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가 실종된 시대의 목회
[ 논설위원칼럼 ]
작성 : 2020년 11월 09일(월) 20:46 가+가-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말을 꺼내기도 이제는 식상하다. 그러나 포스트 모더니즘의 문명이 전 지구적으로, 그리고 우리의 삶 속에 밀접하게 더 깊고 넓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중의 하나가 권위의 실종이다.

우리는 오늘 사회 곳곳에서 그동안 지켜왔던 권위가 무너지고 해체되는 것을 체험하며 살아가고 있다. "현대 세상에서 권위는 사라졌다"고 이미 반세기전 1954년 한나 아랜트가 한 말이다. 그는 유대인으로서 독일대학에서 정치철학을 강의하던 교수였다. 나치정권이 들어서면서 대학에서 쫓겨나고 강제수용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2차 대전이 끝난 후에 무너졌던 권위가 새롭게 세워져야 하는데, 그는 도리어 '권위의 실종'을 예고했다. 심지어 종교마저도 정치권력화되어 참된 종교로서의 권위를 상실하고 말았다. 지금 교회를 거룩한 하나님의 교회로 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교회의 권위는 부끄러울 정도로 무너진 사회가 되고 말았다.

솔직하게 교회 내부를 들여다보자. 부끄러울 정도다. 갈등과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회의 갈등구조가 교회 속에 그대로 들어와 있다. 인간의 탐욕과 욕망이 교회 속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코로나라는 암흑과 같은 터널을 지나고 있으면서도 회개와 눈물의 기도 소리는 작고 다툼의 소리는 줄어들지 않는다. 각자가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는 신사사시대의 한복판에 우리는 서 있다. 미래는 준비되어 있지 않고, 현실은 헤쳐나가기가 벅차다. 어떻게 잃어버린 권위를 회복할 수 있을까?

모든 권위는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권위가 권력에서 나온다는 생각은 통하지도 않는 구식이다. 진짜 권위는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정당성'을 확보할 때 주어지는 것이다. 우리에게 진짜 권위를 부여하는 정당성의 근거는 무엇일까? 바로 성경이요,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이 말을 할 때마다 나는 가슴이 뛴다. 목회자가 성경을 붙잡으면 붙잡을수록, 목회자가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진짜 권위가 세워지는 것이다. 권위가 실종된 혼란한 사회에 생명을 살리는 진짜 권위를 세워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목회의 본질, 영혼을 살리고, 교회를 세우는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다시 예수님을 생각하고 묵상해야 한다. 칼뱅의 영적인 아버지라 불리며, 개혁교의 4중직분(목사, 교사,장로, 집사)을 창시하고, 개신교 최초의 목회학인 '참된 목회학'을 저술한 마르틴 부처는 그의 책 제1장 교회란 무엇인가?의 첫 페이지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자기 자신을 부인하고, 한 하나님, 한 그리스도, 한 성령, 한 세례와 소망을 가지며, 가장 높은 사랑 안에서 서로 서로에게 연합된 한 몸이다"라고 교회를 정의 하였다.

자기 자신을 부인하고 있는가? 한 분 하나님, 한 분 예수님, 한 분 성령님, 같은 세례와 소망을 가지고 있는가? 세상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장 높은 사랑으로 서로 연합되어 있는가? 권위가 실종된 시대에,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대동단결의 심정으로 다시 목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필자가 대학 시절에 야외필드라는 과목이 있었다. 야외에서 지질조사를 하는 방법을 익히는 과목이었다. 학기가 끝나갈 때가 되면 진짜로 현장 실습을 나가게 된다. 조편성을 한 후에 길가에 각 조별로 300~500미터 간격으로 내려놓는다. 각 조가 출발지는 다르지만 같은 목적지를 향하여 가면서 지질조사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목적지를 향하여 가기 위해서 산을 넘어야 하고, 계곡을 가로질러가야 하고, 길이 없는 산속을 헤치며 가야 한다.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산을 통째로 가로질러 가면서 지질 조사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필수적으로 꼭 지참하는 것이 있다. 바로 '지도'와 '나침반'이다.

신기한 것은 지도를 펴놓고, 나침반을 사용해서 방향을 확인하고 나가면, 숲을 헤치고, 깊은 계곡을 가로질러 갔는데도 놀랍게도 목적지가 나오는 것이었다. 이쪽으로 가면 도무지 길이 없을 것 같은데 헤쳐나가다 보면 길이 나오는 것이다. 이제 다시 우리의 나침반과 지도가 되는 성경과 교회를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심정으로 실종된 진짜 권위를 세워나가자.

김영걸 목사/포항동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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