 믿는다. 교회는 현실 도피적인 내세를 꿈꾸기보다 지금 여기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야 할 책임이 있다. 또래의 죽음을 목격하며 무사히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우려하는 위태로운 생명들을 향해 "같이 살아내자"는 응원과 연대의 메시지를 교회에서 듣고 싶다.



김지혜 목사/문화선교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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